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플레이오프가 눈앞으로 다가오니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란 1980년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가 생각난다. 비프 태너란 악역 캐릭터가 미래로 날아간 김에 스포츠 역사책을 사 가지고 현재로 돌아와 스포츠 베팅으로 억만장자가 되는 스토리라인이 있는데, 지금 그런 책을 가지고 있다면 메가 밀리언 잭팟이 부럽지 않을 만 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문가’들의 말을 믿어볼 수도 있다. 유명 선수나 감독, 또는 단장 출신인 이들의 설명이 항상 그럴 듯하다. 하지만 그들의 말에 너무 큰 비중을 두면 “베팅으로 백만장자가 됐다”는 한 코미디언의 친척 아저씨와 같은 신세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그 아저씨는 원래 ‘천만장자’였다고.
간단하게 말해서 그것은 그들의 의견일 뿐 공은 둥글고 승부는 예측불허. 스포츠에서 정작 결과를 내다볼 정도의 ‘전문가’가 있다면 그 사람은 최소한 ESPN 방송사 오너(owner)이지 거기서 전문 해설가로 일하고 있는 직원은 아닐 것이다.
‘농구황제’라는 마이클 조단이 선수들과 감독을 손수 뽑아 만든 팀인 샬롯 밥캣츠의 성적이 점점 나빠져 올해는 NBA 역대 최저 승률 시즌의 치욕까지 당할 위기에 몰린 것을 보면 농구를 잘 한다고 해서 농구에 대해 특별히 잘 아는 것도 아닌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올해는 과연 누가 우승할까.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수퍼스타 3총사’가 이끄는 마이애미 히트와 패기를 앞세운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디펜딩 챔피언 달라스 매브릭스 등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고, 약 4개월 후 매브릭스가 플레이오프 진출 팀들 중 하위 시드로 밀리기는 했지만 그 리스트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또 올해는 ‘LA 농구형제’ 레이커스와 클리퍼스가 모처럼 나란히 플레이오프 무대에 올라 LA 팬들의 기대가 높아진 반면, 둘 중에 하나가 정작 우승할 가능성은 그만큼 높게 평가되고 있지 않는 상태다. 레이커스는 3연패에 실패한 팀에서 ‘도사’ 명성의 필 잭슨 감독과 ‘올해의 식스맨’ 라마 오돔이 빠져나가 지난해보다 약하고, 클리퍼스는 클리퍼스라 믿는 사람이 드물다.
하지만 작년에도 매브릭스의 우승을 점친 전문가는 이맘때 단 한 명도 없었다. 플레이오프에 오른 팀들 중 가장 약해 그 모두들 1회전에서 맞붙길 원하는 상대가 바로 매브릭스라고 했는데, 그들이 챔프 레이커스에 히트까지 모두 꺾고 창단 첫 우승의 꿈을 이루는 이변의 드라마가 연출됐다.
그러고 보면 ‘전문가 예언’은 지난 몇 년 동안 종목마다 터무니없게 빗나갔다. NBA 전 NFL 시즌은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드림팀’으로 불리며 시작됐고, 시즌을 치르면서는 13연승을 달린 그린베이 패커스가 ‘천하무적’으로 거론됐다. 패커스의 수퍼보울 2연패를 막을 팀은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와 뉴올리언스 세인츠 정도 밖에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뉴욕 자이언츠가 정규시즌 마지막 주 승리로 간신히 플레이오프 무대에 턱을 건 뒤 그 모든 예상을 뒤엎었다.
그 전 해에도 마지막 6번 시드로 간신히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패커스의 수퍼보울 우승을 예상한 전문가는 플레이오프가 시작된 시점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메이저리그 야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시즌도 시작되기 전에 에이스(애덤 웨인라이트)를 잃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카디널스는 플레이오프 무대에 올랐다는 그 자체가 성공이었고, ‘전문가 예상’은 온통 필라델피아 필리스였다. 단 두 팀만 남은 월드시리즈에서도 카디널스보다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우승을 점친 전문가들이 훨씬 많았다.
그 전 해에도 플레이오프 시리즈마다 열세가 예상됐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56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시나리오는 상상도 하기 어려웠다.
클리퍼스 쥐구멍에 볕들 날, 또는 레이커스 정상복귀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수퍼스타 3명만 뭉치면 우승이 가능한 게 농구가 아니고, 케빈 듀란트와 러셀 웨스트브룩의 사이에 정작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라면 샌안토니오 스퍼스나 보스턴 셀틱스가 ‘노익장’을 과시하거나, 레이다에 걸리지 않고 낮게 비행중인 인디애나 페이서스가 NBA에 합류 35년 만에 무관의 한을 푸는 드라마가 연출될 수도 있다.
<이규태 스포츠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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