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명 이상의 고위 관료가 숙청을 당했다. 그 중 일부는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됐다.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진 전직 고위관료도 상당수다….” 5월도 하순으로 접어둔 시점에 북한 발(發)로 전해진 뉴스들이다.
탈북자는 3족을 멸하라. 김정은이 내린 첫 포고령이었던가. 그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도 모자라 세 번째 핵실험 채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일본, 미국의, 또 G 8의 잇단 경고에도 불구하고.
‘중국에게 북한 문제를 ‘아웃소싱’(outsourcing)한 미국의 정책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관련해 워싱턴 발(發)로 나오는 지적이다. ‘막가파’식의 북한도 북한이지만 그 중국을 감싸고도는 중국이 더 문제라는 이야기다.
지난 5월 초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서도 새삼 확인 된 것이 말과 행동이 다른 중국의 태도다. 세 나라 정상은 북한의 도발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공동성명에는 이 부문이 삭제됐다. 중국이 한사코 거부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요즘 서방의 관측통들이 하나같이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체제를 감싸고 든다. 그 결과 한국과 미국, 미국과 일본, 그리고 정서적으로 도저히 가까워 질 수 없는 한국과 일본의 안보관계도 강화됐다. 중국으로서는 전혀 달갑지 않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국가적 이해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아니 해가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극히 비(非)논리적이다. 왜 그런 북한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인가.
‘한반도에서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 ‘북한에서의 정권교체는 있을 수 없다’ ‘미군이 주둔하는 한국과 국경을 맞대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 중국의 전통적 한반도 정책이다.
한마디로 현상유지(status quo)를 원하고 있다. 그 연장에서 볼 때 북한의 핵문제는 우려사항이 아니다. 그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체제의 안정이다. 핵무장 북한은 전략적 자산일 수도 있다. 지정학적으로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더 적극적으로는 미국과 미국 동맹국의 발목을 잡는 장기 알로 삼을 수도 있다.
그 점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막 나가는 것이고, 그 북한을 중국은 비호하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그 전략적 동맹관계는 그러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북한의 중국어선 나포사건은 이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선박 북한 나포 첫 보도가 나온 것은 지난 8일이다. 그러나 중국선원들이 풀려난 현재까지 자세한 경위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점차 사실로 굳어지고 있는 것은 북한의 정찰총국의 소행일 가능성이다.
왜 정찰총국이 개입했나. 북경당국이 최근 보인 행보에 대해 김정은 체제는 불만을 품고 있고 그에 따라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중국어선나포를 감행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진단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북한 미사일발사 규탄 안보리 의장성명 지지, 탈북자 제 3국 출국 허용 등 중국의 조치에 대한 불만 표시라는 것이다. 맞는 이야기일까.
나포 어부들의 증언이 전해지면서 중국에서는 반(反)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블로그란 블로그는 북한을 규탄하는 내용으로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그 북한 비난 내용이 과거와는 달리 당국의 검열을 무사히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중국의 지도자들도 ‘먹이를 주는 사람의 손을 문 미친 개’같은 북한의 행위에 내심 격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 5월의 시점에서 전해진 이 뉴스들은 새삼 한 가지 사실을 예고하고 있는 것 같다. 피에 흥건히 젖은 김정은 체제의 앞날이 결코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김일성 사망 때 대다수 관측통들은 북한체제의 조기붕괴를 예상했다. 피터슨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는 그러나 정반대의 전망을 내놓았다. 그런 그가 김정일 사망 후에는 또 정반대의 전망을 했다. 김정은 체제는 얼마 못 간다는 것이다. 그 가장 주된 이유로 김정은을 꼽았다.
“그는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다. 김정일은 서방과의 대치에서 나아갈 한계를 알았다. 젊은 치기에 가득 찬 김정은은 위기상황에서 오판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의 앤드류 클래스터의 진단이다.
“김정은은 집권 5개월 만에 과거 김정일이 맺은 중국과의 약속을 모두 뒤집었다. 그리고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중국에 일절 사전 통보하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의 미래에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 인민대학의 스인흥의 진단이다.
무엇을 말하나. 북한은 중국과 혈맹의 관계다. 여전한 중국의 공식적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점차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더욱 더 고립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는 과연 얼마나 지탱할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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