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필 오페라 ‘돈 조반니’
▶ 프랭크 게리의 블랙 앤 화이트 무대 멀리비 자매 독창적 의상‘초현실적’ 두다멜 환상적 연주와 어울리며 천재들이 만든‘상상 그 이상의 세계’
모차르트 오페라‘돈 조반니’(Don Giovanni)가 이렇게 현대적인 공연으로 탄생할 수 있을지 누가 알았을까?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이 이처럼 훌륭한 오페라 무대로 꾸며질 수 있을지 누가 알았을까? 구스타보 두다멜과 LA 필하모닉이 오페라 연주까지 이토록 완벽하게 들려주리라고 누가 기대했을까?
18일 개막된 LA 필하모닉의 오페라 ‘돈 조반니’ 공연은 ‘상상을 초월하는 상상력’으로 전혀 새로운 공연무대를 창조한 환상적인 음악회였다. 세트와 조명, 의상과 분장, 음악과 노래가 특별한 조화를 이루며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초월적 공간을 창조, 관객을 새로운 세계로 이끌고 갔다. 거의 3시간에 이르는 공연 내내 가졌던 흥분과 감격이 어찌나 컸던지 그 여운이 아까워서 당분간은 어떤 다른 공연도 가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사실 지난해에 LA필이 처음 이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공연 팀을 소개했을 때부터 큰 기대를 갖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 디즈니 홀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세트 디자인을, 명품 패션하우스 ‘로다르테’(Rodarte)의 자매 디자이너 케이트와 로라 멀리비(Kate and Laura Mulleavy)가 의상 디자인을, 거기에 크리스토퍼 알덴(Christopher Alden)의 연출과 두다멜의 음악이라는 천재들의 팀 조합은 과연 오페라 공연예술의 새 장을 여는 걸작을 만들어냈다.
콘서트홀의 기본적인 구조 변형은 합창석을 없애고 오케스트라 석을 뒤로 밀어 살짝 올린 다음 넓어진 아래 무대에서 오페라 공연을 가짐으로써 오케스트라 연주와 독창자들의 소리가 부드러운 앙상블을 이루도록 했다. 사운드로 치자면 솔직히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에서 감상하는 오페라보다 훨씬 좋았다.
블랙 앤 화이트로 완전히 시각적 대조를 이룬 무대가 처음부터 눈을 압도한다. 검은 옷의 오케스트라는 검은 색 천을 배경으로 들어앉아 소리만 드러나게 했고, 반대로 무대는 눈부시게 흰색으로 꾸며져 가수들의 공연이 백지 위 그림처럼 그려지게 했다.
흰색 박스들과 종이들로만 구성한 세트, 시대를 가늠할 수 없게 독창적이고 자유스런 디자인의 의상, 이런 것들과 어울리는 화장과 헤어스타일은 특이한 조명과 함께 지극히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띠며 전혀 새로운 ‘돈 조반니’를 창조해 냈다.
때론 너무나 관능적이고, 때론 로봇처럼 무표정한 공연자들의 움직임도 특이했으며 가수들의 동선이 기존 오페라의 스토리 라인과는 완전히 달라서 신선했는데 이런 연출의 영리함은 클래식 ‘돈 조반니’를 알고 볼 때 더 많이 느껴지는 아름다움이라 하겠다.
두다멜과 LA필의 연주가 얼마나 훌륭했는지는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정말 좋았던 것은 젊고 싱싱하게 아름다운 주역 가수들의 노래와 연기였다. 희대의 바람둥이 돈 조반니를 맡은 바리톤 마리우츠 크비치엔(Mariusz Kwiecien)과 하인 레포렐로 역의 케빈 버뎃트는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공연을 보여주었고, 세 여인 카르멜라 레미지오(돈나 안나), 아가 미콜라지(돈나 엘비라), 안나 프로하스카(체를리나)도 열정으로 불꽃 튀듯 했다.
한마디로 귀에 들리는 음악은 천상의 모차르트 음악 그대로인데 눈으로 보는 공연무대는 컨템포러리 아트를 감상하는 전시장과 같았다고 하면 조금이나마 설명이 되려나.
‘돈 조반니’는 LA필이 3년 계획으로 시작한 ‘모차르트/다폰테’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이 시리즈는 모차르트와 로렌조 다폰테(대본작가)가 함께 쓴 3개 오페라를 매년 하나씩 풀 스테이지 버전으로 디즈니홀 무대에 올리는 프로젝트로, ‘피가로의 결혼’은 내년 5월17~25일 역시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세트 디자인을 하고 천재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이아가 의상을 맡을 예정이다. 세 번째 오페라 ‘코지 판 투테’는 2014년에 공연된다.
‘돈 지오반니’ 티켓은 24일, 26일 2회 공연이 남아 있다. 4회 공연 모두 매진됐다지만 박스 오피스에 전화해 보면 티켓을 구하기가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언제나 취소하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정말 보고 싶다면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이 공연은 꼭 그러라고 강력히 권하고 싶다.
(323)850-2000, www.laphil.com
<글 정숙희 기자·사진 Matthew Ima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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