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나의 부재중 전화 메시지를 정중하게 남긴 분이라서 오후에 답전을 했다. 오클랜드의 오이코스대학에서 한국인이 총기난사로 7명을 죽이고 체포된 기사를 보도하는 가운데 그런 사건이 날 때마다 매스미디아가 버지니아텍의 조승희 사건을 들먹거리는데 어디엔가 살고 있을 가족들의 가슴이 얼마나 아프겠느냐면서 한인단체들이나 개인들이 미디어에 연락하여 그런 관행을 중단시킬 방법이 없겠느냐는 어떤 분의 질문이었다.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라서 그것이 가능치 않다는 것을 간단히 설명하면서도 그분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부응하는 답이 없다는 사실이 답답했었다. 그런 직후 화요일밤 워싱턴의 제8선거구에서 민주당 시의원 후보로 확정되어 시의원 제3임기가 떼어 놓은 당상인 메리언 배리가 승리 연설을 하는 가운데 제8선거구에서 “더러운 가게들을” 운영하는 아시안들은 문을 닫고 떠나야 한다라는 주장을 해서 비즈니스를 하는 한국인들 등 기타 아시안 출신들만 아니라 워싱턴 DC 시장과 시의장 등 다른 정치인들의 비난을 받았다.
배리 의원은 여론의 압력을 못 당해 사과를 하면서도 흑인 지역에 많은 외국 출신 비즈니스 소유주들이 흑인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불결한 상태를 개선치 않고 있는 문제는 시정되어야 한다고 주를 달았다. 현재 76세인 배리는 워싱턴의 시장에 네 번 당선된 전력을 보더라도 1960년대 이후 흑인들의 정치권 신장에 큰 기여를 한 동시에 개인적으로 큰 오점을 남긴 사람이다. 3선 시장으로 재임 중 워싱턴 DC의 청소년들이 코케인 때문에 죽고 죽이고 하는 비극이 비일 비재한 상황에서 정부와 함께 코케인을 흡입하다가 FBI에게 체포되고 감옥생활을 하게 된다.
1992년에 3년 형기를 마치고 출감한 그를 워싱턴 시민들은 또 한 번 시장에 당선시켰으니까 흑인들 사이에서의 그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 이후에도 세금 보고를 몇 년 안했다고 기소되거나 여자들과 관련된 스캔들도 적지 않았건만 계속 시의원직을 맡을 수 있었으니까 민주주의의 기초인 선거제도에 대한 근본 회의마저 느끼게 된다.
그의 선거구는 DC에서도 가장 가난한 곳이다. 7만명이 조금 넘는 인구 중 흑인 94%이고 아시아나 태평양 지역 출신 인구는 0.5%이다. 실직률이 17%, 그리고 여자가 가장인 가정이 74%, 푸드 스탬프 받는 사람 수가 3만5,000명이 넘는다. 한편 아시안 소유 업소가 60여 군데인데 그중 한인 소유가 반 정도라니까 흑인들에게는 자기들 지역에서 돈을 버는 외국인들이 살기는 메릴랜드, 버지니아의 좋은 주택 지역에 살고 있어 흑인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 게다가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후로는 많이 나아졌겠지만 더러는 한국 사람끼리의 대화 가운데서도 ‘깜둥이’라는 표현이 입에 붙다시피 된 사람들이 업소를 운영하면서 돈을 거슬러 줄 때도 혹시 검은 손이 자기 손에 닿으면 무슨 일이라도 날 것처럼 던져주는 식으로 대한다면 흑인들의 감정이 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한편 흑인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하다가 강도의 총격으로 죽임을 당한 한국인들이나 외국인들이 상당수 되는 현실과 강도의 위험이 거의 상존하다시피 하는 환경 아래서 방탄유리를 장치하는 등 여간 조심을 해야 하는 비즈니스 소유주들의 고충이 엄청날 것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고객에게서 들은 것으로서는 흑인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혹 몇 십 전이 모자라는 경우 그냥 가게 하는 등의 관대함을 보였더니 흑인들이 가게를 보호해 주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포스트지 등의 보도로는 흑인 손님들 중 방탄유리 자체를 모든 흑인들을 강도 가능성의 용의자들로 취급하는 상징물로 보아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이 있다니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포스트에 인용된 ‘Yes!’라는 유기농 식품점 체인의 소유주라는 개리 차 씨의 지적에는 귀를 기울일만하다. 그는 아시아인들을 싸잡아 비난한 배리를 나무라면서도 “지역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불결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떠나야 한다. 때로는 나 자신도 가게를 깨끗한 상태로 운영하지 않는 일부 아시아인들 가게 주인들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차 씨는 또한 가게 주인이 가게를 깨끗하게 유지하면 비즈니스가 65% 향상된다고 부언한다.
또 배리의 해명에도 일리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우리는 (외국인들 소유의) 가게에서 돈을 쓴다. 따라서 우리는 존경 받기를 요구한다. 우리는 그들이 지역사회 관심사에 참여하기를 요구한다. 또 우리는 그들이 그들의 문화적 상황과 관련이 없이 제8선거구 주민들에게 직장을 주도록 요구한다. 그것은 애플파이처럼 미국적이다.”
다인종, 다문화 사회에서 생활하자면 인종 편견을 버리고 다른 인종들에 대한 존경과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한 두 사람의 한국인 총기 만행이 한국사람 전체를 규정하지 않듯이 일부 흑인들의 범죄가 흑인사회 전반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마태복음 7:12)”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할 때 많은 문제가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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