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역대 최대 규모의 복권열풍이 불면서 많은 이들이 인생 역전이라는 ‘한방’의 기대에 들떴다. 스포츠에서 가장 짜릿한 승부는 역시 역전이다. 특히 무난한 승리보다는 숨어있던 ‘한방’이 터질 때 사람들은 열광한다.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의 불경기를 겪으면서 한인 비즈니스 업주들은 이렇게 말한다. 경기가 회복되기만 되면 다시 예전처럼 잘 될 것이라고. 즉 ‘한방’이 있다는 것이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금융위기의 여파는 한인 경제 곳곳에 여파를 미쳤다. 금융권이 돈줄을 옥죄면서 비즈니스의 자금줄이 막혔고, 주택이나 건물 등 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져 압류를 당하는 일이 속출했다.
실직자가 늘면서 델리와 세탁소의 매출도 뚝 떨어졌고, 고용 악화로 소비자의 씀씀이는 줄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유가와 원자재가격은 널뛰었다. 한인경제는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크게 위축됐다.
다행히도 올 들어 점차 미국 경기 회복의 징후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용이 늘어나고, 실물경제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다. 유럽의 위기라는 악재가 있기는 하지만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데 큰 이견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 한인경제도 곧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는 위험하다. 사람도 그렇지만 경제도 시련을 겪다보면 변화를 기대한다.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기대를 맞추려면 기존의 모델이나 운영방식으로는 힘들다.
때문에 이제는 한인경제의 구조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앞으로 10년 후, 어떻게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인경제는 60년대 가발부터 시작, 70-80년대 도매무역과 청과, 수산, 봉제 등으로 부흥, 발전했다. 90년대와 2000년대에는 네일업계가 약진했다.
물론 이 같은 한인 경제의 성장이 그냥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과거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뒤를 이었다는 청과의 경우 ‘한인들이 뉴욕의 새벽을 연다’는 찬사를 받아가며 근면과 성실로 성장할 수 있었고, 델리업계는 ‘샐러드바’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약발은 소진됐다. 앞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기 위해 또다시 최신 트렌드를 찾고, 따라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보험업계가 단순히 보험을 판매하는 구조에서 미래의 재정 설계와 관련된 전문가들을 키우는 구조로 바뀐다면 어떨까.
업소수가 줄고 있는 청과 및 그로서리업계도 오개닉과 건강식품에 초점을 맞춘 고급화로 나아간다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네일업소가 보다 고급화된 기술과 대형화로 변모하고, 한인 2세들의 경영 참여를 통해 마케팅을 강화한다면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 한인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한인사회의 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딥 팩터’(Deep Factor)를 개선해야 한다. 딥 팩터는 대니얼 앨트만의 ‘10년 후 미래’라는 저서에서 나온 말이다. 딥 팩터는 국가와 민족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말한다. 지정학적 위치나 정치제도, 법률, 인구, 교육수준 등으로서, 단기간에 변화시키기 어려운 요인들이다. 딥 팩터를 개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교육이나 인적 자본, 정보 생산과 교환체계 등에 대한 투자라고 이 책의 저자는 지적했다. 이 같은 딥 팩터가 한인사회에 의미하는 바도 명확하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들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고, 새로운 블루오션도 쉽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예전처럼 몸으로 열심히 뛰는 방식은 이제는 어렵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유능한 한인 1.5세, 2세들을 한인사회로 유도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금융 마인드를 새로 정립해야 한다. 세금보고를 줄이는데 주력하고 투자에 인색하기보다는, 제도권 금융을 활용하겠다는 적극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주먹구구식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시대는 갔다. 10년 후의 내 비즈니스의 모습을 그려가며, 지금부터 차분히 준비하는 사람이 이길 확률이 높다.
김주찬/ 뉴욕 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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