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교회들의 분란이 끝없다. 돌고 도는 물레방아 같은 그 요지경 속을 들여다보면 대개 돈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담임목사 해임으로 끝난 토랜스제일장로교회 분규의 경우도 이전 내분 때 교회를 떠났던 이들을 받아들이는 절차에 대한 이견이나 리더십 이슈 외에 목사 사례비, 긴 법적 시비의 소산인 소송비용 등이 논란의 중심에 자리잡았다. 남가주의 어느 교회에서는 이중 회계장부 운영과 부당한 지출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일부 교인들이 수년 전부터 담임목사와 당회를 상대로 힘겨운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교회 싸움은 필연적으로 기독교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하나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간의 화목’이라는, 예수의 십자가에 담긴 의미마저 훼손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당사자들이 정면충돌로 치닫는 것도 자존심을 지키고픈 마음과 더불어 밀리면 예배당 건물을 빼앗긴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결국 돈이 문제다!
성경이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음에도, 돈이라는 우상에 빠져 전전하지 못한 재정운용과 비리에 눈 감는 것이 오늘날 많은 교회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LA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꽤 오래 전 ‘건강한 교회 점검표’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 단체는 사회법 준수, 합리적이고 정직한 의사 결정, 사회에 대한 관심 등의 분야와 함께 ‘재정적 투명성’을 돌아보도록 권유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헌금을 제대로 쓰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체크 리스트 몇 가지를 제시했다. 재정상황을 정기적으로 교인들에게 알리고 있는가, 재정운용 규정이 있는가, 정기적으로 외부기관의 회계감사를 받고 있는가, 모든 재정사용에 영수증 처리를 하고 있는가, 임직 때를 포함해 모든 헌금이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가, 건물이나 시설에 필요 이상의 돈을 쓰지 않고 선교와 구제에 중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는가, 목회자들의 급여가 현실적인 생활비 수준인가 같은 것들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황의 음침한 터널을 지나는 시절이다. 생계난으로 인생의 깊은 수렁에 빠진 수많은 교인들의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런 와중에서도 그들은 오직 믿음에 기대어 생활비를 줄여가며 ‘살을 깎는 심정으로’ 십일조 등 헌금을 교회에 내고 있다. 이런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체인 헌금을 긴요하게 쓰고 한 점 의혹없이 보고하는 것은 지당한 일이다.
베이지역의 부흥하는 신앙공동체인 샌프란시스코 사랑의교회는 2005년 이래 7년 가까이 매달 인터넷 홈페이지에 재정보고서를 올리고 있다(나이 든 사람들을 위해 교회 벽에도 붙이고 유인물로도 배부한다). 타교회 신자와 네티즌까지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 투명성을 확보한 것이다. 보고서에는 사례비(담임목사와 부목사의 차이가 200달러에 불과하다), 심방비(월급을 편법으로 분산시킨 것이 아니라 영수증 처리를 하는 실제 비용이다), 사택 임대료 등 담임목사 관련 항목에서 시작해 모든 지출과 수입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더 놀라운 것은 빠른 답변을 약속하며 게시판이나 이메일을 통해 궁금한 사항을 직접 물어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만사 불여튼튼을 위해 수입담당 집사, 지출담당 집사, 보고서 담당 직원을 따로 두고 있다. 숫자를 가지고 장난하는 일이 불가능한 셈이다. 돈을 둘러싼 의문이 없기 때문에 이 교회의 연말 공동의회는 몇 분이면 끝난다.
이강일 담임목사는 “교인들이 눈물과 정성으로 드리는 헌금에 늘 감동하고 있다. 공개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필요했지만 하나님과 사람 앞에 떳떳한 교회가 되기를 원해서 결심했다”고 밝혔다. 또 “교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담임목사가 받는 금액이 정확하게 얼마인가와 숨은 돈이 없는가이다”라면서 “외부에 집회를 갈 때는 교회에서 300달러의 비용을 타가고 강사료는 전액 교회에 헌금한다. 혹시 심방 때 돈을 받더라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모두가 똑같이 할 필요는 없지만 이 교회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좋은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돈만 밝히고 부자만 대접하는 목사, 장로들의 모습에 실망해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난 시대, 변해야 교회가 산다. 썩어빠진 구습을 따르는 옛 사람을 벗고 뼛속까지 변해야 기독교가 살고,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산다.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복음을 전하고 싶어도 크리스천들은 “교회가 세상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말은 입 밖에 내지도 못한 채 교회가 세상의 절망, 탄식거리가 되고 있다는 자괴감으로 숨죽이고 지내게 될 것이다.
<김장섭 종교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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