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원
정법사 주지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자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자비는 오늘날 세상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자비가 필요합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다시피 이 세상에는 부족한 것이라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충분한 물질과 자본, 지식이 있고 뛰어난 저술가, 철학자, 심리학자, 과학자, 종교가가 있는가 하면, 또 법률가를 비롯하여 도덕의 집행자가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게 많은 현명한 사람들이 각자의 본분에 충실한데도, 우리가 평화롭고 행복하지 못한 것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 부족한 것이 다름 아닌 ‘자비’ 입니다.
자비는 보통 영어로 옮길 때 ‘ Love’ 라고 표현되지만 이 단어는 수없이 많은 나라에서 끊임없이 사용되어 오면서 너무 많은 의미를 지닌 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럼 불교의 자비란 어떤 것일까요? 불교의 자비는 두 가지 면을 뜻합니다.
먼저 소극적으로는 시기나 악의를 가지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으로도 대단한 것이기는 하지만 불교에서는 이보다도 자비의 긍정적인 면을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비는 영어의 ‘Love’ 와는 다릅니다. 자비는 소유하겠다는 마음 없이 오직 도와주는 마음, 자신을 모든 존재의 평화를 위해서 희생하는 마음인 것입니다.
이 자비에는 어떤 대상을 구별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당신이 마음에 드는 사람만을 사랑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이를 미워한다면 이것은 자비가 아닙니다.
자비는 단순이 감정의 상태가 아니라 행동의 원칙입니다. 그러니까 좋은 마음을 가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선한 행동을 실천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말로써만 풀이할 무엇이 아니라 우리들의 몸속에 스며들어 있어야 하는 규범입니다.
마음에 가득 차면 당연히 행동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자비는 이 지상의 모든 것과, 그리고 또 신분이 높은 이나 낮은 이나, 부자나 가난한 이나 가리지 않으며, 또 선한 이나 악한 이도 가리지 않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자비에 기초하지 않은 것, 자비가 없는 나라와 민족은 오래 갈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제시하신 이상은 바로 상부상조의 사회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주고 서로의 짐을 나누어 짊어지는 사회,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생각이 아닌 행동이며 이론이 아닌 실제입니다. 겉이 아무리 번드르르할지라도 알맹이가 없는 것은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순수한 사랑, 즉 자비를 가짐으로써 악한 마음과 분노는 자연히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 자비를 지니지 못하면 어떻게 남에게 그것을 나누어주고 실천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자비는 반드시 자기 자신으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올바르지 못하면 남을 도울 수 없으며, 자기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없습니다. 또한 스스로 고요하지 않으면 남을 고요하게 만들어 줄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항상 외적인 것보다 먼저 자기의 내면을 다스려야 한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항상 겉에만 치우쳐서 매사에 자기는 옳고 남은 틀렸다고 생각하여, 이제 남을 비난하고 헐뜯는데 습관이 된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항상 중요한 것은 누가 잘못을 저질렀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잘못되었느냐는 사실입니다. 개인이 완전해지면 그 사회가 완전해지고 세상이 완전해 지는 것입니다. 이 세상은 거대한 하나의 거울입니다. 당신이 환한 웃음을 띄고 거울을 바라보면 거울도 당신의 환한 미소를 되돌려 줄 것이고, 당신이 성난 얼굴로 대하면 거울 속에서 당신이 보는 것도 그 보기 싫은 찡그린 얼굴뿐 입니다.
당신이 이 세상을 제대로 대하면 세상도 당신을 제대로 대하고 당신이 남에게 친절을 베풀면 남도 당신에게 친절을 베풀기 마련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