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소장 신기욱)에서 강연한 박영신 연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74, 사진)는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한국사회의 근간을 이룬 ‘가족주의’와 ‘경제주의’가 교회 안에서 개교회주의와 성공제일주의로 이데올로기화 되어 기독교 본래의 정신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강연 후 그와 가진 개별 인터뷰에서 박교수는 그 논지를 상세히 밝혔다. 또한 목사로 사역하고 있는 ‘예람교회’의 이야기도 들려주며 기독교정신의 회복을 주장했다.
◆세속질서와 영합하는 교회, 기독교 정신에 위배돼
교회는 세속질서(교회 밖의 질서)와 긴장하는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교회의 사명이며 기독교의 본질이다. 세속질서에 영합하고 그 잣대에 맞춰 잘살고 편안하게 지내려 하는 것이 한국교회를 지배하고 있다. 그것은 기독교의 정신이 아니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앞장서서 외치고 가르치고 몸소 실행했던 ‘별난 사람’이었지만 지금의 기독교인들은 ‘보통사람’이 되어 버렸다. 사회 관행에 순복해 그 논리에 무감각해져 가는 것이 오늘날 한국기독교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가족주의’가 강화된 그 사회적 배경
한국교회가 강조하는 가족주의는 한 그리스도 안에서 한형제라고 말한 사도 바울의 가족이 아니라 내 교회, 내 교인만 잘되면 된다는 식의 기업식 마인드다. 인간은 가족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지만 조선시대 유교사상으로 한국사회의 가족 중심 마인드는 합리화 정교화 제도화되었다. 19세기 후반 초기 기독교는 전통세력과 대결하는 신앙운동이었고 문화세력이었다. 그러나 일제 강탈이 심화되면서 반일운동이 강화되고 전통과의 싸움은 약화되었다. 선교사들이 조심스럽게 선교하면서 가족의식을 약화시켰지만 광복을 맞이하면서 기독교가 팽창하고 전통과 영합하는 일이 지속되어 한국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교인들 말씀 위에서 분별력 가져야
한국교회 병폐를 낳은 가족주의와 성장제일주의에서 벗어나려면 교인들이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 개신교정신은 진리추구와 불의대응에 있다. 교회에 문제가 있고 불법이 있다면 조금의 분란과 혼란이 있더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목회자의 권위에 무조건적으로 순종하기보다는 말씀에 비춰 옳은 길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관성에 기대기보다는 말씀 안에서 깨어 있어야 하며 용기를 가져야 한다. 모여서 먹고 마시는 것은 사교그룹이다.
◆오늘의 설교로 교인들과 자유롭게 토론
‘나와 그대가 이웃의 아픔을 돌보는 선한 사마리안이 되자’가 기도제목이다. 내가 사역하는 ‘예람교회’는 조직도 작고 건물도 없는, 일종의 대안 교회다. 일요일 오후 서울 서초동에 있는 대한성서공회 건물 한쪽을 빌려 예배를 보고 형식적인 십일조도 없앴다. 다만 건물월세를 낼 정도의 헌금만 모은다. 설교도 한 명의 목사가 일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목사 몇 명이 돌아가면서 한다. 예배 후 2시간 동안 오늘의 설교를 통해 교인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며 말씀이 삶 속에서 실행되도록 성찰하고 고민한다. 이 교회가 꼭 지식인만 다닐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학력과 나이도 천차만별이다. 예람교회는 현재 30여명이지만 40명만 넘으면 자발분리를 할 계획이다.
◆사회에 대해 책임지는 이민교회 되길
이민교회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한국교회보다 더 고착화됐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한인이민교회들은 한인끼리만의 결속 강화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은 사실이다. 이것 역시 유사가족주의다. 한인들은 자신의 비즈니스에는 열심이지만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비율이 극히 낮다. 다양한 이민자들이 사는 사회에서 자기 이익만 채우기 급급하다면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질 수 없다. 이 문제를 이민교회들이 고민해주었으면 한다.
◆초기 기독교인들의 귀한 믿음을 기억하라
100여년 전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 사회의 따돌림을 받았던 초기 기독교인들의 귀한 믿음이 있었기에 한국교회가 터전을 닦을 수 있었다. 그들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지만 귀한 사람들이다. 기독교 정신을 실천했던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의 마음가짐으로 우리가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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