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덕선 수필가
헬레나 할머니는 아들 다섯에 조카딸 하나를 합쳐 여섯 명을 잘 키운 분으로서 우리 젊은 이민 세대들에게 존경을 받던 분이었다. 한국에서 남미 이민의 문이 처음 열렸을 때 맨 처음으로 배를 타고 파라과이에 도착한 남미 이민의 첫 주인공이다.
그곳에서 조그만 선물 가게를 시작해서 억척스럽게 돈을 벌어 나중엔 백화점에 가까운 선물 가게를 했단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 교육 때문에 미국에 오기를 마음먹고 계획을 세워 아이들 하나하나를 미국에 심기 시작했다.
7년에 걸려 모두가 다 미국에 정착하게 되었다. 자기가 낳은 아들 다섯에 조카딸 하나까지 여섯 명을 다 공부를 시켰다.
나이에 비해 일을 열정적으로 했고 영어가 서툴러 애를 먹는 일이 있으면 영어 사전을 옆에 놓고 상대가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남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 혼자 해내는 분이었다. 그런 가운데도 책 읽기를 좋아해서 항상 그 할머니 방엔 조그만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책들로 가득 차 있었다. 바쁜 가운데도 책을 옆에 끼고 살았다.
김 헬레나 할머니의 삶은 하나 흐트러짐이 없었고 삶에 대한 열정이 남달리 대단했고 생각이 긍정적이었다. . 나이가 들어 은퇴 한 다음 여행을 할 때도 나이에 맞지 않게 말도 통하지 않는 소련을 그것도 여행사를 통해 안내를 받지 않고 혼자서 여행을 계획 하고 다녀왔다.
그런 분이 하루는 어머니 날은 왜 생겼는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하는 것이었다.
얘기를 들어본 즉 어머니 날 아침 첫째 아들, 둘째 아들, 셋째 아들들의 전화가 계속 왔단다. 어머니 날이니 아이들 데리고 어머니께 찾아오겠다는 것이었다. 전화 벨 소리에 콧노래를 부르며 평소 아들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기에 행복 했었단다. 음식을 다 만들어 놓고 아들들을 기다리는데 오겠다는 시간이 다 되어도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 이제나 올까 하고 바깥을 내다보며 음식을 불에 올려 놓았다가 내려 놓았다가 하는 일을 여러 번 했다. 그러다 보니 음식도 쪼라 들고 아들들이 오면 같이 먹겠다고 기다리던 배는 고파서 배에서 소리를 냈다. 어느덧 바깥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마침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셋 째 한태서 전화가 왔다“어머니 죄송해요. 집사람이 일이 생겨서 시간 내에 도착이 어려워 못 가겠어요,” 라는 전화였다. 연달아 둘째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이들 렛슨 때문에 바빠서 못 오겠다는 것이었다. 아침부터 어머니 날이라고 오겠다고 전화했던 아들들 하나 하나가 다 이유가 있어 못 오겠다는 전화였다. 헬레나 할머니는 하루 종일 굶은 배를 쥐고서 나에게 전화를 했다. 어머니 날은 왜 생겨서 나를 굶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하는 것이었다.
나 역시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나는 가게를 열심으로 운영하며 아이들 넷을 피아노다, 바이올린이다, 첼로다, 플룻 이다, 열심히 가르쳤다. 방학이 되면 골프, 테니스, 유도, 태권도, 등 정신 없이 아이들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릴 때였다. 그러면서 헬레나 할머니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모습이 당신께서 젊었을 때 아이들을 위해 정신 없이 달렸던 모습과 너무도 닮았다고 했다.
“적당히 해요”평생을 바쳐 잘 키운 자식들도 자기 생활에 충실하다 보니 자기는 어머니 날도 쫄쫄 굶었노라고 했다. 일년에 한 번 날을 정해놓고 그날만이라도 부모를 섬기라고 한날이 이렇게 쓸쓸히 지나는 날이 되었다. 헬레나 할머니는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한국에 계신 내 어머니의 모습 같이 생각되었다. 어머니 날 이와도 멀리 산다는 핑계로 전화 한 마디, 선물 하나 보내놓고 내 살기에 바빠 허둥대던 생각을 하며 헬레나 할머니의 모습이 내 어머니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내 어머니는 고명 딸인 나 하나와 아래로 남동생 넷을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잘 키우신 분이다. 내 자식들만 아니고 친척들 아이들까지 등록금이 없어 학교를 못 가면 배울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하면서, 그 등록금을 다 마련해 주셨다.
그러나 어머니 당신은 자신에겐 준엄하게 사셨고 자신을 위해 쓰시는 돈은 굉장히 인색 했다. 죽으면 썩어질 몸인데 하시면서 조금 아프신 것은 참으시고 많이 아프셔야 약을 사다 잡수셨다. 이제는 나도 어느덧 은퇴를 했다. 아이들도 다 커서 가정을 가지고 있고 손자들도 있다. 은퇴 후 첫 번 째 맞이하는 어머니 날 나도 굶지 않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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