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마술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종교적 기적이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신앙의 차원이지, 보편적인 기적이나 마술이란 것이 이 세상 존재할리 없을 것이다. 음악사에서 마술적 효능을 실제적으로 실험해 본 작품이 있었는데, 바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Magic Flute)’란 작품이었다. 음악의 신비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극은 다소 성인동화같지만 그 진지성은 참으로 대단한 도전이었다.
물에 빠진 자가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것은 스스로 헤엄쳐 나오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즉 제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해도 스스로 헤엄치거나 아니면 빠져 죽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극적 성향으로 볼 때 ‘마술피리’는 가장 모차르트답지 않은 작품 중의 하나였다. 평소 선호하던 코믹 오페라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돈지오바니’처럼 극적 성공이 보장된 작품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마술 피리’속에서는 오히려 매우 복잡미묘한 인간의 내면… 선과 악의 미묘한 마찰 및 빛과 어두움… 시련과 극복 등 다채로운 내용이 그려져 있고 그 어느 한 가지도 쉬운 주제는 아니었다.
특히 마술피리 하나로 어떤 위험도 단번에 잠재워 버린다는, 동화같은 주제는 그야말로 (작품속에서)기적의 마술 소리가 들려오게하지 않는 한, 한갖 조롱거리로 전락할지도 모르는 위험부담조차따르는 작품이었다. 음악의 천재였던 모차르트 역시 이런 류의 작품은 그의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작품을 남긴 뒤 2달만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즉 마술피리가 아닌 그의 유작이 되어 버리고 말았는데, 왜 하필 모차르트는 죽음 앞두고서 이런 문제의 작품을 다루게 되었을까?
흔히 모차르트를 가리켜 음악적 아이큐(IQ) 2백정도의 천재라고 한다. 그 천재를 재는 척도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범인이 흉내낼 수 없는 폭발적인 상상력과 스피드 있는 선율감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하겠다. 그러나 그 천재적인 재능에도 불구하고 모차르트는 결코 생활고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특히 말년에 이르러선 생활고에 찌든 나머지 중뿔난 작곡활동을 멈출 수가 없었는데, 이것은 그의 영혼과 육체에 커다란 타격을 안겨주는 것이었다.
당시 모차르트는 레퀴엠(진혼곡)을 작곡하며 ‘자신을 위한 작품일지 모른다’는 예언(?)을 남겼다고하는데, 모차르트 앞에게 나타난 최후의 작품 ‘마술피리’역시 그에게 묘한 유혹… 결국 그의 최후, 최대(?), 그리고 죽음의 덫이 되고 말았다.
모차르트가 남긴 가장 위대한 오페라는 ‘돈지오바니’를 꼽지만 독일 오페라는 진정한 출발은 ‘마술피리’였다. ‘돈지오바니’에 시큰둥했던 베토벤조차도 ‘마술피리’를 보고 큰 감동을 느꼈다고 하는데, 모차르트 역시 인생의 가장 어려웠던 순간에 다가온 ‘마술피리’… 음악의 신비가 다룬 주제가 무척 맘에 들었는지 죽기 전까지 이 작품의 선율들을 중얼중얼 읊고 다녔다고 한다.
‘마술피리’는1791년 9월 비인에서 초연됐는데, ‘마술피리’를 처음 대했을 당시… 이 작품이 결코 신비하다거나 다른 모차르트의 작품에 비해 더 위대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없었다. 다만 ‘마술피리’를 효과적으로 만드는 것은 무대장면이었는데 음악은 오히려 극 속에 가려져 버리고 오로지 피리 하나에 의지해 역경과 시련을 극복해 보려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속에서 한 인간 모차르트를 발견하고 큰 감회을 느꼈을 뿐이었다.
한 인간에게 믿음을 주는… 구원의 대상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일 것임에 분명할 것이다. 그것은 삶이란 어차피 끝없는 꿈… 그 꿈의 그늘이 사라져 버리는 순간만큼 비참한 것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차르트가 남긴 ‘마술피리’는 천재의 소산이라기보다는 여러모로 실험정신이 가득한 작품이었다. 음악의 신비를 본격적으로 펼쳐보겠다는 야망… 그것은 처음부터 역부족이었고, 아무리 천재였지만 그것은 그의 꿈으로 남고 말았다. 그러나 후대는 모차르트를 기억했고, 그가 던졌던 희생정신… 그 위대한 ‘마술피리’의 혼을 잊지 않았다. 우아하게 생긴 백조라는 동물은 평소에는 잘 노래(울지) 하지 않다가 죽을 때가 되어서야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한다고 한다. 모차르트가 들려주고 싶은 백조의 노래는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이 작품은6월 13일부터, SF 오페라가 펼치는 여름 페스티발에서 들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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