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유럽의 교회와 수도원들에서 매일 기도의식과 행사시간들이 엄격히 규제됨에 따라 그 시간들을 자동적으로 알려주는 시계가 절실히 필요하게 되었다. 정교한 해시계 물시계들이 있었지만, 흐린 날이나 밤에 쓸모없는 해시계와 추운 날 물이 얼면 쓸 수 없는 물시계를 대체하는 새로운 시계들이 13세기에 나타나게 되었다.
무거운 무게추(weight)를 달아 중력으로 떨어지는 그 힘을 이용한 소위 기계식 시계가 생겨나 교회의 벽이나 종탑에 설치되고, 시계의 톱니바퀴들이 각기 일정한 속도로 돌게 하는 최초의 ‘막대기’식(Verge) 탈진기(脱進機, Escapement)가 이어서 도입되었다. 15세기 초반에 무게추 대신 금속태엽형 스프링으로 가동되는 시계가 나타나 회중시계, 손목시계로 발전하는 한 계기가 된다.
근대 물리학 여명기의 뛰어난 과학자 갈릴레오(1564-1642)는 진동하는 진자(Pendulum)의 왕복주기가 진폭에 관계없이 일정하다는 것을 발견하여 시계설계에 응용하는 아이디어를 내었으나, 1656년에 이루어진 진자시계발명의 명예는 네덜란드 과학자 하위헌스(Huygens, 1629-1695)에게 돌아갔다. 1670년에 닻(Anchor)모양의 탈진레버가 장치된 탈진기가 발명되고 이것을 장치하고 긴 시계추가 달린 벽시계가 나타났다. 하위헌스는 또 가는 나선형의 금속스프링이 감겼다 풀렸다 할 때 진동의 주기가 일정한 것을 응용한 밸런스 스프링을 고안하여 시계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축소하여 회중시계, 손목시계로 발전하는 큰 계기를 만들었다.
탈진기는 시계가 ‘똑딱똑딱“소리를 내게 하는 부속으로서, 초침의 톱니바퀴가 ‘똑딱똑딱“ 소리의 ‘똑’과 ‘딱’, ‘딱’과 ‘똑’ 사이를 균일하게 1초 간격으로 움직이도록 한다. 태엽으로 구동되고 좌우 왕복하는 긴 시계추가 달린 근대적 벽시계에 장치된 닻모양의 탈진기(Anchor Escapement)는 탈진바퀴와 닻모양의 탈진레버(lever)로 구성되어 있다.
2초주기로 왕복하는 시계추가 한쪽에서 반대쪽으로 움직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동안, 탈진레버를 통하여 탈진바퀴가 한 톱니씩 두 번 같은 방향으로 ‘똑’, ‘딱’소리를 내면서 움직이게 된다. 연속적으로 공급되는 태엽의 에너지가 진동주기가 일정한 시계추의 왕복운동에 의하여, 1초 간격의 불연속적 탈진바퀴와 초침의 점프로 전환되는 것이다. 하위헌스의 첫 진자시계는 하루 1분정도의 오차를 보였으나 개량된 그의 후기 시계들은 10초 이하의 오차라는 획기적인 시계였다.
금속태엽으로 구동되던 초기의 회중시계들은 하루 수 시간 오차가 났으나 하위헌스의 밸런스 스프링을 장치함으로서 오차가 10분정도로 줄고 새로운 탈진기들의 발명과 기타 부품들의 성능 개선으로 앞 칼럼에서 언급된 영국의 경도위원회가 설립되던 1714년경에는 오차가 1분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당시의 가장 정확한 진자시계는 하루에 6초 정도의 오차밖에 없다고 주장되었지만 그것은 육지의 건물 안의 측정 결과일 뿐, 풍랑에 흔들리는 항해중의 목조 범선들 위에서 얻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당시 런던외항 포츠머스 항에서 서인도제도까지 항해하는 데 아주 빠르면 40일 정도 걸렸다니 항해후 위치의 경도오차를 1도내로 줄이려면 시계의 오차가 6초 이하, 0.5도내로 줄이려면 3초 이하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경도오차를 0.5도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나 기기개발에 거금 2만 파운드(2010년 통화가치로 247만 파운드)의 현상금이 걸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황당무계한 점성술, 연금술적 방법에서, 600마일 간격으로 배치된 배들에서 일정시간 마다 불꽃놀이 화약을 2km 상공으로 쏘아 올려 항해중의 배들이 관측하게 하는 비현실적인 방법, 고정밀도의 시계개발, 목성의 4 위성들의 위치 측정을 포함한 방법까지 수많은 방법들이 제안, 제출되었다. 앞칼럼에서 언급한 천문관측에 의한 항해연감 방법과 존 해리슨의 정밀시계개발이 가장 두드러진 성과로 꼽히었지만 아무에게도 상금전액을 수여함이 없이 1828년 경도위원회는 해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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