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찬 (부국장대우/경제팀장)
최근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팍으로 이사를 했던 김모씨는 불쾌한 경험을 했다. 이삿짐센터의 매니저로 보이는 젊은 한인이 히스패닉 직원에게 욕설을 하고, 비아냥거리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굳이 욕설을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는데, 일부로 막말을 하는 것을 보고 같은 한인으로서 괜히 부끄러워졌다.
얼마전 브루클린의 한인 운영 수퍼마켓에서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분쟁이 발생했다. 전현직 직원 40여명이 노동법 규정 위반을 이유로 한인업체에 소송을 걸었고, 지역 노조와 지역 정치인까지 개입해 논란이 커졌다. 이 업소의 직원들은 자신들이 하루에 12시간을 일하고, 최저임금보다 적은 시간당 4달러52센트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인사회에서 타인종, 특히 히스패닉과 관계된 우려의 목소리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한인 비즈니스의 주요 고용인이 히스패닉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한-히스패닉의 갈등은 노사간의 문제부터 인종적인 차별 행위까지 오랜 기간동안 다양하게 진행돼 왔다. 히스패닉 직원들이 제일 잘하는 한국말이 욕설이라고 한다. 인격적인 모욕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또 한인업소내 보이지 않는 임금과 직급에 대한 차별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한인 직원들은 기본임금에서 차이가 나고, 임금 인상이나 승진에서도 우대를 받는다는 것.
노동법 문제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한인업소의 최저임금 및 오버타임 규정 위반 문제는 지난 90년대부터 불거졌다. 이같은 한인업소의 노동법 위반 문제에서도 히스패닉 직원들이 거의 빠지지 않는다. 한인 청과와 델리, 세탁, 봉제 등에 대한 노조의 시위와 노동법 위반에 따른 고발이 잇달아 발생, 충격을 던졌다. 2002년에는 당시 엘리옷 스피처 뉴욕주 검찰총장의 주도로 한인 업주들이 최저임금 및 오버타임 지급, 휴가 등을 약속하는 행동지침에 서명하는 일도 있었다.한인과 히스패닉 문제는 단순히 노사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히스패닉은 고용인이면서 가장 큰 고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히스패닉은 이미 미국내 최대 소수민족이다. 2011년 현재 5,200만명으로, 전체 미국 인구 중 16.3%를 차지하고 있다. 뉴욕시의 히스패닉 인구는 지난 2009년 현재 브롱스 인구의 52%, 퀸즈의 27%, 맨하탄 24%, 브루클린의 20%를 기록, 소수민족이라는 표현이 어색할 정도다.인구만큼 구매력도 높아졌다. 히스패닉 소비액은 90년 2,100억달러에서 2000년 4,990억달러, 2010년 1조달러를 기록했다. 2015년에는 1조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히스패닉의 구매력은 2011년 현재 미국시장의 9.5%에 달한다.
쉽게 말해 히스패닉 고객의 파워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고, 한인 비즈니스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한-히스패닉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단순히 ‘고용주와 고용인’, ‘업소와 고객’이라는 관계 때문만은 아니다. 한인사회가 주류사회에 한단계 나아가기 위해서는 타인종 커뮤니티와의 관계에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미국내 소수민족끼리 서로 무시하고 갈등해서는 성장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히스패닉은 단순한 소수민족의 수준이 아니며 미국내 최대 인구를 토대로 정치적 위상까지 계속 높아가고 있다.
지난 92년 LA 폭동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LA폭동 20주년을 맡아 미주한국일보가 LA지역 한인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인 10명 중 7명은 여전히 폭동이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흑인이 아닌 히스패닉과 한인의 갈등에 대한 우려가 더 높았다. 폭동 유형에는 한인과 히스패닉이 39.8%로 한인과 흑인의 29.5%보다 훨씬 높아 히스패닉과의 갈등이 심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같은 현상이 단지 LA에 국한된 얘기일까. 뉴욕은 한-히스패닉 갈등에서 자유로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렇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최근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한인 비즈니스도 활기를 띄고 있다. 히스패닉 직원이나 고객들과의 만남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인종적으로 차별을 하지 않고, 노동의 가치로만 그들을 대하지 않는, 정신적인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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