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샤오지’(胡紹基ㆍ호소기)라는 이름은 생소하다. 그러나 ‘마이클 우’는 LA 정계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상당히 친숙한 이름일 것이다. 1985년부터 1993년까지 LA 시의회에서 활동한 중국계 2세 마이클 우 전 시의원의 중국식 이름이 바로 ‘후샤오지’다.
우 전 시의원의 아버지 윌버 우는 1940년에 중국에서 LA로 유학을 와 UCLA에서 공부를 한 뒤 청과상으로 돈을 벌고 나중에 차이나타운의 첫 중국계 은행인 캐세이 은행의 설립자들 중 한 명이 된다. 후진타오(胡錦濤ㆍ호금도) 중국 국가주석과 종씨인 이 집안의 라스트 네임이 어떻게 영어 철자로 ‘우’(Woo)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의 외동아들인 마이클 우는 LA시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아시아계 시의원으로 역사에 남아 있다.
UC 샌타크루즈를 나와 UC 버클리 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을 전공한 마이클 우 전 시의원은 70년대 데이브 로버티 주 상원의원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29세였던 1981년 LA 시의원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맛봤다. 4년 후 두 번째 도전에서 페기 스티븐슨 시의원을 물리치고 당시 33세의 최연소 의원으로 당당히 시의회에 입성한 뒤 89년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LA 시장 선거에 나서기 위해 93년 시의회를 떠나 리처드 리오던과 맞섰으나 낙선했고 2001년 LA 시의회 컴백을 노렸지만 에릭 가세티 현 시의원에게 패배했다. 이렇게 LA 정계복귀에 실패하고 교수로 변신, 현재는 칼폴리 포모나에서 환경디자인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92년 4.29 폭동 이후 대릴 게이츠 당시 LA 경찰국장을 축출하는데 앞장서기도 해 한인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마이클 우 전 시의원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며 발견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그의 시의회 지역구가 13지구였다는 점이다. 그가 시의회를 떠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에밀 맥 LA시 소방국 부국장과 김봉환 LA시 주민의회 수권국장, 존 최 LA시 공공서비스위원회 부위원장 등 LA시 정ㆍ관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인 차세대 인사들이 그동안 한인은 물론 다른 아시아계에도 불모지로 남아 있는 LA 시의회의 아성에 다시 도전장을 냈거나 낼 계획이다. 이들이 노리는 지역구가 바로 LA 첫 아시아계 시의원이었던 마이클 우의 지역구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LA 시의원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미국 제2의 대도시의 시정을 주무르는데 시의원 수가 15명밖에 없어 그만큼 파워가 크기 때문이다. LA시 지역구가 현재와 같은 15개가 된 게 1925년인데 당시 LA 전체 인구는 57만여명 수준이었다. 지금은 당시보다 8배 정도인 400만명을 넘어섰는데도 시의원 수는 그대로다. 대조적으로 뉴욕시는 시의원 숫자가 무려 51명에 달한다. 물론 뉴욕은 인구가 LA의 두 배에 달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뉴욕과 비슷하게 되려면 LA 시의원이 10명 이상 많아져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러니 가주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을 지낸 뒤 LA 시의원직에 도전하는 정치인들도 많다. 현재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허브 웨슨 시의장도 주 하원의장까지 지낸 뒤 시의원이 됐다.
따라서 이처럼 막강한 파워를 가진 LA 시의원직 도전은 한인 정치력 신장을 위한 새로운 실험 무대다. 이전과는 달리 이번에 도전에 나서는 한인들은 이미 주류사회에서 경력을 쌓으며 실력을 검증받은 가능성 있는 후보들이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3세 때 미국 흑인 가정에 입양돼 자란 에밀 맥 부국장은 흑인을 비롯한 타 커뮤니티와도 교류가 넓고, LA 폭동 당시 한인청소년회관(KYCC) 관장으로 주류사회에 한인들의 목소리를 알리는 데 한 몫을 했던 김봉환 국장은 주류사회와 한인사회를 모두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존 최 부위원장도 막강한 노조연맹 출신으로 주류사회에서 발이 넓다.
이들이 뛰는 내년 선거가 LA 최초의 한인 시의원을 탄생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데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현 시장의 후광을 업은 시정부 인사이더가 13지구의 경쟁 상대가 될 것으로 알려져 한인 후보들의 선거전이 쉽지 많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한인들끼리 경쟁하는 구도다. 선거판이 어떻게 짜일 지 시간을 더 두고 지켜봐야 되겠지만, 어떻게든 한인들의 힘이 분산되지 않고 단일화를 이루는 지혜와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종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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