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영 신부/ 가톨릭 SF 대 교구
대한민국 젊은 남자 청년으로서는 군 입대를 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또한 피해서도 안 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군 입대가 대단히 중요한 국토방위의 의무다. 1960년 3월 나이 22살 때 일년 이상 기다렸던 군 입대 영장을 드디어 받았다. 대한민국 젊은 청년으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군 복무임에는 틀림없지만 마음은 약간의 두려움과 염려 그리고 보람과 기쁨 등으로 뒤섞인 묘한 감정으로 마음은 약간 불안하면서 설렌다.
새로운 군 입소자들을 훈련시키는 훈련장소가 충청남도 논산에 있기에 논산으로 입소자들은 모두 집결해야 한다. 국토방위라는 국가적인 높은 사명의식을 고취시키는 특수한 단체로 유사시 전쟁터에서 생명을 걸고 적과 싸워야 하기에 특수한 고강도 훈련을 거치면서 정예 군인이 되어 3년간 군 복무를 해야 한다. 나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기에 입대 영장에는 재무병과로 기록되어 있는데 입소한 논산 훈련소에서는 나도 모르게 의무병과로 바꾸어 졌다.
입소하자 말자 먼저 삭발을 하고 푸른 군복과 군화를 비롯한 일상 보급품들을 지급받는다. MI 소총과 철모 그리고 수통과 총알8발이 한 케이스로 된 실탄을 넣을 수 있는 몇 개의 주머니가 달린 벨트도 역시 지급 받는다. 소대별 내무반이 지정되고 주어진 초강도 훈련계획에 따라 매일마다 군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여러 종류의 훈련에 임해야 한다. 3개월간의 훈련 기간 동안 필수적인 교과 과정과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여러 가지 고된 훈련을 받게 된다.
훈련병들이 취침하는 막사 한가운데 넓은 통로가 있고 통로 양가에 소대원이 잠자는 층 마루 위에서 마주보고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하는데 그날 식사당번이 주방에서 배정받은 음식을 막사 소대원들에게 배식을 한다. 밥이나 국이든 음식량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음식내용도 빈약하고 밥그릇 과 국그릇 그리고 숟가락 등 음식도구가 어느 하나 성한 것 없이 망가지고 쭈그러지고 숟가락 손잡이는 다 떨어져 나간 형편없는 식사도구를 가지고 하루 3끼를 먹어야 했다.
당시 내가 생각하기로는 이러한 형편없는 식사도구와 너무나 빈약한 음식 내용들이 철저하고 올바른 군인을 양성하는데 겪어야 하는 의도적인 교육적 효과를 계산해서 이러한 식사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는 알아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점심시간 막사 안에서 배식된 음식을 막 먹기 시작하는 순간 훈련소 소장인 한신장군이 자기 참모진을 대동하고 불시에 막사 안으로 불쑥 들어온다.
당시 논산 훈련소 소장은 한신 장군으로 철저한 군인 정신을 가진 청렴결백한 명장으로 소문난 군인이었다. 배식 받은 음식을 먹는 순간 우리 막사를 불시에 찾은 한신소장은 별 말없이 병사 앞에 놓인 쭈그러진 국그릇에 담긴 국 국물을 몽땅 숟가락으로 떠서 약간 맛을 보고 국이 너무 짠데 하면서 보좌관을 향해 몇 마디 주의를 주고 막사내부를 쭉 둘러보고서 막사를 나갔다.
작은 키에 호리호리한 체구에 얼굴모습에서 강인하고 깐깐한 성격을 읽을 수가 있었다. 한신소장이 점심시간에 우리 막사를 예고 없이 불시에 왔다간 그날 저녁식사 때는 대혁명적인 이변의 사건이 벌어졌다. 밥그릇 국그릇 그리고 숟가락이 전부 새것으로 교체가 되었고 밥의 양도 평상시보다 2-3배나 더 많고 국도 소고기 국인데 평소 때보다 양이 많았다. 훈련소 소장이지만 말단 훈련병들이 매일 먹는 음식의 내용과 음식 도구 등 훈련병들의 식사 환경을 알리가 없다.
부하 참모들이 소장에게 전부 허위로 보고하고 실제 훈련병들에게 보급되는 음식에 관계되는 모든 경비를 최대한 횡령하고 나머지 최소한의 경비로 훈련병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에 식사 내용이 너무나 빈약하고 식사 도구 등 모든 것이 오래된 못쓸 도구들이다. 강한 군을 만들기 위해 교육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고생을 시키는 것으로 알아들은 나의 생각이 철없는 아이처럼 너무나 순진했다. 당시는 군 뿐만 아니고 국가 전반적으로 모든 공무원 사회 구석구석 극에 달하는 부정부패에 푹 젖은 썩은 사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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