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제퍼슨 과학고(Thomas Jefferson High School for Science and Technology: TJ)가 미국에서 최우수 공립고등학교로 자리매김한지 제법 오래되었다. 이 학교는 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 내에 위치하고 있지만 훼어팩스 카운티뿐 아니라 인근의 다른 학군들로부터도 학생들을 받는다. 미국 최고의 명성에 걸맞게 높은 SAT와 AP 시험 성적은 물론 내셔널 메릿 스칼라십 준결진출자를 가장 많이 배출해온 지 여러 해가 되었다. 졸업률과 대학 진학률도 거의 100%이다. 그리고 최고 수준의 대학 진학률도 다른 학교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높다.
TJ 입학은 해마다 삼천여명이 지원해 이중 480명 정도가 허가를 받는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그러기에 이 학교를 보내기 위한 준비 또한 치열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 학교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도 제법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위해 학원이나 가정교사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또한 입시 원서를 준비할 때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학생들도 있다.
TJ는 해마다 아시안 학생들의 입학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5년 사이에 45%에서 65%가량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흑인이나 히스패닉 학생들은 여전히 각 2~3%의 낮은 합격률을 보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것을 해결해 보기 위해 과거에 여러 방법이 모색되었다. 그러나 인종별 할당이나 가산점 제도는 불법이기에 실시할 수 없다. 한 때 지역적 안배 차원으로 훼어팩스 카운티 내의 각 중학교에 일정 숫자의 학생의 입학을 보장해 주는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그런데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입학한 학생들 중 흑인이나 히스패닉 학생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가정의 재정 상태를 고려할 것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한다 해도 그 혜택을 받는 학생들 가운데 흑인들과 히스패닉 학생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아시안 학생들 가운데에서도 이민자로서 가정의 재정 상황이 어려운 학생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수학과 과학 과목에 대한 관심도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면접을 통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시 받기도 했다. 즉, 흑인 학생들 가운데 발표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이들의 입학에 도움이 안 되겠나 싶어서 제안 된 것이다. 그러나 어린 8학년 학생들을 면접한다는 것은 교육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이러한 논의와 전혀 다른 방향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TJ에서 9학년생들을 가르치는 수학 선생님 7명이 TJ 입시 요강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서한을 지난 달에 입학 사정 책임자와 교육위원회에 보냈다. 이 선생님들이 지적한 문제점들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신입생들의 부족한 수학, 과학 실력이다. 약 삼분의 일 정도가 TJ에서 공부하기에는 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이 학생들의 부족한 점들을 보강해 주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는 입학 사정 과정을 통해 TJ에 적합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데에 허점이 있기 때문이라 했다.
이 선생님들이 분석해 본 결과 수학 입시 문제 수준이 6학년 셋째 쿼터 정도였고 내용면에서도 TJ에서 중요시 여기는 분석이나 평가 능력보다 적용 능력 테스트가 중심이라는 것이다. 즉, 현재 입학 시험의 수준과 내용은 TJ에서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학생들을 찾아내는 입학사정 도구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입학 사정 때 중학교 선생님들이 써주시는 추천서에 좀 더 무게를 실어달라고 했다. 선생님들의 평가만큼 신뢰를 부여할 수 있는 것도 없다며 특히 선생님이 입학을 추천하지 않을 때는 원칙적으로 입학을 허용치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중학교 때의 성적 중 수학이나 과학 과목성적을 더 중요시 여겨야 할 것이라 했다. 더불어 현재 8학년 2학기 성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데 그 때의 성적도 입학사정관들이 입학결정 후에도 검토해 볼 수 있게 제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TJ에 입학하기 전에 어느 점이 부족한지 좀 더 제대로 파악할 수 있고 학생들도 8학년 2학기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공부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선생님들의 건의가 앞으로 얼마나 반영이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러한 지적들이 받아들여질 때 신입생들의 인종적 분포에 줄 영향도 궁금하다. 오히려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 숫자가 지금보다 더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내년도 신입생들의 삼분의 이 가량이 아시안 학생인데 전혀 우려할 필요 없다 여기고 그냥 놔두어야 하는지 아니면 이러한 추세가 다인종, 다문화 사회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너무 편협한 교육환경을 조성한다 보고 개선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지 확신이 안 선다.
이는 멀지 않아 교육위원회의 주요 논의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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