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그 체제는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당 대표자회의에서 후계자로 내정된 지 1년7개월 만에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됨으로써 당과 정과 군의 최고위직을 모두 거머쥐었다. 3대 세습 권력승계 작업이 마침내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그 새로운 체제출범을 알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강성대국 원년 진입을 선포할 때이다. 그래서 축포를 쏘아 올렸다. 전 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사실상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그러나 135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그 잔해를 서해 바다에 흩뿌리면서.
뭔가가 예감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하나의 전조로도 보인다. 김정은의 꿈은 산산이 분해되고, 그 체제는 급격한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는 신호탄이 아닐까 하는….
새벽 3시. 백악관 비상전화가 울린다. 발신지는 어디인가. 시리아다. 이란이다. 많은 관측통들의 예상이다. 붕괴일보직전에 있다. 미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마침내 이르렀다. 결국 미국 대통령을 한밤중에 깨우게 된 것이다. 시리아 사태를 말하는 것이다. 이란 사태도 시급하기는 마찬가지다.
“더 화급을 다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이 있다. 그곳은 북한이다.” 레슬리 겔브의 지적이다. 빅터 차 같은 전문가는 어쩌면 차기 미국대통령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을 정도의 중대사태가 머지않아 발생할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북한을 꼽는다.
‘그것이 외파(explosion)든, 내파(implosion)든 북한은 수년 내에 거대한 파열의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전망과 함께 차기 미국 대통령은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북한을 진원지로 한 거대한 군사 외교적 소용돌이에 말려들 수밖에 없다는 진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가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는 그 자체가 무리였다. 때문에 권력기반을 다지기위해 북한 당국이 취하는 조치는 무리수의 연속 일 수밖에 없다. 그 한 가지 가능성이 대남도발이다. 과거 김정일의 도발은 그나마 면밀한 계산 하에 이루어졌었다. 김정은에게는 그 능력이 없다.
스스로의 능력을 알지도 못한다. 그러면서 무모한 도전을 해올 경우 전쟁발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한 차례의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포격 사태가 발생할 때 한국정부의 대응은 과거와 다를 수밖에 없다. 김정은의 오판은 때문에 체제몰락을 가져올 수도 있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다.
1994년 김정일이 권력을 승계할 때와 2012년 현재의 북한은 전혀 다른 사회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이 북한의 시스템을 과연 지탱해 나갈 수 있을지 의구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배급체제가 무너졌다. 북한주민의 80%는 어떤 형태든 시장에 의존해 살아간다. 시장에는 상품만 몰리는 것이 아니다. 정보도 교환된다. 20년 전에 비해 북한 주민들은 외부세계에 눈을 떴고 또 훨씬 독립적이 된 것이다.
이와 반비례해 당국의 입장은 더 강경해지고 있다. 다른 사회통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권력승계과정에서 김정은의 불안한 입지 강화를 위해서 강구되는 것은 강경 이데올로기에, 강경책밖에 없다.
요약하면 이렇다. 빈곤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당국의 조치는 날로 가혹해져가고 있고 그 가운데 수령절대주의 독재체제에는 점차 통제력을 상실하고 있다. 모순이 확대되어가면서 북한 사회는 비등점을 향해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예견되는 것이 내파상황이다. 시장 세력이 날로 확산되면서 북한 사회는 거대한 내부파열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시기가 언제인가. 차기 미국대통령 임기, 그러니까 2013년에서 2016년의 기간으로 본 것이다. 외파든, 내파든, 혹은 그 둘이 합쳐진 것이든 거대한 파열상황을 맞으면서 북한사태는 911사태에 버금가는 어젠다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해 예산의 3분의 1을 투입했다. 3대 세습 왕조 확립을 위한 ‘태양절 축포’를 쏘아 올리기 위해서다. 그게 그러나 처절한 실패로 끝났다. 무엇을 말하고 있나.
오만하다고 할까. 게다가 무모하기까지 하다고 할까. 김정은을 정점으로 한 현 북한의 수뇌집단의 판단력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외국기자들까지 불러들이면서까지 스스로가 이 같은 체재선전의 대재난 극을 연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동시에 그만큼 사정이 절박하다는 것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내부균열의 골은 깊어지고만 있다. 때문에 막대한 돈을 들여서라도 상징조작에 나설 필요가 있다. 김정은 체제 조기 안정이 그 정도로 절실 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강성대국 건설 희망의 횃불이 이로서 꺼졌다’-. 일본에서 나오는 평가다. 미사일 발사 실패로 공식 출범과 함께 김정은 체제는 벌써부터 정치적 위기를 맞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후폭풍이다. 내부적으로는 대대적인 숙청의 광풍이 불 수 있다. 외부적으로는 핵실험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도발을 해올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의 실패를 전가할 희생양을 항상 필요로 하는 것이 그 체제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그 체제의 수명이다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린 게 ‘미사일 발사 실패극’이 아닐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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