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시카고 출장길에 나섰다 넘어져 뇌수술까지 받은 지난 100일간의 시간은 지옥과 천당의 왕복행이었다.
동트는 새벽이면 고요가 깃든 병원서 먼저 간 그리운 친구들의 미소가 삼삼히 떠올랐다. 진솔한 음성들이 위안이 됐다. 호탕한 그 친구의 웃음소리는 사라졌어도 맘속에 핀 감동의 여운은 아련하다.
봄소식을 알리는 새 노래와 울려 퍼지는 매화꽃 향기, 진달래, 동백꽃, 개나리 색이 인생을 밝힌다.
빛나는 스승의 날과 속삭이는 어머니날 노래에 지난밤도 눈물로 베갯잇을 적셨다. 가정의 달이니 한숨인들 사라질까. 집요하시던 선생님들의 야단과 모진 회초리에 감사한 마음뿐이다. 좋은 동량이 되고 훌륭한 시민이라야 한다던 학창시절 교훈과 교가가 귀 속에 쟁쟁하다.
영원한 약속의 고장 서울을 떠나 미국에 산지도 반백년을 넘으니 고집스런 산행(山行)도 습관이 되어간다. 자연 원리는 무엇이기에 선비정신을 고집할까. 설산(雪山) 정상에 올라 바다 속 계곡에 우거진 해초들을 상상하며 바람같이 오르고 내려간다.
철따라 산행에서 보는 자연은 아름답다. 인생이 풍요로워진다. 마음에는 평화로움이 넘친다. 겨울은 잠들고 봄은 곰들의 기지개와 개구리의 하품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고 초여름은 성장의 드라마와 짝짓기 유혹에 분주하다. 말라 죽은듯한 포도나무 줄기에 새싹이 움트고 매실나무도 꽃망울을 터뜨린다.
둔감한 사람조차도 긴 잠서 깨어나 등산을 하면서 깨달음을 즐긴다. 산이 주는 선물은 생과 사, 고저, 장단, 강약, 해와 달, 명암, 죄와 벌, 윤회사상, 에코 시스템을 선명히 보여준다. 필자가 즐기는 땀 흘리기도 마음을 비우게 한다.
수술을 앞두고 두뇌 사진을 찍은 후 의사에게 저 흑백사진은 무엇이냐고 물으니 “네 자화상으로 100년 후의 모습”이라고 했다. 해골만 남은 X-레이 사진 속 ‘내 자화상’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를 망각하고 설치던 삶이 부끄러웠고, 외계인 같은 본 모습에 그동안의 착각이 지나쳤다고 내 스스로에게 고백했다.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이 최고라고 의사는 미소로 답했다. 착각에 도취된 채 대학 강단에서 10여년, 교회와 전국 장로회 집회 등에서 30여년 설교, 연방 공무원 교육 20여년 경력은 도가 지나친 교만의 과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식한 놈이 잘난 체 해 온 빈 수레의 요란한 잡소리가 부끄럽기만 하다.
인간은 날 때부터 나약한 졸작일 뿐 일듯 싶다. 실패한 인생이 영웅보다 많다.
유람선 선장이 4,200명의 생명을 내팽개치고 배를 버린 채 도망친 기사(한국 1/13/2012)가 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해안에 좌초한 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 호에서 승선 몇 시간 만에 사고 발생으로 선장은 구호정으로 육지에 탈출했고 그 전에는 여성과 함께 술도 마셨다. 이 때 시신 13구에 실종자 70여명은 집단소송으로 정신적 충격, 물질적 손실, 휴가 보상 등 승객 한 명당 최소한 1만 유로씩 배상하며 회사도 곤욕을 치렀다. 기름 유출만도 2,400톤의 손해배상 을 지불했다.
사고나 불행은 예고 없이 닥친다. 충격은 누구나, 언제든지, 어디서도 발생한다. 뺑소니는 불법이고 사고는 인재(人才)일 뿐이다.
한국정치에서도 말이 씨가 되어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있었다. 한 대통령은 격분하여 ‘못해 먹겠다’는 말로 해를 당했다.
로마 제국의 천년사직도 향락과 허영으로 몰락했고, 제방도 작은 쥐구멍으로 무너졌으며, 야단을 맞고 잘 자란 성공사례도 있다.
교훈 세 가지를 다짐해 보았다. 환경탐사로 산행서 능선을 내다보며 생각을 크게 하고 작은 기쁨을 즐기자, 자기 발전에 열중하자, 비밀은 철저히 지키자.
꽃이 만개한 산은 평온하고 마음은 뜨거워진다. 정상은 오른 만큼 바닷 속 계곡의 해파리도 무성하리라. 영웅의 비장한 죽음도 몰아쉰 숨소리는 평온하다. 미세한 신(神)의 음성에 귀 기울이지 않고서는 큰 꿈과 빛은 성취 못한다. ‘산길을 따라 굴 따라 돌 바람’에 천지는 온기가 그윽하다. 풍수지리는 인생은 왕복표가 아니나, 산행은 왕복표라고 말한다. 여름을 향해 가는 봄꽃들의 축제에 5월 햇살이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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