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쇠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앞으로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하루가 멀다고 계속해 나오고 있는 전망으로 이제는 진부할 정도가 됐다.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2010년 현재로 4만7,200달러다. 중국은 그에 10분의 1도 못 미치는 4,400달러다. 꽤나 차이가 있다. 왜 그런데 계속 ‘중국부상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을까. 두말 할 것도 없다. 인구 때문이다.
2010년 현재 중국의 인구는 12억7,000만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인구는 2억8500만이다 오는 2050년께는 중국과 미국의 인구는 각각 14억과 4억5,000만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그 인구동향과 함께 두 나라의 경제성장률을 감안할 때 중국과 미국의 경제규모는 둘 다 43조 달러, 동등한 수준에 이른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이 내놓은 전망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단서가 붙어 있다. ‘미국 이민이 현재와 같은 추세를 유지할 경우’란 단서다.
미국의 인구증가분 중에서 이민자와 그 자녀가 차지하는 비율은 80%에 이른다. 그 이민이 줄어들 경우 미국의 경제규모는 중국 경제의 4분의3 정도 밖에 안 될 것으로 예상돼 21세기 중반도 되기 전 중국의 경제규모는 미국을 앞지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 경제지배, 다시 말해 미국 세기를 지속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그 한 가지 간단한 방안은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것이다. 소득 수준을 현 상태로 유지한 채 인구가 배로 늘 때 국내총생산은 배가 된다. 그러므로 인구증가야 말로 그 첩경인 셈이다.
문제는 인구를 어떻게 늘일 수 있는가이다. “이민문호를 더 활짝 열어놓는 것이다. 인구증가의 아웃소싱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인구문제 전문가 찰스 케니의 말이다.
기회만 주어지면 미국으로 이민을 가겠다는 성인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1억4,500여 만에 이르는 것으로 갤럽여론조사는 밝히고 있다. 그들을 과감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구가 줄 때 그러면 어떤 결과가 올까. 경제가 헐떡거린다. 은퇴인구에 비해 그들을 부양할 근로인구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일부 서방국가들이 보이고 있는 현상이다.
인구감소는 의외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범죄와 폭력이 줄어 사회가 평온해진다. 징집연령의 젊은 세대가 희귀종이 되면서 전쟁발발 가능성도 줄어든다. 비교하자면 노인 아파트에 감도는 정적 같은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결과들은 그러나 이 같은 종전의 상식을 뒤엎고 있다. 동아시아, 유럽 등 지역 국가들은 급격한 출산율 저하를 보이고 있다. 인구감소는 세계적 현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필립 롱먼, 니콜러스 에버스타트 등 일단의 인구전문가들은 머지않아 다가올 ‘인구감소로 줄어든 세계’는 더 ‘위험한 세계’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1950년 일본은 세계 5위 인구대국이었다. 독일은 7위, 영국은 9위였다. 오는 2050년께 일본은 20위, 독일은 21위, 영국은 22위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예상되는 것은 세계의 힘의 균형이 급격한 재편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경제와 군사력의 원천이 인구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예를 보자. 인구가 줄면서 일본은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국방보다는 노인복지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야 할 형편이다. 따라서 국제문제에 있어 일본은 점차 후퇴의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다.
상황은 그러나 정반대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동중국해에서 서해, 남중국해에 이르는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격변하고 있는 주변상황은 일본으로 하여금 세계적인 안보책임을 더 부담하도록 몰아가고 있다.
일본은 어떤 면에서 서구가 이미 직면하고 있는 함정에 빠져들 수도 있다. 일부 서구국가들은 핵무기까지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감소로 기본적인 군사적 인력조차 모자라다. 말하자면 균형 잡힌 군사적 대응방안 체계화 능력상실 증세에 걸려 있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안보위협이나 도발에 직면하게 될 때 그 나라들이 취할 수 있는 옵션은 두 가지다. 수동적 상태의 무저항이 그 하나다. 테러리즘 대처에 무력한 유럽이 바로 그 예다. 다른 하나는 초조감에서 비롯된 과잉대응이다. 그 두 가지 모두 평화유지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인구감소는 내재적으로 불확실성을 수반한다. 문제는 앞으로 40년 동안 전 세계는 격심한 인구감소와 함께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극히 불안정한 시대를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 불안정성의 그림자가 특히 짙게 드리운 지역은 아무래도 동아시아가 아닐까. 세계의 인구 대국 중국은 젊은 남성인구 과잉의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일본은 고령화와 함께 인구가 줄고 있다. 힘의 균형이 급격히 한쪽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그 틈새에 껴있는 것이 한국으로, 그 자세가 어쩐지 위험해 보인다. 내전국가 수준의 극히 낮은 출산율 보이고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기에….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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