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의 하단 냉동고형 냉장고가 최근 덤핑여부로 도마 위에 올랐었다. 한국 언론은 지난 3월 말 미국 상무부가 이들 제품에 높은 반덤핑 관세를 적용, “반덤핑 관세로 한국 냉장고 미 수출 길 막혔다”고 보도했다. 그 후 한 달도 안 된 4월 중순 한국 언론은 “삼성, LG 냉장고 덤핑 아니다”라며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가 상무부의 결정을 뒤집었다고 보도하였다.
여기서 ITC가 상무부의 결정을 뒤집었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삼성과 LG 냉장고 수입이 덤핑에 해당해도 미국 산업에 중대한 피해가 없다고 ITC가 판정하였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 옳은 해석이다.
상무부는 몇 % 덤핑이 이루어졌느냐는 덤핑률(덤핑%)을 정하는 기관이고 ITC는 덤핑으로 인해 미국 기업에 미치는 피해 여부를 가리는 기관이다. 이들 두 독립된 기관의 판정이 일치해야 미국정부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한편 한미 FTA로 한국 상품이 무관세로 미국에 들어오는데 반덤핑 관세는 한미 FTA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 FTA는 정상적인 일반 관세를 없애는 것이지 반덤핑 관세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덤핑은 수입 가격이 공정시장가격(Fair market value)이하가 되는 것을 말한다. 수입물품이 생산국의 국내 값보다 더 싸게 수입되거나 생산가 이하로 수입되는 경우 공정시장가격 이하로 수입된다고 간주한다. 수입가격과 공정시장가격의 차이인 덤핑 폭(Dumping margin)을 산정한 후 이를 공정거래가격으로 나누면 덤핑률이 나온다.
외국기업의 덤핑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기업이나 협회는 상무부에 덤핑 사실 확인 및 덤핑률 산정 청원서를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ITC에는 덤핑이 미국 내 관련 산업에 피해를 입혔고 앞으로 입힐 가능성이 있다고 판정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하여야 반덤핑관세 적용을 위한 연방정부의 조사가 시작된다.
청원자의 주장이 옳을 가능성이 있다는 임시결정이 내려지면 상무부는 먼저 덤핑 여부와 덤핑률을 서류심사나 현지방문 심사를 통해 결정한다. 덤핑 심사를 받는 기업은 서류심사나 현지심사 준비를 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수십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 정도 든다고 한다.
해당기업은 반덤핑 관세를 물지 않기 위하여 대미 수출가를 올리고 또 수출량으로 줄이기도 한다. 그러면 청원한 미국 기업은 시장을 넓히고 값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세계은행의 연구에 의하면 덤핑관세로 미국 수입상품의 평균 관세를 6%에서 23%로 올리는 효과가 있어 미국 기업의 이윤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번 삼성과 LG의 하단 냉동고형 냉장고의 경우 2011년 10월 미 상무부는 삼성의 덤핑률은 한국산 32.2%, 멕시코산 36.65%, LG의 한국산은 4.09%, 멕시코산은 16.44%라고 임시판정을 내렸다. 이 임시판정 후 실질심사 결과, 상무부는 삼성의 한국산은 5.16%, 멕시코산은 16.95%, LG의 한국산은 15.41%, 멕시코산은 30.34%의 덤핑률을 최종 결정하여 지난 3월 발표하였다.
그러나 ITC가 4월 양사의 냉장고 수입가격이 비록 덤핑이지만 청원자인 월풀 냉장고를 비롯한 미국 산업에 미칠 피해가 크지 않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고 판정하였다. 이런 결정으로 미국 정부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냉장고 회사들이 양사의 덤핑으로 경쟁력을 상실, 공장을 닫는다든가 직원을 해고하는 등 실질적이고 중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다시 반덤핑 청원을 할 수 있다. 처음 미국시장을 개척하기 위하여 덤핑 수출을 해도 시장 점유율이 낮아 미국 산업에 피해가 없는 한 상관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수출회사의 경쟁력이 커져 미국산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때는 싼 값으로 경쟁하는 덤핑은 피해야 한다. 품질을 높이고, 미국회사보다 품질보증기간을 더 길게 하는 등 서비스를 높여 좋은 값에 수출하여야 한다.
한미 FTA의 무관세 혜택과 관계없이 반덤핑 관세는 적용된다. 덤핑은 수출회사가 손해를 보며 싼 값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점유하는 비상수단이다. 이제 한국 제품은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품질과 서비스가 좋아 가치가 있다는 좋은 이미지를 미국 소비자들에게 심어줄 때가 되었다.
이청광 /퍼시픽 스테이츠대 교수
drccrh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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