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포네는 1899년 뉴욕에서 이탈리아 이민자 이발사와 재봉사 사이에서 9남매 중 맏으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공부는 잘 했으나 교칙 어기기를 밥 먹듯 하다 14살 때 여교사 얼굴을 정면으로 가격, 퇴학당하고 만다. 길거리를 전전하던 그는 깡패 두목 프랭키 예일을 만나 주먹 세계에서 두각을 드러내지만 적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얼굴에 세 개의 칼자국이 남는 사고를 당한다. 그야말로 ‘오리지널 스카페이스’였던 셈이다.
20대에 신천지 개척을 위해 뉴욕을 떠나 시카고로 간 그는 때맞춰 시작된 금주령으로 노다지 비즈니스가 된 밀주 장사에 뛰어든다. 라이벌 갱단 제거와 시장과 경찰 매수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 그는 시카고 최대의 갱단 보스로 떠오른다. ‘발렌타인스데이 학살’을 비롯, 수많은 살인을 저지른 그였지만 평생 살인 혐의로 기소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잘 나가던 그의 인생을 종치게 만든 것은 탈세였다. 그를 살인 사건 배후 조종자로 모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사법 당국은 그에게 탈세의 고리를 걸었고 그는 유죄 평결 후 11년 형을 선고 받고 새로 막지어진 샌프란시스코 알카트라즈 교도소에 수감된다. 7년 복역 후 가석방으로 풀려나지만 젊어서 걸린 매독 때문에 정신박약아가 돼 말년을 병석에서 보내다가 1947년 48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미국에서 알 카포네를 비롯한 시카고 갱단이 한 때 밀주를 팔며 국기를 흔들었다면 한국에는 반국가 단체인 북한을 찬양하며 국기를 흔드는 집단이 있었다. 8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암약했던 주사파가 그들이다. 이들은 남한은 미국의 식민지며 북한이야말로 정통성을 가진 한반도 유일의 국가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김일성 초상화 앞에 무릎 꿇고 머리 숙여 기도하며 한반도가 김씨 왕조에 의해 통일될 그날까지 목숨 바쳐 살기로 맹세한 집단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당국의 단속으로 와해되고 동구권과 소련의 몰락을 보며 전향했지만 아직도 꿋꿋이 대한민국이 아니라 북한을 진정한 조국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남아 있다. 이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 구 민노당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악이요 자신들만 선이라고 확신하는 이들에게 국법이나 민주주의는 하품 나는 소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하다면 어떤 부정과 불법도 용인된다.
이들과 유시민의 국민참여당, 심상정, 노회찬의 진보신당이 함께 만든 통합 진보당이 요즘 선거 부정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분을 겪고 있다. 국회의원 비례대표를 뽑는 경선 과정에서 ‘총체적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보고서가 나왔는데도 구민노당계의 당권파는 이를 부정하고 오히려 이 보고서가 조작된 것이라며 반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시민 말대로 이번 사태는 누가 진보당을 흠집 내기 위해 조작한 것이 아니라 내부자들이 자초한 것이다. 이런 부정을 저지르고도 반성하기는커녕 이를 지적하는 사람을 공격하는 자세는 정상적인 두뇌를 가진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꼼수다’ 김용민의 막말 파문으로 총선에 참패, ‘멘붕’(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말로 ‘멘탈 붕괴’라는 뜻) 상태에 빠져 있던 야권과 진보당 지지자들은 이번 내분을 보며 ‘더블 멘붕’ 상태다.
약자에 대한 배려가 지고의 가치인 서구의 진보와는 달리 한국의 ‘진보’는 미군 장갑차에 의한 교통사고 규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한미 FTA 폐기 등 한반도 평화의 유일한 버팀목인 한미 동맹의 틈을 벌리고, 궁극적으로 이를 깨는 일에 최대의 관심과 열정을 보여 왔다. 그러면서도 굶주리고 수탈당하고 고문당하는 지구상 최대 약자 북한 민중에 대해서는 한 톨의 연민도 애정도 보여주지 않는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하지만 요즘 한국 ‘진보’는 부패한 상태에서 분열하며 망해가고 있다. 당국의 단속에도 생명을 이어오던 종북 주사파가 부정선거라는 무덤을 스스로 파고 드러누운 셈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로지 김씨 왕조를 위해 사는 자들이 ‘진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한국 정치판과 진짜 진보의 이름을 더럽히는 일이 영원히 사라지기를 빈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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