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준비 5~6개월 전 시작을
▶ 마감임박 서둘러 쓰다보면 유혹에 넘어가 대학들 소프트웨어 이용 족집게처럼 적발 혐의 드러나면 입학 후라도‘학교서 퇴출’ 충분한 시간 갖고 토픽 파악 가족등 에 물어 꼼꼼히 메모 9월께 초안 → 11월 최종완성
대학 입학원서를 작성할 때 표절 유혹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에세이다. 명문대일수록 에세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뾰족한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고, 원서 제출 마감일이 다가오면 급한 마음에 인터넷에서 타인이 쓴 글을 따오기도 한다. 하지만 표절은 치명적이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다고 해도 도덕문제가 발견되면 대입사정 과정에서 탈락이라는 쓴잔을 마시게 된다. 미국 내 많은 대학들은 표절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이 구글, 야후 등 인터넷 검색엔진을 통해 대학 입학원서 에세이를 다운로드 한 다음 자신이 작성한 것처럼 꾸며 대학에 보내는 경우가 잦아지자 대학들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에세이 표절에 대해 전문가들을 통해 자세히 알아본다.
실태
지난 2006~2007년도 대입시즌 기간에 학생들이 미 전역의 대학들에 제출한 입학원서 에세이 45만3,000개를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체크한 결과 19만9,963개 에세이에서 표절과 관련된 문제점이 발견됐다. 이들 에세이를 통해 적발한 크고 작은 표절 건수만 100만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에 지원한 870명 중 12명이 에세이를 표절해 제출했다가 적발돼 전원 탈락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 ‘스밀 칼리지 오브 비즈니스’(Smeal College
of Business)의 경우 입학을 원하는 학생 360명이 제출한 에세이 중 29명의 에세이가 온라인 공간에서 따온 구절이나 문장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 왜 표절 유혹 받나
학업성적이 뛰어나고 SAT, ACT 등 대입학력고사 점수가 만점에 가까운 학생 중 상당수가 에세이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장르의 책을 많이 읽고 꾸준히 글을 써온 학생이 아니라면 그럴 듯한 에세이를 쓰는 일이 쉽지가 않다.
해를 거듭할수록 명문대 입학이 어려워지고 명문대일수록 입학사정에서 에세이 비중이 높아 수준 이하의 에세이를 제출할 경우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학생들에게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멋진 에세이를 제출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게 한다. 종합대학 4개 중 1개가 입학사정에서 에세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많은 학생들은 아무런 전략도 없이 명문대 진학을 고집하고 입학원서 제출 마감일이 임박해서 허둥지둥 에세이를 쓰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표절 유혹에 쉽게 넘어가기도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인터넷 관련 기술이 등장하는 시대인 만큼 인터넷 검색을 제대로 못하는 고교생은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누구든지 ‘구글링’(구글 검색으로 정보를 서치하는 행위)을 조금만 하면 무엇이든 원하는 정보를 찾아볼 수 있으며 칼리지 에세이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타인이 작성한 칼리지 에세이들이 사이버 공간에 널려 있기 때문에 돈을 들이지 않고도 잘 만들어진 ‘작품’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도 표절 확산에 한몫을 하고 있다.
레너드 최 페어팩스 고교 교감은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일수록 좋은 대학에 붙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표절 유혹에 빠질 수가 있다”며 “평상시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학들, 호락호락하지 않다
에세이 표절을 근절하기 위해 대학들은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적당히 남의 쓴 글을 베껴서 제출해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1. 컴퓨터 소프트웨어
갈수록 에세이 표절문제가 심각해지자 일부 대학들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 ‘iParadigms, LLC’ 가 개발한 ‘터니틴‘(Turnitin) 이라는 표절행위 적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표절행위 단속에 나서고 있다.
터니틴은 대학들이 접수하는 모든 입학원서 에세이 내용을 자체 데이터베이스 콘텐츠와 비교해 데이터베이스 문서 내용과 학생의 에세이 내용이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일치할 경우 이를 적발해 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터니틴은 120억페이지에 달하는 디지털 콘텐츠와 1억1,000만개의 학생 에세이 등을 데이터베이스에 보유하고 있어 표절행위를 효과적으로 잡아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콘텐츠는 수시로 업데이트 되거나 내용이 추가된다.
터니틴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개발사에 연 수천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지원하는 학생 수가 많은 대학일수록 비용 부담은 더 크다.
현재 스탠포드 대학,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 등 100여대학 및 대학원이 터니틴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탠포드 대학의 경우 매년 3만6,000여명에 달하는 지원자 중 7%에 달하는 지원자들의 에세이를 터니틴을 통해 표절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또한 미국 내 대부분의 사립대학들이 채택하고 있는 ‘공통지원서’(Common Application)도 2013년 가을학기 입시부터 터니틴 활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소프트웨어를 채택하는 교육기관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2. 베테런 입학사정관
대학들이 컴퓨터 소프트웨어만으로 표절 행위를 적발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이 많은 입학사정관들도 표절한 에세이를 가려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지원자의 SAT 또는 ACT 작문 샘플과 입학원서 에세이에 등장하는 표현이나 단어의 수준이 다를 경우 표절이 적발되기도 하며 학업성적은 시원찮은데 에세이를 너무 잘 써내거나 인터뷰 도중 표현력이 변변치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에세이 내용이 그럴듯할 경우 의심을 살 수가 있다.
적발 때 처벌은
표절한 에세이를 입학을 희망하는 대학에 제출했다가 적발될 경우 입학사정에서 자동으로 불합격 처리된다. 만약 대학에 진학한 뒤 입학사정 과정에서 에세이를 표절한 혐의가 드러날 경우 입학 취소와 함께 학교에서 퇴출당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에세이 표절 피하려면
대학들이 표절행위 적발을 위해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든 말든, 표절에 발을 담그는 것은 나의 미래에 치명타를 맞을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는 사실을 학생들은 명심해야 한다.
에세이 표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은 다음과 같다.
1. 에세이를 쓰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소스를 꼼꼼히 기록해 둔다. 리서치를 하는 도중 저자, 책 또는 인쇄물 제목, 발행인 또는 출판사 이름 등을 모두 적어두는 것은 필수다. 인용구를 따오기 전에 소스의 이름을 먼저 적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2. 소스로부터 원문 그대로 글이나 구절을 따올 경우 주위에 꼭 따옴표를 붙이도록 한다. 인용구는 저자가 쓴 그대로 따오되 인용구 끝 부분에 괄호를 붙이고 그 안에 소스 및 저자 이름, 인용구를 찾아볼 수 있는 페이지 넘버를 적어 넣도록 한다.
3. 소스에 나온 구절이나 표현을 다른 말로 바꾸더라도 소스와 저자 이름, 페이지 넘버를 적는다. 오리지널 표현을 다른 말로 옮길 경우 따옴표는 붙이지 않아도 된다.
4. 자신이 직접 작성한 글을 제출한다. 다른 사람이 내용을 바꾼 뒤 제출해도 표절행위가 성립된다. 쉽게 말해 자기의 글이 아닌 것은 표절된 에세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장기 플랜을 세워라
UC계열 대학의 경우 원서마감은 11월30일, 대다수 사립대학의 경우 원서마감은 1월1일이다. 따라서 예비 12학년생들은 6개월이라는 비교적 넉넉한 시간을 갖고 에세이를 준비할 수 있다.
준비를 철저히 할수록 더 좋은 내용의 에세이를 작성할 수 있다. 단계별 대입 에세이 전략을 소개한다.
1. 6월 -> 대학 지원서를 살펴 본다
지원할 예정이거나 관심이 가는 대학의 원서를 구해 내용을 살펴본다.
각 원서 에세이 주제를 미리 파악하는 것만으로 절반의 성공을 거두게 된다. 각 학교 입학원서는 해당대학 인터넷 웹사이트나 학교 입학 사무실에 연락에 얻을 수 있다.
2. 7~8월 ->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들을 떠올려본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순간들을 머릿속에 떠올려본다.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에게 나를 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형용사(adjective)
3개를 말해 달라고 요청하고 이를 일일이 메모해 둔다. 이맘때 쯤 바람직한 에세이 토픽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3. 9월 -> 에세이 초안을 쓴다
어느 대학에 지원할 것인지 대략 윤곽이 잡혀 있을 시기다. 대입원서 에세이 토픽도 확실히 파악했다. 에세이 초안 작성을 시작한다.
4. 10월 -> 에세이 교정을 부탁한다
완성한 에세이 초안을 학교 칼리지 카운슬러, 영어 교사, 또는 친분이 있는 어른에게 보여주고 교정 및 조언을 부탁한다.
5. 11월 -> 최종원고(final draft)를 완성한다
에세이 최종 원고를 작성한 후 신뢰할 수 있는 어른에게 교정을 부탁한다. 그런 다음 내용을 다시 한번 보고 보충할 것은 보충하고 마지막 손질을 한다.
도움 요청하기
에세이를 완성한 뒤 표절을 했는지, 안 했는지 판단이 서지 않으면 정중하게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도록 한다. 이 때 “다른 사람이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에세이를 대신 써줄 수는 없다”는 원칙을 머릿속에 집어넣도록 하자. 자문을 구하는 것은 절대로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일부 대학은 지원자들에게 “에세이를 쓸 때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았느냐. 받았다면 어떤 도움을 받았느냐”라고 묻기도 해 학생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의 ‘정직함’이다. 어떤 질문을 받던, 정직하게 답변해야 한다.
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해 마음이 편치 않을 경우 에세이를 작성하기 전 고등학교 카운슬러와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학교 교사 - 대부분의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를 원한다. 영어 교사가 도움을 요청하기 가장 적합한 사람일 수 있지만 다른 과목 선생도 에세이를 봐줄 수 있다.
▲가족 - 언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가족이면 다른 사람이 엄두도 내지 못할 ‘특별한 것’을 가지고 있다. 바로 학생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점이다.
<구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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