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표면의 한 지점의 위치를 남북과 동서 방향의 위치를 각각 나타내는 위도와 경도로 표시한다.18세기 초에 대양항해중인 함선의 위치의 위도는 간단히 측정할 수 있었으나 경도의 측정은 간단하지 않았다.

당시 세계제해권을 확립해가던 영국정부가 1714년 경도위원회를 설립하고 막대한 상금을 걸고 신뢰성 있는 과학적 경도측정의 방법을 찾게 되었다. 천문관측법과 정확한 시계에 의한 방법이 가장 과학적인 방법으로 떠올랐다. 천문관측자료가 충분히 축적된 1767년에 천문관측법이 실용화 되었으며, 존 해리슨(John Harrison, 1693-1776)의 정밀시계 4호는 1761년 런던-자메이카 항해실험에서 5초의 시간오차와 1해리(1.85Km)의 위치오차를 기록함으로서 시계법의 실용성이 증명되었다.

존 해리슨은 원래 목수였으나 독학으로 당시의 물리학, 기계역학 등을 공부하고 일찍부터 시계제작과 수리에 창의성 넘치는 탁월한 재주를 보였다. 주요 운동부품들이 나무로 된 20대초에 만든 그의 벽시계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29세 때 어느 귀족의 큰 마사 건물 외벽에 설치한 나무시계는 자신이 발명한 마찰력을 최소화한 메뚜기형 탈진기가 들어 있고, 열대산으로 단단하면서도 기름기가 배어나는 유창목이라는 나무를 참나무제의 톱니바퀴의 축이나 베어링재료로 사용하여 윤활제가 필요 없고 내구성이 뛰어난 시계로서 290년이 지난 지금도 작동하고 있다.

30대 초반에는 계절과 주야의 온도차 때문에 진자의 길이가 달라져 시계가 빨라졌다 늦어졌다 하지 않는 정확한 실내용 벽시계들을 만들었다. 온도변화에 따라 길이변화가 서로 다른 2개의 놋쇠막대와 3개의 쇠막대들을 그 길이변화가 반대방향으로 일어나게 고정시켜 배열한 긴 띠 모양의 진자를 단 시계로서 온도변화에 따른 쇠막대의 길이변화가 놋쇠의 길이변화를 상쇄하도록 고안된 획기적인 시계였다.

런던 북방 600리 시골에 살던 그도 뒤늦게 막대한 “경도 현상금” 소문을 듣고 37세 때인 1730년, 연구계획과 설계도면을 지참하고 런던을 방문하여 당대 최고의 시계제작자로 알려진 조지 그래엄을 만난다. 그래엄은 해리슨의 설명을 듣고 즉석에서 200파운드의 연구자금을 무기한 무이자로 빌려준다. 6년 후 완성된 그의 해양시계 1호(H1)는 온도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심한 풍랑에 의한 진동에도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된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20cm나 되는 거추장스러운 큰 시계였다.

이 시계를 런던에서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까지의 왕복항해시험을 실시하는 배에 동승한 그는 영국해협입구 실리제도 근방에 이르러 선장과 항해사가 배의 현 위치를 실위치보다 60해리나 어긋나게 계산하고 있다는 것을 이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을 보고 알려 주었다. 아주 인상 깊은 이 결과에 경도위원회는 500파운드의 연구 장려금을 지급한다.

1740년에 2호 시계를 완성했으나 스페인과의 전쟁 때문에 항해시험이 보류되자 기다리는 동안 추가로 500파운드 연구 장려금을 받았으나 2호 시계에 치명적 설계오류가 있음을 깨닫고 18년 동안 3호시계 제작에 전념하면서 2종의 금속편을 고압 접착하여 만든 이중금속편과, 최초의 실용적 롤러베어링을 발명하여 다른 공업분야 활용의 길도 열었다.

1759년에 당시에 갓 보급되던 고품질의 강철을 사용한 태엽, 스프링, 톱니바퀴 등을 응용하여 직경 13cm의 정밀해양시계 4호를 만들어 첫 절에서 언급한 항해시험에서 놀라운 정확성을 보였지만 경쟁의 천문관측법 개발을 주도하던 왕립천문대장 메스켈린의 집요한 방해 지연작전 덕에 경도 현상금을 반밖에 타지 못하게 된다. 그는 다시 정밀시계 5호를 만들어 조지3세 왕에게 바친다. 그의 처지를 동정하던 왕이 직접 시험해보고 흡족해하면서 의회를 움직여 80세 때인 1773년에 8750파운드의 추가보상을 받게 되었다. 40여년에 걸친 그의 외골수 해양시계개발 노력으로 경도 측정이 간단해져 대양안전항해가 훨씬 수월해졌다. 그는 2002년 BBC방송 시청자들의 투표로 선정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국인 100명중 39번째로 뽑혔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