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생자 모두 어려운 이민가족 출신
▶ 아메리칸 드림 이루려다 참변당해
오이코스대학 총기난사 사건 7명의 희생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온 이민자들이었다. 고단한 삶을 살아온 이들은 한달 만 더 있으면 간호학 과정을 마치고 어엿한 직장을 구할 꿈에 부풀어 있다가 변을 당해 안타까움과 비통함을 더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미국에서 간호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얻기 위해 희망을 안고 오이코스 대학을 찾았으나 꿈을 제대로 펴보지도 못한 채 화를 당했다.
◆가족의 희망이었던 두 한인 여학생
이번 사건의 희생자 그레이스 김(24세, 한국명 김은혜,유니온시티 거주)씨와 리디아 심(21세, 심현주,헤이워드 거주)씨는 모두 오전에는 이 대학에서 간호사의 꿈을 키우고, 밤에는 레스토랑 종업원과 안과에서 병원일을 도왔다.
심 씨의 동생 대니얼 심(19세, 올로니 칼리지 대학생)씨는 "누나가 거의 매일 아침 6시께 오이코스대학에 등교해 공부한 뒤 오후 4시부터 4시간 인근 안과에서 의사의 비서로 일해왔다"고 전했다.
리디아 심의 아버지 심영민씨는 SF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어했던 딸은 유니온 시티의 제임스로건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스탠포드대학을 가고 싶어했지만 먼저 간호학을 전공해 일하다가 후에 의과대학에 진학하려는 희망찬 꿈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은혜씨도 오전에는 이 대학에서 공부한 뒤 오후에는 인근 뉴왁의 BJ 레스토랑 등 두 곳에서 일하면서 대학에 진학해 미래를 준비해왔다.
김씨의 레스토랑 동료들은 "그가 항상 열심히 살았으며, 직장에서도 동료들과 노래하고 농담하면서 즐겁게 지냈다"고 전했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누구나 시작을 할 수는 있지만 강한 자만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게시돼 있다. 플레즌튼 풋힐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씨는 페이스북에 776명의 친구가 있을 정도로 밝고 명랑한 학생이었다.
◆티베트서 미국으로 왔건만 꿈은 날아가고
또 다른 희생자 소남 초이돈(33세 엘세리토 거주)는 티베트 망명자로 인도에서 성장해 그곳 티베트 망명정부의 교육부에서 일하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지난 2010년 샌프란시스코로 이민와서도 티베트단체에서 활동했다.
캘리포니아 북부지역 티베트인 협회 협회장은 텐진 체더프는 "티베트에서는 많은 고통스러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지금 우리는 미국에서 또 다른 슬픔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새 일자리 찾으려고 간호학과 들어갔지만
남미 가나 출신 이민 1.5세대인 주디스 시모어(53세 산호세 거주)씨는 세금분석가로 일하다 정리해고되고 나서 새 일자리를 찾으려고 이 대학을 찾았으나 1년 과정을 2개월 남겨둔 상태에서 화를 당했다.
그는 부모가 모두 뉴욕에서 간호사였으며, 그도 이미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 간호학과의 문을 두드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모어 씨는 장성한 두 자녀를 두고 있으며, 주변 사람들은 그가 딸이 조만간 산호세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경영대학원을 졸업할 예정이라면서 기뻐했다고 전했다.
◆유일한 남자 희생자로 차량 범인 도주길에 쓰여
용의자 고수남(43세)씨가 도주 차량을 빼앗는 과정에서 피살된 것으로 확인된 부티아 체링(38세 샌프란시스코 거주)씨는 유일한 남자 희생자로 히말라야 산맥 인근인 인도 시킴주 출신의 불교신자이다.
독신자인 그도 오전에 오이코스대학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다.
◆나이지리아서 변호사로 일하다 이민
도리스 치부코(40.샌리앤드로 거주)씨는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법대를 거쳐 변호사로 일하다 지난 2002년 결혼과 동시에 미국으로 이민왔다.
남편 애파냐 치부코는 AT&T의 기술자로 근무하고 있고 현재 8살과 5살, 3살 짜리 자녀를 두고 있다.
그도 자녀를 어머니에게 맡기고 샌리앤드로 소재 빌라 페어먼트 정신보건재활센터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전화 한통에 뒤바뀐 운명, 남편은 필리핀에
사망자 가운데 유일한 학교 교직원은 캐틀린 핑(24)씨는 미리 미국에 와있던 아버지의 초청으로 2007년 어머니와 남동생, 여동생 2명과 함께 필리핀에서 이민왔다.
숨진 핑씨의 남편은 이민국의 허가를 받지 못해 아직 필리핀에 있다.
온라인으로 간호학 공부를 한 핑씨는 지난해 7월 대학에 강사로 취업해 가족을 뒷바라지 했다. 그는 이날 동료 비브 콘셉시온과 근무시간을 바꾸는 바람에 범인의 인질이 됐다가 비운을 맞았다. 어머니 메리 핑은 "참으로 꿈이 많은 딸이었다"며 "아들이 겨우 네살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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