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왕따와 집단 괴롭힘이 점점 큰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 사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왕따는 피해 학생도 가해 학생도 모두 큰 상처를 받으며, 밝고 건강해야 할 학교문화를 점차 병들어 가게 한다. 학교에서 심각한 왕따의 고통과 상처를 경험한 학생은 이후 사회에 나가서도 사회적 외톨이가 되거나 혹은 사회나 타인에 대하여 적대적 감정을 갖게 될 확률이 많다고 한다. 학교가 인격도야나 학문탐구 혹은 우정(友情)의 산실이 아니라 그저 살벌한 경쟁의 장소가 되거나, 왕따와 집단 괴롭힘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왕따 체험장이 되거나, 혹은 폭력문화의 싸개통으로 변화 되는 듯하여 걱정이 든다.
더 우려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왕따 현상을 문제를 일으킨 학생의 유전적 혹은 심리적 결함이나 부적응의 문제로 환원하여 지극히 개인화하려는 경향이다. 물론 왕따나 집단 따돌림 현상에서 개인의 환경이나 심리적 요인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이 문제를 개인적인 차원으로만 본다면 충분한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 왕따와 집단 괴롭힘의 현상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사회적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므로 왕따 문제는 학생 개인이나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우리 모두의 숙제이다.
한국은 2004년부터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도 만들고 학교별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그리 큰 효과는 못보고 있는 듯하다. 급기야 미국도 얼마 전 오바마 대통령이 왕따 문제를 다루는 TV 프로에 직접 나와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역시 단번에 이 문제를 해결할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왜냐하면 서두에 언급했듯이 왕따 혹은 집단 괴롭힘의 문제는 학교나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분명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집단 괴롭힘이나 왕따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러한 세상을 만드는 길은 한 사회의 도덕과 정신과 가치의 바탕인 사회성(社會性)에 대한 반성과 성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술 권하는 사회’라는 소설 제목도 있듯이,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보면 은연중 ‘왕따’ 혹은 ‘집단 따돌림’을 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먼저 우리 사회가 ‘다름’을 불편해 한다. 왕따의 본질적 동기 가운데 하나가 ‘차이(差異)’ 혹은 ‘다름(difference)’에 대한 외면이나 무시(無視), 불편(不便) 혹은 불인정(不認定)에 있다. 대개 나와 ‘다르게’ 장애가 있거나, 힘이 없거나, 외모가 특이하거나, 공부를 못 하거나, 말이나 행동이 서툴면 왕따를 시킨다. 나와 ‘다른’ 사람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무시하고 멀리하고 따돌린다. 이제 우리 사회는 나와 ‘다름’을 다시 보아야 한다. ‘다름’이 조롱 받거나 무시 되서는 안 된다. 나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에게 보낸 인터넷 댓글을 보면 사납고, 무자비하고, 무섭다. 우리 사회에서 ‘다름’이 이해되고 인정되고 존중(尊重)되는 사회성이 회복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지나친 경쟁(競爭)을 강조 하는 사회이다. 대개 우리는 무의식 중에 자녀들이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이기는 자, 다수와 함께 하는 자로 가르치는 경향이 있다. 은연 중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이 경쟁자요 적(敵)으로 간주 된다. 어떻게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마음에서, 혹은 왕따 당하지 않으려는 두려움에서 왕따나 집단 따돌림에 가세한다. 학교와 가정과 사회에서 지나친 경쟁보다는 ‘우리는 서로 이어져 있는 존재, 세상은 서로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가르침이 크게 다시 일어나야 한다.
이 시대 왕따 혹은 집단 따돌림 문제는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사회적 숙제이다. 나와 ‘다름’을 불편해 하지 않고 이해하고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사회 분위기 그리고 지나친 경쟁 아니라 ‘우리는 서로 이어져 있는 존재’요 ‘세상은 서로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상생(相生)의 사회성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 진정한 왕따 문제 해결은 우리 사회의 사회성(社會性)의 치유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 사회성의 회복은 곧 우리 모두의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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