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는 옥에 갇힌 부자 죄인 대신 볼기를 맞아주고 돈을 벌었다. 옛날 얘기지만 참으로 ‘하발이’ 직업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 그것도 최고 인권국가인 미국에 곤장보다 더 무서운 총알을 다른 사람 대신 맞아주는 직업이 있다. 놀랍게도 그 직장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이 줄을 잇는다. 대통령 경호를 맡고 있는 연방 비밀업무국(Secret Service)이다.
경찰관들은 범법자와 총격전이 벌어질 경우 우선 자기부터 안전하게 대피하도록 훈련받지만 SS 요원들은 그 총탄이 발사된 방향을 향해 의연히 서서 대통령을 엄호하도록 훈련 받는다. 대통령의 총알받이로 기꺼이 죽을 각오가 돼 있는 사람, 그리고 목숨을 건 국가원수의 보호임무를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라야만 SS 요원으로 선발된다.
팀 맥카티가 그런 사람이다. 그는 SS경력 22년째였던 1981년 정신병자 존 힝클리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저격했을 때 총알받이가 됐다. 그는 지금도 “내가 당연히 총을 맞아야 했다”고 강조한다. 당시 제임스 브래디 백악관 대변인은 머리에 유탄을 맞고 반신불수가 됐지만 맥카티는 쉽게 회복돼 나중에 올랜드 파크(일리노이)의 경찰국장이 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3년 전 취임식 후 펜실베이니아 길 한복판을 부인과 유유자적 걸으며 노변의 시민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TV로 중계 됐었다. 역대 최초의 흑인대통령이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엄청 컸었다. 검은 복장의 SS 요원 6~7명이 그를 전후좌우에서 옹위했고 주변 건물의 창문과 옥상에는 SS 요원 수백 명이 보이지 않게 깔려 있었다.
SS 요원들은 대통령 전용 리무진의 운전요령도 익힌다. 캐딜락 차체에 문짝 두께가 18인치, 유리창 두께가 5인치나 돼 ‘야수’라는 별명이 붙은 이 리무진을 갑자기 180도 회전(J턴)한 후 속도를 줄이거나 차선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반대방향으로 질주하는 연습도 한다. 대통령이 자동차 출장도중 무장폭도가 앞을 가로 막았을 경우를 대비한 훈련이다.
SS의 전체 직원은 6,700여명이나 된다. 이들이 모두 대통령을 직접 경호하지는 않는다. 신참요원들은 4개월간 훈련받은 뒤 국내외 지부에 배치돼 5~7년 경력을 쌓아야만 대통령 근접 경호팀(PPD)에 지원할 수 있다. 현재 200~300명 정도로 알려진 PPD 요원들은 5~7명씩 교대조로 편성돼 1년 열두 달, 하루 24시간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엄호한다.
대통령 경호만이 SS의 임무는 아니다. 실제로는 지폐위조, 신분도용, 사이버 범죄 단속 등에 더 주력한다. SS는 원래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이 위폐 수사기관으로 설립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링컨은 SS법안에 서명한 날인 1865년 4월 14일 밤 연극관람 도중 암살당했다. 그 뒤 거의 40년이 지난 1901년에야 비로소 백악관에 SS 경호요원 2명이 배치됐다.
신명을 바칠 각오로 대통령을 경호하는 SS 요원들이 기특해보였다. 동양왕조의 군신관계를 연상케 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에 암살당할 때 방구석에 숨어 있다가 총 맞아 죽은 경호실장 차지철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최근 산산조각 났다. SS 요원들도 별 수 없는 ‘놈팡이’들임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이 콜럼비아에서 열린 중남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에 앞서 선발대로 파견된 SS 요원들 중 11명이 현지 창녀들과 놀아났다. 놀아난 정도가 아니었다. 한 창녀는 자기와 잠자리를 같이한 SS 요원이 얼마나 멍청한지 자기가 원하기만 했더라면 대통령 경호와 관련된 정보를 모두 빼낼 수 있었다고 지난 주 TV 인터뷰에서 호언했다.
멍청할 뿐 아니라 치사하기도 했다. 화대로 800달러를 주기로 약속해놓고 자고 나자 30달러를 던져줬다. 화난 창녀가 경찰에 고발하는 바람에 ‘SS 스캔들’은 지구촌 언론의 톱뉴스를 장식했다. 결국 관련자 11명중 7명이 사표를 냈고 한명은 은퇴했고 다른 한명은 파면됐다. 대통령을 지키기는커녕 자신조차 지키지 못해 SS의 총알받이가 된 셈이다.
윤여춘
시애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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