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에서 현재 제공하고 있는 한국어 프로그램은 훼어팩스 고등학교 아카데미의 정규 과목들과 5개 초등학교에서 진행하는 글로벌(GLOBAL, Global Language Opportunity Benefiting All Learners) 프로그램이 전부이다. 그런데 올 가을부터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예정이다. 온라인 강좌를 세 과목 개설하고 쌍방향 외국어 심층학습(Two-Way Immersion) 프로그램을 한 초등학교에 도입할 계획으로 준비 중이다.
훼어팩스 고등학교 아카데미의 한국어 과목은 사실 1999년 내가 주장해 관철시킴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교육청 담당 실무자들은 한국어 과목 신설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었으나, 내가 직접 한국어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서명을 받아 교육감에게 제시해 신설된 프로그램이다. 물론 처음엔 3년의 실험기간을 거치는 것을 원칙으로 했었다. 외국어 과목을 신설하려면 초급반부터 적어도 세 단계 정도의 과목 수강 기회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상급반으로 올라가면서 학생 수가 줄어들 수 있기에 처음 시작할 때 초급반과 중급반을 합쳐 적어도 50명 이상의 학생이 수강신청을 해야만 강좌개설이 가능하다.
한국어 과목이 신설될 당시 처음에는 충분한 숫자의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했으나 해가 지나면서 수강자가 줄면서 훼어팩스 고등학교 자체로는 과목 유지가 어려워졌다. 다행히 훼어팩스 고등학교에 타 학교 학생들도 와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아카데미가 있어 한국어 과목을 아카데미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현재 훼어팩스 아카데미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 수는 네 단계 수준의 과목들 모두 합해 총 100여명이 넘는다.
글로벌 프로그램은 방과 후 프로그램인데 현재 5개의 초등학교(콜린파웰, 컵런, 이글뷰, 모스비웃, 파플러트리)에서 실시되고 있다. 2년 전에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시작되었는데 일주일에 한 시간씩 25주간에 걸쳐 진행된다.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여러 수업 내용을 한국어로 다시 배우고 한국 문화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재정 지원이 3년 정도라고 생각해 볼 때 그 후에 이 프로그램이 계속 유지, 발전되기 위해서는 교육청 자체나 다른 형태의 재정확보가 불가피할 것이다. 현재 5개의 초등학교에서 거의 250명 정도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오는 가을부터 새로 도입되는 온라인 한국어 수업을 통해서는 세 단계 수준의 과목들을 제공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 과목들은 고등학교 정규학점으로 인정되는데 중, 고등학생이면 누구라도 수강할 수 있다. 학생들이 평소 학교에서 수강신청 할 수 있는 7개 과목 중 하나로 이 온라인 과목을 포함시키는 경우에는 별도의 수업료가 없다. 그러나 추가과목으로 택하면 수업료가 한 학기에 325달러이다. 훼어팩스 카운티에 거주하는 학생이 아닐 경우 한 학기 수업료가 375달러이다. 온라인 한국어 과목의 커리큘럼 개발과 첫 해의 교사 확보에도 한국 정부의 지원이 있었다. 가능한 많은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의 기회를 통해 한국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올 가을에 새로 시도되는 또 하나의 다른 프로그램으로 쌍방향 외국어 심층학습이 있다. 콜린파웰 초등학교에서 유치원 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영어가 모국어인 학생 25명, 한국어가 모국어인 학생 25명으로 시작할 것으로 준비하고 있다. 50명의 학생을 모국어가 한국어인 학생들과 영어인 학생들을 각 절반씩 섞어 두 학급을 구성하는데 하루 수업 중 절반은 영어로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한국어로 진행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2개 국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데 주목적을 두고 있다. 또한, 한국어로 수업이 진행되는 시간에는 한국어가 모국어인 학생들이, 그리고 영어로 진행되는 시간에는 영어가 모국어인 학생들이 리더 역할을 하며 모든 학생들이 지도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는 장점도 있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네 초등학교에서 스페인어와 영어로 진행되고 있는데 가을에 콜린파웰 초등학교의 한국어/영어 프로그램을 비롯 두 학교가 추가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이 한국어/영어로 제공되는 것은 워싱턴 지역에서는 훼어팩스 카운티가 처음이다.
글로벌 프로그램 참여는 물론 자원하는 학생들에 한한다. 이 프로그램을 실시함에 있어 한국어가 모국어인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는데 지장이 있을까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훼어팩스에서 스페인어/영어로 실시되고 있는 학교들과 미국 내 타 지역의 학교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의 학력성취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 가을에 유치원 학년으로 시작하지만 내년 가을부터 매년 한 학년씩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어렸을 때부터 2개 국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 중 가장 효과가 높은 것으로 여겨지는 이 프로그램에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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