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동란 중 청주극장에서 본 셰익스피어 작 ‘오셀로’는 거짓말의 해독을 절감하게 만든 연극이었다. 홀쭉 마른 이해랑이 ‘이야고’로 등장하여 얼굴을 검게 분장하고 오셀로 역을 맡은 김동원에게 그의 부인 데스데모나(최은희)가 그의 부관 카시오와 부정관계가 있다고 거짓 고변을 한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오셀로는 자기가 부인에게 주었던 손수건이 카시오 수중에 있다는 등의 확증(?)과 이야고의 끈덕진 중상모략으로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에는 데스데모나를 목졸라 죽이고 자기는 단도로 자결한다. 그 손수건을 카시오가 가지게 되었던 배후에 간사한 이야고의 역할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야고의 살의 가득한 중상모략은 오셀로가 자기보다도 나이가 어린 카시오를 자기 대신에 부관으로 임명한데 대한 복수심에서 출발한 것이다.
필자의 선조 중 하나인 남이 장군도 그의 출세를 시기하고 질투한 간신배들의 거짓 고변으로 형장의 이슬이 되었다. 28세의 약관에 병조판서가 되었던 남이는 문무가 겸비했던 인물로 한시를 지은 게 비명의 횡사를 당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나의 선친께서 ‘백두산의 돌은 칼을 갈아 없어지고 두만강의 물은 말들이 먹어 말라 버렸다’는 그 시의 전반부가 약관에 출세한 남이의 당당함과 아울러 겸손성의 부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하시던 생각이 난다. 이어지는 그 시는 남아가 20대에 未平國이면 후세 사람들이 어찌를 남자라고 부르겠느냐는 질문으로 끝을 맺는다.
남이의 정적들은 미평국을 未得國이라고 가운데 한 자를 고쳐 나라를 평안케 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라를 얻지 못하면의 의미로 해석되게 하여 그가 대역 죄인으로 처형 받게 만든다.
위의 두 예는 거짓 고변이 가져올 수 있는 비극적 결과에 대한 것이다. 반면에 진실에 입각한 고발은 오히려 사회에 좋은 영향을 가져올 수 있어 권장되고 있다. 연방법 가운데 ‘내부 고발자 보호법’이라는 게 있다.
그것은 자기 부처에서 발생하는 불법이나 부당한 행위를 고발하는 정부 직원을 보호하는 법이다. 또 다른 연방법과 상당수의 주법은 시민이 어떤 회사나 개인이 연방 정부와 주정부에게 손해를 끼치는 불법 행위에 대해 고발할 권리를 주는 동시에 정부에서 불법 행위자로부터 거둬들이는 벌금의 일부를 고발자에게 주도록 되어 있다.
최근의 예로는 대규모 모기지 은행이나 금융회사들이 집값을 못내 집을 차압당하는 집주인들에게 보내야 하는 차압 관계 제반 서류들을 은행 직원들이 서명한 게 아니고 외부 사람을 고용하여 일일이 읽어보기는커녕 하루에도 몇 천 개 씩 사인한 것을 자기 자신의 집의 차압 서류를 검토하다가 발견한 60대의 여 변호사가 고발한 사건이 있다.
사건이 진행되다가 관계 회사들이 원고 측 및 정부와 타협을 본 결과 모기지 회사들은 몇 십억 불을 지불하기로 했으며 고발자였던 여 변호사는 1,800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는 횡재를 하게 되었다.
고발 중 밀고는 그 고변의 대상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몇 예외를 빼고는 당연시되기 어렵다. 원칙은 고발자가 피고발자와 대질하여 누가 진실을 말하는 가가 판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흉악한 범죄자 조직에 대한 밀고자가 공개 증언을 하는 경우 그의 생명이 위태롭게 되기 때문에 병풍에 둘러싸인 채 증언하거나 공개 증언의 경우에는 증언 이후에 정부 호보 아래 들어가게 된다.
위에 늘어놓은 횡설수설은 최근에 필자가 당한 불쾌한 경험 때문이다. 내가 쓰고 있는 토요일마다의 칼럼이 내 딴에는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사람들은 내 글이 정치성이 강하며 또 누구누구의 편을 드는 것이라는 나의 본 의도와 정반대되는 곡해와 비방이 담긴 편지를 모처에 보냈다는 사실이 나에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해명할 기회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그 편지의 원본을 입수할 수 없는 상황이라 코 열어 놓고 답답한 지경이다. 나로서는 억울해서 잠도 못자기 때문에 건강마저 나빠지는 상황이다. 남이의 처형을 두고 박장대소를 했을 소인배들이 연상된다.
그러나 한편 내 글재주가 얼마나 없기에 내 진의가 그처럼 왜곡될 정도일까라는 자괴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한국일보 본국지에 실리는 황석영 씨의 연재소설을 보면서 그런 정도 연구를 하고 그런 발군의 표현력을 가져야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글쓰기를 중단해야 될지 어떨지 서글프기 짝이 없다. 괜히 심기가 몹시 불편하여 아내까지 걱정해야 될 상황이라 사필귀정이 될 날을 기다려 보지만 그렇게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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