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주필)
요즘처럼 갈수록 삭막해져 가는 세상에서 ‘가족적’이라는 말만큼 우리에게 절실한 단어가 없을 것 같다. 기계문명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도덕률이 무너지고 인간성이 말살돼 결과적으로 가정이 거의 붕괴 상황에 이르렀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적이라는 말을 아쉬워하는 모양이다. 가족이라는 말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가슴을 따스하게 만든다. 잘못이 있어도, 섭섭한 일이 있어도, 한 핏줄을 나눈 가족끼리는 모든 것이 사랑으로 용서된다. 즐거운 일은 함께 보태 더 크게 만들고 슬픈 일은 함께 나누어 더 작게 만든다. 가족들이 서로 감싸주는 울타리가 가정이고, 합심해서 삶을 영위해가는 보금자리가 가정이다.
인터넷에서 가정의 참 모습을 잘 표현한 글을 읽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가정은 자고, 깨고, 나가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애정의 속삭임과 이해의 만남이다. 가정은 사랑이 충만한 곳이다. 거기는 비난보다는 용서가, 주장보다는 이해와 관용이 우선되며 항상 웃음이 머문다. 가정이란 따뜻한 심장과 행복한 눈동자가 마주치는 곳. 가정은 어린이들의 첫 교육의 장소이며 거기서 자녀들은 옳고 그름과 사랑을 배운다. 가정에선 아픔과 상처가 싸매지고 슬픔은 나눠지며 기쁨은 배가 된다. 가정은 화려한 왕궁도 부럽지 않고 돈도 그다지 위세를 못 부리는 곳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소중함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가정이 붕괴되면 가족이 해체되고 사회가 어지러워지고 범죄가 난무한다. 결국 국가의 기강이 해이해지면서 나라의 운영이 원만하게 돌아가지 못한다. 이 세상의 기본 단위가 가정이기 때문이다. “신의 가장 중요한 창조질서는 바로 가정”이라고 스위스 신학자 에밀 부르너가 갈파했다. “모든 것을 잃어도 가정이 있으면 아직 다 잃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가져도 가정을 잃으면 다 잃은 것이다” 라는 말도 있다. 가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우는 말들이다.
우리 가운데 진정으로 “내 가정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요즘처럼 가족관계가 흐려진 상황에서는 별로 많아 보이지 않는다. 가정의 참 행복이 무엇이며 행복한 가정을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모르기 때문일 터이다. 채근담에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집안사람이 허물 있다 하여 몹시 성내지 말 것이며, 가볍게 버리지 말 것이니 그 일을 말하기 어렵거든 다른 일을 빌려 은근히 교회(敎誨, 가르쳐 깨닫게 함)하라, 오늘에 깨닫지 못하거든 내일을 기다려 두 번 경계하라. 봄바람이 언 것을 풀듯이 화기가 얼음을 녹이듯이 하라. 이것이 바로 가정의 규범이니라.”
평화로운 가정에는 행복이 저절로 찾아온다는 중국 속담도 있다. 어떻게 하면 가정이 평화롭고 즐거운 곳이 될 수 있을까? 누군가가 혼 없는 육신은 사람이 아니며 사랑 없는 가정은 가정이 아니라고 말했다. 평화로운 가정은 무엇보다도 사랑이 전제돼야 한다. 요즘은 한 지붕아래 사는 가족이 서로 남 보듯 하며 사는 집이 적지 않다. 경쟁사회 구조 속에 생활이 점점 더 분주해지고 황금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돼가면서 가족 간에도 사랑이 메말라가고 있다. 사랑이 없는 가정은 깨진다. 한국에선 요즘 부부 두 쌍 중 한 쌍이 갈라서고 있고 미국에선 4가구 가운데 하나가 나 홀로 가정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딱한 현실이다.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안나 카레리나’는 “사랑으로 이루어진 행복한 가정은 가족 모두가 서로 닮아 있지만 사랑이 없는 가정은 서로 유리된 채 따로 따로 논다”고 꼬집는 말로 첫 문장을 시작하고 있다. 5월엔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날이 있다. 그래서 가정의 달로 불리운다. 내 가정은 화목한지, 가족이 서로 사랑을 나누고 있는지 다시 확인하자. 미진하다고 생각되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경구라도 벽에 써 붙여놓고 가정에 행복이 찾아들도록 노력하자.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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