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임(논설위원)
진시황(秦始皇, BC259~BC210))이 누구인가. 진나라 31대 왕이며 중국최초의 황제로 기원전 221년 중국 땅을 하나로 통일시킨 인물이다. 우리에게 더 유명한 것은 먹으면 죽지 않는 불로초를 구하러 제주도 정방폭포까지 사복을 내려 보낸 자가 아닌가. 그는 건강하게 영원히 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을 가장 리얼하게 보여주었다.이 시황제의 모습은 짐작도 할 수 없게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진흙으로 된 그의 병사들은 2,200여년 만에 중국 신시성 시안(要安) 땅 속에서 나와 생생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섰다.
얼마 전 맨하탄 42가 타임스 스퀘어 디스커버리 전시관에서 현재도 열리고 있는 ‘중국 시황제를 지키는 테라코타 병사들’ 전시회를 보았다. 8명의 병사와 두 필의 말, 갑옷과 기타 유물 등이 전시되어있는데 병사들은 미소 띤 표정, 살짝 끝이 말린 수염, 볼록 나온 배, 무언가 잡으려는 손가락 하나가 어찌나 섬세한 지 숨만 불어넣으면 금방 살아 움직일 것 같았다. 조명을 가린 관람객 그림자로 인해 얼핏 말이 움직였다고 착각할 정도로 말의 이빨, 말꼬리까지 세세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동안 사진으로 보던 1호 갱 안에 수천 명이 도열한 병사들 모습을 상상하고 갔기에 큰 감동은 없었지만 ‘10점 이상은 중국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규정에 따라 테라코타 한 점씩 뚝뚝 떨어져 진열된 것에 이해가 갔다. 그리고 진시황의 흔적은 찾을 수 있었다. 중국 고대 왕조 중에 진나라는 과거나 지금이나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린다. 진시황 사후 불과 4년, 통일 15년 만에 나라가 망했지만 최초의 중국 통일이라는 의미는 크다. 중국 역사상 수많은 왕조가 명멸했으나 최초로 통일된 진나라가 있었기에 그 후 유비도, 조조도 대업을 꿈꿀 수 있었다. 또 2,000년 이어진 중화제국의 원형을 만들었고 영어의 차이나(China) 호칭도 탄생했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진시황이 혼자 잘나서 천하통일을 이룬 것이 아니라 대업을 꿈꾸게 된 바탕에는 선조들의 밑받침이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오래전 ‘대진제국(大秦帝國)’이란 드라마를 3주 동안 밤새워서 본 기억이 났다.
2008년 북경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CCTV가 만든 총 51부작 대하드라마인데 통일을 위한 뚜렷한 목표를 향해 준비하고 기다리는 역대 진왕가, 특히 효공(孝公, BC381~BC338)과 상앙(BC390~BC338)의 이야기다.
중국 서쪽 변방에 자리한 힘없고 가난한 진나라의 제25대 군주 효공은 사상가 상앙을 등용하여 정치개혁을 시행한다. 어떤 반대세력에도 효공과 상앙은 서로 믿고, 따르며 백성의 편안한 삶을 위해 밤잠 안자고 일한다.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을 따라 진, 연, 제, 한, 위, 조, 초 등 전국 칠웅을 놓고 벌이는 멸국 바둑, 공주 형옥과 상앙의 혼인, 상앙을 돕는 백설의 사랑, 노자·묵자 등 제자백가가 활동한 시기의 효공의 숨겨진 사랑 등 픽션을 가미하여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상앙이 기원전 356년 변법을 반포하고 시행한 지 10년, 사람들은 법을 지키고 진나라는 전쟁마다 승리하며 마침내 강대국이 된다. 효공과 상앙은 강국이 된 나라를 바라보며 ‘100년 후면 후세 중에 이 광활한 중원을 통일할 인물이 나올 것’이라는 희망에 부푸는데 바로 그 인물이 진시황이다. 효공이 병사하자 옛귀족들이 부활, 대담한 개혁으로 인해 원한을 산 상앙을 체포, 거열형에 처한다. 대국 진의 기초를 쌓은 인물은 그렇게 갔지만 그 토대가 있었기에 오늘의 중국이 있을 수 있었다.
오늘 이민생활이 너무 힘들어 괜히 미국에 왔나 하는 한인이 있다면 자신은 후세를 위한 밑거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이민 1세들의 피땀과 희생, 노고가 있었기에 지금 2세들이 빛을 보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블루칼라 직업에서 벗어나지 못해도 자녀들은 당당한 실력과 막힘없는 자신감으로 주류사회의 커다란 물줄기가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후세들은 국제사회의 큰 인물이 되어 행보도 점차 다양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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