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람이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지만 그 바람의 실체는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하라고 하면 난감해 질 수 밖에 없다. 그저 흔들리는 나무 잎새나 아니면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바람이 있고 없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나뭇잎이 세차게 흔들리면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고 말하고 가만히 있으면 바람 한 점 없다고 말한다. 바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무 잎이 흔들리는 것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차림새나 겉모양만 보아서 남녀의 구별은 가능하지만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럴 때는 그 사람의 언어와 행동을 보면 마치 흔들리는 나무 잎새를 보고 바람의 세기를 짐작 할 수 있듯이 어느 정도의 사람인지를 가늠할 수가 있다.
얼마 전 한국 국회의원 선거에서 막말을 해 대던 어느 후보자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고 그런 이유 때문에 낙선을 했다고도 한다. 그 사람의 겉모양만 보아서는 풍채 좋고 듬직해서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에 손색이 없어 보였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허물어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보자의 막말은 국회의원 후보자로서는 입에 담기 어려운 수준이었고 내용은 그 사람 부모의 얼굴에 먹칠을 하게 할 만큼 비도덕적이어서 여론의 질타를 받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 사람의 어린 자녀들에게 씻을 수 없는 수치심을 안겨 준 아비여서 그 가정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며 자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는 점이다. 물론 “자기 팔 자기가 흔드는데 무슨 걱정이 그리도 많으냐”고 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국회의원에 도전할 만큼의 사람이 그 정도 수준의 인물이었나를 생각하니 나라 앞날이 걱정되어 내가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 후보자의 막말 덕분에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린 데가 없다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고마운 일이기는 하다.
막말로 인해서 망신을 당하고 사회에서 퇴출된 사람이 어디 이 사람뿐이랴 만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그동안 온 나라를 어지럽게 휘젓고 있던 막말의 전성시대가 막을 내렸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원래 말이란 “천냥 빚도 갚는다”고 할 만큼 잘만 쓰면 덕(德)과 득(得)이 되지만 한마디 잘못하면 패가망신 할 수 있는 무서운 도구(道具)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화(禍)는 입으로부터 나오고 병(病)은 입으로부터 들어간다고도 했으며 “칼에는 두 개의 날이 있지만 입에는 백 개의 날이 있다”는 베트남 속담은 말을 많이 하다가 설화(舌禍)를 입는 경우를 조심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 주고 있다.
대체로 말이나 행동은 가정교육을 통해서 습득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막말이나 막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네들이 바른 가정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받았다 하더라도 이를 내면화하지 못한 상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때로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과정에서 막말이나 막된 행동을 배우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이는 대체로 사춘기를 전후한 청소년들의 호기심이나 또래 집단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관심을 끌어보려는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심리학자 매슬로우(Maslow)가 주장하는 것처럼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은 “내적 욕구”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일치하고 있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거나 그 과정을 지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서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통과의례(通過儀禮)’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 이를 보는 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이기도 하다.
고운 말과 예의 바른 행동은 훌륭한 부모 슬하에서 양질의 가정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일이다. 가정이야 말로 반듯하고 바른 예절과 언어행동을 가르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교육의 장(場)이며 자녀들에게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인생을 준비하게 하는 기본적인 교육내용을 담고 있는 잠재적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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