요즘 한국의 불교계는 유명 교단의 지도자격인 스님들의 유흥으로 인한 난장판으로 큰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일부 스님들의 돈과 여자, 도박과 사치를 둘러싼 타락이 일반인으로서도 문제가 될 만큼 심각한 도덕성의 해이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환상적인 스님들의 타락의 모습은 개신교 목사이자 목회 상담학자인 나의 신경을 건드린다. 어떻게 보면 기독교와 경쟁 관계에 있는 불교계의 비리는 불교인의 저하를 가져올 수 있기에 오히려 박수를 쳐야 될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은 그게 그런 게 아니다.
첫 번째 이유는, 불교계가 보여주고 있는 부패와 타락의 모습들에 대해서 기독교계 역시 자유로운 입장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성직자가 얽힌 금전문제, 여자문제, 명예욕 등에 관한 추문은 목사들이 스님들보다 오히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이다. 각 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불교계의 비리를 보도하고 있는 기사에 대한 댓글들을 보면 그들은 기독교계의 비리들을 또 끄집어내어 입방아를 찧느라 여념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불교계의 타락에 대한 보도로 인해 기독교계가 반사 이익을 얻기보다는, 함께 비리와 타락의 온상으로 싸잡힐 확률이 훨씬 더 높은 것이다.
불교계의 비리가 나의 신경을 건드리는 또 하나의 진짜 이유는, 신의 존재나 가치와 본질 그리고 의미에 대해서 갈망하지 않는 현대인들의 삭막한 위기를 더욱 부채질 할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신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에 인간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기독교 문명이 실질적인 삶과 철학의 기반을 차지하고 있었던 미국을 비롯한 유럽 세계가 급격하게 신에서 인간실존에 대한 문제로 사색과 탐구의 시선을 돌렸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 실존에 대한 깊은 사색이 종교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만은 아니다. 그러한 탐구의 결과 신에 대한 갈망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학파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불교계의 비리가 나를 더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신을 내쫓은 인간들이 자신들의 위치조차도 지키지 못하고 곧 그 자리를 기계에 내주고 말 것이라는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기독교와 가톨릭 그리고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불교계의 타락은 사람들로 하여금 종교적인 가치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일이며, 종교인들의 배만 불리게 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더 이상 편견이 아니라 사실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 신을 떠난 인간들은 이제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기계에 자신들의 미래를 맡기기 시작하고 있다. 주위의 아이들을 조금만 예민하게 관찰해 보면 우리는 서서히 기계가 없이 한 시도 살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아이팟이 없으면 안절부절 못하거나, 대화나 의사소통의 부재를 느낀다. 각 종 최신 게임기가 없이는 마땅히 시간을 보내기가 어려운 아이들. 텔레비전에 나오는 게임기 광고를 보고 한 달 이상이나 사달라고 매일같이 조르는 아들을 보면서 나는 기계가 신이나 인간 대신 창조해가는 삶의 보람과 의미에 만족해 하는 우리들의 끔찍한 미래를 불편한 전율을 느끼며 상상하게 된다. 교회에서 조차도 기계가 고장나면 예배는 금방 불편해지고 어색해진다.
이러한 우려는 인간의 고통을 기독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탐구하며, 희망을 찾아가는 목회 상담학자인 나에게 더욱 민감하게 다가온다. 상처받은 많은 이들이 더 이상 종교를 통한 치유를 믿지 않는다면 나 같은 목회 상담가 혹은 기독교 상담가들은 밥줄을 잃게 될 것이다.
기독교나 불교를 비롯한 종교계가 각 자의 건강한 정체성을 반드시 회복해야만 한다. 교회나 성당 그리고 절을 찾는 사람들보다 베스트바이나 애플을 찾는 이들이 더 많아 질 때, 사람들의 몸은 더 편리해 질지 모르겠지만, 어느 새 그 몸 안으로 금속성 마음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것은 나의 기우일까. 종교인들이 정신을 차려야만 하는 진짜 이유이다.
장보철
워싱턴 침례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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