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이민사 최악의 재악
▶ 한흑 갈등 등 한인사회 값비싼 교훈
폭동 진원지 슬라우슨 스왑밋 찾아
"진심으로 노력 삶이 나아져"
미주 한인 이민사에서 최악의 재앙으로 기록됐던 1992년 LA 폭동이 오는 29일로 20주년이 된다. 당시 한흑간 인종 갈등이 폭동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지만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한인사회에 값비싼 교훈으로 남았다. 4.29 20주년을 맞아 본보는 4.29의 의미와 교훈을 되돌아보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시리즈 첫 번째로 20년전 폭동의 상처를 딛고 다시는 이같은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삶의 현장에서 편견과 갈등을 넘어 한·흑, 한·히스패닉 간 화합과 공존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폭동 진원지 사우스 LA 한복판의 슬라우슨 스왑밋 사람들을 만났다.
LA 한인타운에서 웨스턴 애비뉴를 따라 남하하다가 58가를 지나 슬라우슨 애비뉴 교차로 왼쪽에 위치한 슬라우슨 수퍼몰(1600 W. Slauson Ave.)은 약 110개 업소가 둥지를 튼 사우스 LA 지역의 대표적 스왑밋으로 92년 LA 폭동 이전부터 한인 이민자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의 터전을 마련해 준 상징적 장소다. 상인번영회(회장 강종민)에 따르면 지금도 입주 업체의 약 80%가 한인들이다.
20년전 폭동 당시 슬라우슨 스왑밋의 한인 업주들은 폭동의 진원지에 근접해 있어 한인 업주들이 경비원들과 함게 무기고에서 총기를 꺼내들고 직접 폭도들로부터 업소들을 지켜내야 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큰 화를 면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폭동 후 한 달여 동안 비즈니스를 접어야 했다.
의류, 보석상, 신발, 네일샵, 편의점, 뷰티서플라이 등 각양각색의 업종이 공존하고 있는 슬라우슨 스왑밋에서는 당시 피해를 입었던 몇몇 한인 업주들이 아직도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폭동의 상흔은 컸지만, 원망만 하기 보다는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20년을 꾸준히 폭동 당시 의류점을 운영하며 10만달러 상당의 피해를 입었었다는 채미선(49)씨 부부는 같은 장소에서 지금은 보석상을 하고 있다. 채씨는 “당시 피해를 입었지만 이후 흑인이든 히스패닉이든 고객들을 친절로 대하고 친구처럼 친분을 쌓으니 변하더라”며 “남의 나라에서 진심으로 노력하니 삶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곳에서는 흑인 및 히스패닉 고객들과 이들 커뮤니티 출신의 직원 및 경비원, 그리고 한인 업주들의 협조와 서로간 ‘정’으로 관계를 잘 이어가고 있다며 현실을 왜곡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편견과 선입견’을 경계했다.
한인 업주들에 따르면 슬라우슨 수퍼몰을 둘러싼 사우스 LA 지역은 폭동 이후 2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히스패닉계 주민들이 크게 늘었고 흑인들 중 상당수는 타 지역으로 이주하고 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부모 손을 잡고 이곳을 찾던 고객들이 먼 곳에서부터도 아직 원정 샤핑을 오고 있고 20여년 전 당시 젊은 손님들의 자녀 세대들이 다시 이곳의 단골이 되는 등 세대를 이은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고 올드타이머 한인 업주들은 전했다.
코로나에서 1시간을 운전하고 왔다는 흑인 고객 리 블랙만(31·여)은 "20년 전부터 이 수퍼몰을 이용해 정이 깃든 곳"이라며 "물건이 다른 곳보다 10~20%싸고 한인 업주들이 각종 정보를 상세하게 알려줘 좋다"고 말했다.
슬라우슨 수퍼몰에서 만난 타민족 고객들은 ‘상호 간 대화와 존중’을 강조했다. 아버지가 LA 한인타운에서 일한다는 알바로 산체스(26)는 "서로의 문화와 삶을 이해하려면 ‘언어장벽’을 넘어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폭동 당시 부친이 하던 수퍼몰 내 신발업소 사업을 이어 받은 한인 업주 브루스 이(36)씨는 "4.29 폭동은 소수의 선동이 문제였지 한흑 갈등이 원인은 아니었다"며 "슬라우슨 수퍼몰 한인 업주들은 편견을 버리고 모든 커뮤니티가 화합해 다같이 발전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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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폭동 20주년을 맞아 커뮤니티와 인종 간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공존을 실천하고 있는 사우스 LA 슬라우슨 수퍼몰의 한인 업주들과 고객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활짝 웃고 있다. <장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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