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사람들은 3명만 모이면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그만큼 낙천적이라는 뜻인데 그래서인가? 이태리 음악만큼 밝고 명랑하며 해학이 가득 넘치는 음악도 없는 것 같다. 비발디를 비롯 롯시니, 베르디, 마스카니… 이태리의 음악들에서는 왠지 오렌지 향기가 가득 실려오는 것만같다.
한때 지붕을 덮을 만큼 커다란 라일락 나무가 있는 집에서 산 적이 있었다. 특히 4월과 5월이 되면 마당 가득한 라일락 향기 때문에 숨쉬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대문 앞에 다다르면 벌써 100m 전방 부터 라일락 향기가 코끝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라일락은 꽃 향기 중에서도 가장 냄새가 강한 종류의 하나인데 그 향기를 맡고 있으면 괜스레 하루종일 로맨틱한 기분에 젖어들게 되곤 하였다. 향기 속에 어떤 사랑을 일깨우는 화학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었을까?
당시 라일락 향기를 맡으며 음악 감상했던 곡들이 ‘타이스 명상곡’,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등이었다. 특히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는 당시 모 라디오 방송의 ‘3시 프로’에서 자주 틀어주곤 했는데 나른한 오후에 들려오던 이 곡은 지중해의 청명한 기후, 남국에 대한 동경이 가득 실려오는 것만 같았다.
한국에서의 오렌지 향기는 겨울철에나 맡을 수 있었지만(귤냄새), 캘리포니아에 와서 비로서 봄철에 오렌지 향기를 맡을 수 있게 되었다. 첫 느낌이 어딘가 톡 쏘는 맛이 마치 먼 나라… 이국의 미인을 보는 느낌이었다고나할까, 센슈얼하면서도 남국의 설레임이 밀려오는 느낌이었다.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무대 시칠리라는 섬은 5월이 되면 섬 안이 온통 오렌지 향기로 덮힐만큼 오렌지 생산지로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영화 ‘대부’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곳인데, 특히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간주곡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시골 기사도’라는 뜻을 가진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사실주의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무명 마스카니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내용은 다소 비감하지만 전편에 흐르는 음악이 상큼하고도 아름답다. 단 1막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시칠리아의 어느 부활절날 단 하루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시칠리아의 작가 조반 베르가의 작품을 오페라화했는데 사실적인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멜로디가 크게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마스카니는 푸치니와 절친했던 친구로서 밀라노 음악시절 푸치니와 함께 집시생활을 하면서 극단, 음악교사 등을 전전하다가 오페라 현상공모에 응모, ‘카발레리아 루스디카나’가 1등으로 당선되면서 일약 출세가도를 달리게 됐다. 내용은 불륜의 사랑을 다룬 비극으로서, 주인공 투리두가 옛 애인(롤라)과 사랑을 불태우다가 부활절 오후에 롤라의 남편 알피오에게 살해당하고 만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의 서두의 부활절 아침, 교회 종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합창곡이 그 유명한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이다. 때는 4월, 시칠리의 부활절 아침이다. 교회의 종소리를 들으며 마을 사람들이 교회로 향하고 있는데 ‘오렌지 향기에 신록은 짙어가고, 종달새 울음 소리에… 봄을 속삭이는 사랑의 노래… ‘라고 노래한다. 밝으면서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 청명한 선율이 일품이다.
나른하게 도취시키는 선율은 이태리인이 아니면 표현하기 힘든 서정과 낭만… 남국의 도취가 가득한데 지중해적인 해독제라고나할까, 이작품의 어두운 주제와 대비되어 참으로 밝고 화사한 아름다움을 안겨주는 곡이라하겠다.
‘카발레리리아 루스티카나’의 종반에 나오는 ‘간주곡’ 또한 널리 연주되는 아름다운 간주곡으로서, 극 속에서 산투자라는 여인이 애인(투리두)의 불륜을 밀고한 뒤 고뇌에 휩싸여 있는 장면에 나오는 곡이다. 현악기가 뿜어내는 밀도 있는 선율은 압권이며, 영화 ‘대부 III’의 끝장면을 통해서 그 서정미를 대중에게 크게 과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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