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가 더욱 더 경색돼 가고 있다. 전쟁이라도 날 것 같은 방정맞은 느낌도 드는 게 요즘 심정이다.
북한은 최근 김정은 등극에 때 맞춰 광명성 3호를 쏘아 올려 국상 분위기를 일소하고 축제로 치루려 하다 실패했다. 그 바람에 도와주려던 나라들로부터 배신감을 사게 됐고 식량원조도 단절됐다. 그야말로 50여 개국의 기자들까지 초청해 놓고 구럭도, 게도 다 잃는 망신을 당한 것이다. 이쯤 상대가 참담한 입장에 섰으면 우리는 그들의 자업자득으로 돌리고 그냥 관망하는 것으로 족했을 것이다.
하루가 바쁘다고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북한은 농지(토지) 개혁을 해야 한다”고 식량난을 언급했고, 김관진 국방 장관은 “국산 미사일 현무 2호, 3호 미사일이 발포 원천지 창틀까지 쫓아가 박살 낼 수 있다”고 성능을 과시했다. 북의 광명성 3호 발사 실패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
중환자일수록 환부를 건드리면 비명 소리가 커지는 법이다. 모멸감에 부글부글 끓고 있던 북한이 중앙방송을 통해 온 종일 욕설, 협박을 쏟아냈다. “역도 패당,” “이명박 X,” “쥐 XX,” “조중동 악당들,” “3,4분내 초토화,” “새 방식 불벼락,” “빈 말 아니다” 등 분기탱천 당장이라도 쳐 내려올 것 같은 기세였다.
상대가 난감한 처지에 섰을 때 의연하지 못하고 경솔하게 쾌재를 부르며 약 올리는 남한의 태도, 정당한가. 존엄, 존엄 내세우는 국가 대표 방송이 품위 없이 막말 욕설을 하한선 넘어 마구 뱉어내는 북한의 저질 언행은 또 뭔가. 그야말로 남북이 막가자는 얘기인데 한심스러워 연민의 정마저 들 지경이다.
이명박 정부의 통일정책 기조는 ‘핵 포기 개방 3000’이다. 북이 핵을 포기하고 시장을 개방하면 북한 인민 1인당 3천 달러 소득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언뜻 듣기에는 무슨 자비라도 베푸는 것 같지만, 실은 이러한 황당한 제안으로 북과 원수의 개념만 더했을 뿐이다.
선군 정치, 계획 경제가 북한의 권력 유지 운영의 기본 틀이다. 여기다 대고 ‘핵개방 3000’을 내놓았으니 손들고 항복하라는 소리와 무엇이 다른가.
어느 쪽을 두둔하고,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에게 진정 화해, 통일 의지가 있다면 남북 ‘윈 윈’으로 가야 하는데 반대로 먹고 먹히는 길로 역행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우리 민족의 슬기의 지혜 역량이 모두 이것 밖에 안 되나.
요즘 양측 간에 첨예하게 대두되고 있는 북방한계선(NLL) 문제만 봐도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문제만 대화로 해결해도 남북이 결정적 화해 분위기를 조성해 낼 수 있는데도 오히려 전쟁을 할 뻔 했다.
원래 북방 한계선은 1953년 7월 휴전협정 직후 주한 미 8군 사령관 클라크 장군(당시 주유엔 사령관 등 중책 7개 겸임)이 일방적으로 그어 놓은 것이다.
북의 해군력은 보잘 것 없었고 서해 도서 대부분은 미군이 점령하고 있었다.
당시 휴전을 적극 반대하던 이승만 대통령의 북쪽 침범을 방지하기 위해 클라크 장군이 인위적으로 설정했다는 뒷얘기도 실화처럼 따르고 있다. 그래서 남방한계선(SLL)이 아니고 NLL인 것이다.
북한으로선 NLL로 인해 어획 사업의 지장은 물론 특히 교역 개방을 하려니 천혜의 요충으로 꼽히는 ‘해주항’이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NLL 이남에 위치한 도서들을 피해 선박들이 우회 입출항을 하는데 시간과 물류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북은 계속해서 “NLL은 불공평했고 억울하다”며 서해안 일대를 국제 분쟁 지역으로 만들려고 생존차원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남한은 “유엔 사령부의 NNL설정 이후 그동안 아무런 이의도 제기않다가 이제 와서 무슨 생트집이냐”고 일축해 버린다.
어차피 우리가 북의 개방을 촉구하는 바에야 일체의 무력도발 방지 약속, 선박 검색 수락, 입출항 사전 통고 등의 협약으로 ‘윈 윈’ 타개책은 성립할 수 없을까. 언제까지 남북이 이 문제로 살벌한 대치를 이어갈 것인가.
NLL은 단순히 우리끼리의 대화 부족만을 원망하기엔 물론 강대국들의 영향력을 눈감을 순 없다. 쉽게 말하면 중국의 미국 기피 주장으로 북한 개방 자유화 거부감과 미국의 동북아 교두보로서의 남한 수호 의지가 맞물려 있다. 좀처럼 남북 화해 무드의 서광이 비치질 않는다.
더군다나 심각한 일은 남북간 어떤 긴박한 사태가 와도 완충역을 담당할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실지로 물리적 충돌, 전쟁이 날 것 같으면 누군가 화해를 중매해야 하는데 눈에 띄는 그런 세력이 보이질 않는다.
참 걱정이다. 겁이 나서가 아니다. 남북 당국자들 행태를 보면 언제라도 전쟁이 난들 이상할 게 없으리만치 막가고 있다.
나라 위기 때 앞장서야 할 보수, 진보 어느 쪽에 역할을 기대하는 것도 허무한 연목구어인 것 같다. 이들마저도 비민주적 소아병에 걸려 극단주의 편파주의로 가고 있다.
조금만 의견이 달라도 벌레 씹은 듯 등을 돌린다. ‘수구꼴통’ ‘빨갱이’가 이들의 입에 붙은 노래다. 이들이 남북화해 완충역을 맡다니 턱도 없는 희망이다. 북한 가서 아부하고 제 나라에 침 뱉는 진보도 많다하고 독재의 하수인으로 제 국민 억압 착취하는 보수도 많이 목격했다.
보수, 진보가 남북 관계를 악화시키는 존재들인지 아닌지는 장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남북 극한 대결에 완충역을 찾을 수가 없다. 혹시 해외 양심 세력들이 잘 결속하여 남북을 어르고 달래는 건전 세력으로 등장하면 어떨까? 어느 쪽에서도 하자가 없는 인물들로 말이다. 해외 거주 교포들은 남북의 실정법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공평한 평가가 가능하고 해외 환경에서 애국심 정서가 강할 것이다. 뜻 있는 교포 인사들이 나서라.
김구, 장준하, 비명에 간 통일 영령들이 지하에서 가슴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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