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는 용감했다.”
LA 레이커스에 이어 LA 클리퍼스도 3승1패 리드를 날리고 탈락할 위기에서 벗어났다. 백업 선수들의 벼랑 끝 투혼으로 일궈낸 구단 역사상 가장 빛나는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이커스가 안방 7차전에서 이긴 반면 클리퍼스는 적지에서 해냈다는 점에서 더욱 값진 승리였다. NBA 플레이오프 시리즈의 최종 7차전에서 원정 팀이 이기는 경우는 20%도 안 되지만 클리퍼스는 13일 테네시주 멤피스의 페덱스포럼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후보 선수들이 마지막 4쿼터의 27점 중 25점을 책임지며 열세 예상을 뒤엎었다. 파이널 스코어는 82-72.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4승3패로 따돌린 클리퍼스의 플레이오프 시리즈 승리는 41년 만에 단 3번째며, 본거지를 LA로 옮긴 후로는 2번째다.
클리퍼스와 서부 탑시드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맞붙는 2회전 시리즈는 15일 샌안토니오에서 시작된다.
클리퍼스 포인트가드 크리스 폴은 오른쪽 히프 부상을 딛고 19점(9리바운드)을 올렸고, 블레이크 그리핀(8점 4리바운드 2스틸 2블락샷)은 상대 파워포워드 잭 랜돌프(9점 12리바운드)와 치열한 몸싸움을 펼치며 무릎상태가 점점 악화돼 마지막 4쿼터에는 거의 뛰지도 못했다. 하지만 클리퍼스는 그리핀 대신 뛴 케년 마틴이 11점 10리바운드, 폴이 쉴 때 뛴 에릭 블렛소가 8점을 올리고 USC 출신 명사수 닉 영이 벤치에서 일어서 13점, 식스맨 모 윌리엄스가 9점을 보태며 그리즐리스를 울렸다.
3쿼터 후 55-56으로 뒤졌던 클리퍼스는 4쿼터가 시작되자마자 11-2로 몰아치며 승기를 잡았다. 폴과 그리핀이 벤치에 앉아있는 가운데 경기 종료 8분41초 전 마틴의 팁슛이 들어가면서 66-58로 앞섰고, 3점슛 라인 오른쪽 한 중간에서 다리를 모으고 있던 윌리엄스가 레지 에븐스의 패스를 받아 정확하게 한 방을 터뜨려주며 71-61로 스코어를 10점차까지 벌렸다.
그리고는 마지막 3분26초 동안 자유투 10개 중 9개를 성공시켜 승리를 굳게 지켰다.
클리퍼스는 이날 리바운드 싸움에서도 그리즐리스에 46-44로 앞섰다.
작년 플레이오프 2회전 시리즈에서도 최종 7차전에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 패했던 그리즐리스는 홈코트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땅을 쳤다. 1차전에서 27점차 리드를 날린데 이어 최종 7차전도 클리퍼스 내주고 시즌을 접었다.
그리즐리스는 이날 3점슛 13개가 모두 빗나간 게 치명적이었다.
파우 가솔과 함께 LA 레이커스가 살아났다. 큰 무대에만 서면 작아지는 선수로 몰렸던 가솔이 23점 17리바운드 6어시스트 4블락샷의 눈부신 활약으로 명예를 말끔히 회복한데 힘입어 덴버 너기츠를 96-87로 제압, 레이커스는 1회전부터 최종 7차전까지 끌려간 위기를 넘기고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2회전 충돌 코스에 올라섰다.
레이커스는 12일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벌어진 NBA 서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1회전 시리즈(7전4선승제)의 파이널 7차전에서 신승, 3승1패 리드를 날리고 탈락한 9번째로 팀으로 NBA 역사에 남을 위기에서 벗어났다. 메타 월드 피이스(론 아테스트)가 7경기 출장정지 처벌을 받고 돌아오자마자 15점, 백업 포인트가드 스티브 블레이크가 포스트시즌 커리어 최다 19점을 보태 코비 브라이언트는 ‘조연’으로 조용히 17점만 거들어도 됐다. 앤드루 바이넘도 16점 6블락샷에 플레이오프 커리어 최다 18리바운드로 선전했다.
그래도 쉽지는 않았다. 3쿼터 중반 62-46으로 달아나며 낙승할 것처럼 보였던 레이커스는 3쿼터도 끝나기 전에 16점차 리드를 거의 다 날려버렸고, 4쿼터가 시작되자마자 뒤집혀 69-73까지 뒤졌다.
메타 월드 피이스와 블레이크의 연속 3점포로 재역전에 성공한 뒤에도 78-78 접전이 계속되다 레이커스는 가솔의 오펜시브 리바운드 5개에 이은 팁슛 골을 하이라이트로 메타 월드 피이스의 블락샷, 블레이크의 3점포가 연달아 터지면서 마침내 승기를 잡았다.
구단 역사상 단 3번째 최종 7차전을 치른 너기츠는 포인트가드 타이 로슨과 포워드 알 해링턴이 각각 24점으로 분전했지만 9번째 플레이오프 진출 만에 두 번째로 1회전을 통과하기엔 부족했다.
조지 칼 너기츠 감독은 경기 후 “1~2일 후 탈락의 실망이 걷히면 자랑스럽게 느껴질 시즌이다. 지금까지 감독 생활을 하면서 지고도 만족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 앞에 있는 선수들 단 한 명에도 불만이 없다. 대단한 혈전이었는데, 끝에는 레이커스의 사이즈가 우리의 스피드를 누른 것 같다. 골은 이길 만큼 넣었지만 리바운드를 충분히 잡아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 전 “이 경기에서 패하면 해고될 것”이란 매직 잔슨의 공개적인 비난까지 들어야 했던 마이크 브라운 레이커스 감독은 “메타 월드 피이스의 공이 컸다. 기록으로 나타나지 않는 수비 때 기가 막힌 플레이가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레이커스 대 썬더 2회전 시리즈(7전4선승제)는 14일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막을 올린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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