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학년 학생 수학·과학 성적 하위권 급증… 15% 관찰 대상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에 소재한 전국 최고 수준의 공립 고교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TJ)’의 신입생 중 수학, 과학 성적이 하위급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많아져 입학 사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빚고 있다.
TJ는 다른 학교와는 달리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 학생들이 모인 곳이라 학업 성취에 대한 기대가 남달리 크다. 최근 몇 년을 보면 GPA 4점 만점에 3.3 미만의 성적을 기록해 학교 측이 ‘관찰 대상(watch list)’으로 분류한 9학년 학생이 약 8%나 된다.
특히 올해의 경우 이 범주에 포함된 학생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15%로 늘어 교사들의 우려가 크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여분의 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이 많아져 곤혹스럽다는 말까지 오고 간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교직원들은 중학교 학생들이 수준 높은 수학 과목을 너무 일찍 수강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입학 사정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에번 글레이저 교장은 지난달 30일 “성적이 최하위권에 속하는 학생들이 많이 늘어난 것이 올해만의 특수한 일인지 아니면 추세가 그렇게 돼 가고 있는지 아직 뚜렷한 대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레이저 교장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고 보나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을 낼만한 충분한 자료가 갖춰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TJ의 하위권 성적 학생들에 대한 우려는 ‘대수 II’ 교사 7명이 4월 16일 학교 이사회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서신을 보내면서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역 신문 워싱턴 이그재미너의 5월 17일자 보도에 의하면 교사들은 서신에서 지난해 신입생 중 너무 많은 학생들이 학교의 교과 과정을 소화시킬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성적 최하위권 학생들이 급작스레 많이 늘어나자 학교 측은 학업 성적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관찰 대상자 이외에도 수학과 과학 과목 성적이 낮은 학생 15%를 추가로 성적 하위권으로 분류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학생들은 아직 학업 수준이 심각한 상태는 아니나 거의 이에 근접해 있다.
학교 측은 현재 지난해 신입생 중 30%에 대해 추가 지도를 하고 있다. 추가 지도는 학생들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지며 상급 학년의 도움을 받거나 교사들이 소규모 그룹으로 따라 지도하기도 한다.
이처럼 추가 지도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학생이면서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 과목을 듣는 학생이 많아져 학생들 간의 기본 지식 차가 커 문제가 생긴다고 분석하고 있다.
TJ 9학년 중 대수 II 과목 수강생이 5년 전 65%에서 올해의 경우 90%로 크게 높아졌다. 일반 학교 같으면 대수 II는 대개 11학년이나 10학년 중 우수한 학생이 듣는 과목에 해당한다.
글레이저 교장은 “단지 TJ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수학 과목을 저학년에서 수강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글레이저 교장은 “단지 TJ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수학 과목을 저학년에서 수강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글레이저 교장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학 과목 수강 진도가 너무 빨리 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TJ 학생들이 난이도가 높은 수학 과목들을 일찍이 수강하는 것은 요즘 지역 추세가 그렇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한 세대 전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수 I을 9학년 때 수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당수 학교에서 8학년 때까지 대수 I을 마치도록 교과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훼어팩스 지역 학생 중 3분의 2가 대수 I을 8학년 때 이수하고 있다.
훼어팩스 교육위원회의 팻 하인스 위원은 “지난 수년 동안 수학 교과 과정 체계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며 “고교에서 대학 수학을, 중학교에서 고교 수학을 수강하는 등 이런 현상이 초등학교까지 이어져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인스 위원은 또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지금 카운티 전역에서 표명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인스 위원은 “학생들이 저학년일 때 수학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있지 못하다”며 “이 같은 추세에 다소 제동을 걸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성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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