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숭 목사/ 새크라멘토 수도장로교회 담임
금년 들어 누가복음에 나타난 예수님의 비유를 시리즈로 설교하고 있다. 비유란 ‘확장된 직유/은유’로서 핵심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동원되는 일종의 이야기 같은 것이다. 예화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나 예화가 의사전달에 효과적인 것은 ‘관계성’ 또는 ‘친밀성’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관계되는 것을 좋아한다. 쉽게 말해 “나 그것 잘 안다”다. 골프 치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골프 이야기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과 같다.관계성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친밀성은 관계성의 증폭된 형태다. 이는 “나 그것 잘 안다”가 “그래서 난 네가 좋다”로, 지식의 공통분모(관계성)가 마음의 공통분모(친밀성)로 발전된 형태며, 나 잘 아는 것 너도 알고 있으니 너와 나는 한 배 탄 같은 식구 아닌가, 하는 마음 같은 거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천재적인 이야기꾼이었던 게 분명하다. 이야기가 갖는 이러한 특성들을 설교에 효과적으로 잘사용하셨기 때문이다.
설교할 때 느끼는 바지만, 적절한 예화를 동원할 때 교인들의 귀는 더 솔깃해진다. 졸다가도 “예를 들면~” 하면 금방 눈들이 동그래진다. 특히 추억을 말할 때 더 그러는 것 같다. 까까머리 하며 학교 다니던 이야기, 그때 들었던 팝송이나유행가, 추억의 영화배우들, 율 브린너, 찰스 브론슨, 스티브 맥퀸, 황야의 무법자, 송창식과 윤형주, 세시봉 등, 이런이야기들을 예화의 자료로 쓰면 눈이 동그래지다 못해 흥분 아드레날린이 교회당 안에 가득 참을 느낀다.
그래서 깨닫는 바는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존재라는 점이다. 인간에게 추억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고생해 지겨웠어도 추억은 나의 지금을 있게 하는 삶의 힘이다. 이는 옛날 생각을 해도 힘겹게 살았던 것만이 내 의식의 곁자리에 더 강하게남아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들을 연상할 수 있는 공동의 추억거리들을 이야기 속에서 끄집어내니 반가울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신앙에서도 과거는 항상 존재한다. 특히 내 인생을 평범한 인생에서 신앙의 인생으로 역전시켜준 반전의 경험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과거의 추억거리다. 창세기에 나오는 야곱의 경우, 비록 야비하고 인간적인 그였지만, 그가 하나님 곁을 쉽게 떠날 수 없었던 것은 그가 하나님과 충돌했던 ‘벧엘’이 그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 형제 속이고 도망이민 갈 때 하나님을 만났던 곳, 그리고 세겜 땅 대학살로 인해 위험에 처한 순간 온 가족이 하나님을 대면한 후 극적으로 새 인생을 출발할 수 있었던 곳, 바로 벧엘이었다. 벧엘은 그의 추억의 고향이자 영적인 고향인 셈이다. 야곱에게 벧엘이 그런 곳이었다면, 그의 아버지 이삭에게는 브엘세바가, 그의 할아버지 아브라함에게는 모리아 산이, 그리고신약의 바울 사도에게는 다메섹이 그런 곳이었다. 그러고 보니, 교회역사의 위대한 믿음의 영웅들에게는 자신의 인생을 역전시켜주신
하나님을 반추할 수 있는 추억의 공간 하나쯤은 다 있었던 것 같다.
이처럼 신앙인에게는 과거가 매우 중요하다. 나를 더 매이게 하는 과거면 문제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를 더 성숙한
모습으로 도와주는 추억거리들을 만들어주는 과거라면 꼭 필요한 것이다. 특히 야곱과 바울처럼, 그 장소, 그 순간이 떠오르면 주체할 수 없는 감격에 휘말리게 하는 과거라면 더더욱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런 과거, 당신에게는 과연 존재하는가?
없다면 이제부터라도 만들기 바란다. 이민자로서 사는 이 미국 땅은 그런 사건이 일어나기 쉬운 곳이다. 이미 치열한 곳이기 때문이다. 삶이 치열한 곳에서 하나님과 내 자신이 충돌케 되는 일은 더 빈번해진다. 미국이 그런 곳이다. 추억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내가 만들기도 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그냥 무덤덤하게 살지 말고, 내가 사는 이 곳이 나의 영적인 고향이 되도록 우리 각자가 힘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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