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잔치에 150억달러 너무 심해”… 당초 예상보다 100억달러 늘어
▶ 개·폐회식에만 1억2,500만달러 투입 “엄청난 국가 홍보효과 기대” 반론도 재정난 이탈리아는 유치신청 철회
1948년 영국 런던올림픽 당시 돈이 너무 없어 참가 선수들은 자신들이 쓸 타월을 직접 가져오고 먹을 음식까지 실어 와야 했다. 또 잠은 육군 병영이나 대학교기숙사에서 자야했다. 76만파운드의 예산은 당시 클레멘트 애틀리 수상이 2차 대전으로 피폐해진 영국이 감당하가 힘들다고 하소연 한 후 스폰서들이 나서 해결해 주었다. 64년이 지난 지금 영국은 내핍과 공공부문 예산삭감으로 대표되는 재정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질 성장이 중단되고 실업률이 17년 만에 최고인 8.4%에 달한 상황에서도 영국은 금년 하계올림픽을 위해 150억달러의 돈(이것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을 쏟아 붓고 있다.
지난 11월 데이빗 카메론 총리는 개막식과 폐막식 예산을 당초보다 2배 늘어난 8,000만파운드(약 1억2,500만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혀 지구촌 TV시청자들에게 영국의 뛰어난 모습을 알리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제레미 헌트 영국 문화상은 “올림픽에 대해 두 가지 태도를 가질 수 있다. 하나는 지금이 내핍 시기인 만큼 가능한 한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내핍의 시기인 만큼 이 기회를 잘 활용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메시지는 영국정부가 재정위기에서 벗어나려 지출을 줄이고 있는 시기에 잘 먹혀들어가지 않고 있다. 일부 영국인들은 다가오는 올림픽을 흥분과 자부심으로 맞이하고 있지만 고통의 시기에 17일간의 파티를 위해 막대한 돈을 쓰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는 영국인들이 많다. 칼럼니스트 리처드 윌리엄스는 가디언지 기고를 통해 “노래하고 춤추는 호화 쇼를 위해 4,000만달러를 쏟아 부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슬럼독 백만장자’ 감독은 대회 조직위가 올림픽에 대해 얼마나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감독은 개막식을 총지휘하고 있는 영화감독 대니 보일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는 이코노미스트지 기고를 통해서도 올림픽을 “무책임한 스포츠 엘리트들에 의해 통제되는 맹신”이라고 비판했다. 칼럼은 “아마도 스포츠 제전의 성공은 대중의 분노를 무력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영국은 돈을 쏟아 부은 대회를 치렀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확신을 심어주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올림픽 논쟁은 영광이 아니라 비용과 이익의 문제를 둘러싸고 쳇바퀴를 돌고 있다”고 꼬집었다.
올림픽 비용에 대한 푸념은 올림픽 주최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일반적이다. 성공적으로 개최되는 경우에도 올림픽은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안겨준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은 스페인에 61억달러의 부채를 남겼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은 당초 16억달러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최종 지출은 무려 160억달러에 달했다.
1976년 올림픽을 개최한 몬트리올의 경우 27억달러의 부채를 갚는데 2005년까지 총 30년이 소요됐다. 지금 진행 중인 런던올림픽 지출은 15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는데 이는 당초추산보다 100억달러가 늘어난 것이다. 자국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달 로마의 2020년 올림픽 유치신청을 철회한다고 밝혔다.(반면 또 다른 재정 위기국인 스페인은 2020년 마드리드 올림픽 유치를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몬티 총리는 기자들에게 “오랫동안 이탈리아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우게 될 약속을 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역사의 다른 시기에는 그러 위험을 감수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말했다.
휴 로벗슨 영국체육상은 지출의 상당부분이 재정 위기 이전, 즉 지난 2010년 보수연립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이뤄졌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올림픽에 투입한 노력에 비춰볼 때 영국을 과시하고 이렇듯 크고 복잡한 행사를 침착하게 치러내는 영국의 능력을 보여 줄 절호의 기회를 무산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근 4년 전 베이징 올림픽과 달리 “영국은 수퍼파워로 떠오르고 있지 않으며 우리는 방문해서 비즈니스를 하고 돈을 쓰기에 좋은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돌아간 후 다시 찾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올림픽 개최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런던 경제대학원의 정부학 담당 교수인 토니 트레버스는 올림픽의 장기적인 재정적 영향을 가늠하는 데는 수십년이 걸린다며 런던올림픽과 관련한 가장 눈부신 성과는 이스트 런던의 방대한 버려진 지역에 올림픽 선수촌을 짓고 여러 인프라 시설을 만듦으로써 이 지역을 재활성화 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계획과 건축이 상당히 효율적으로 이뤄졌다면서 평상시 같으면 10년 이상이 소요됐을 프로젝트가 5년 만에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윔블리 구장과 밀레니엄 돔 같은 문제덩어리 건축물들로 인해 망가진 영국의 평판을 회복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타냈다. 트래버스는 “영국의 플래닝과 건축, 디자인, 프로젝트 관리, 그리고 건설 등에 대한 광고효과가 엄청나다”고 지적하고 “영국은 거대한 프로젝트를 제때 에 끝낸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해 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림픽 준비과정에서 불평을 수시로 터져 나왔다. 비판자들은 런던 올림픽 로고가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고 마스코트도 제 정신이 아닌 외계인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다. 또 입장권 배분도 엉망이고 올림픽이 시작되면 런던 시민들은 교통과 안전문제 때문에 지옥 같은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코미디언 재키 메이슨은 “앞으로 10년 동안 세금을 더 내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면 도로의 절반을 잃고 티켓 1장을 37명의 친구가 같이 쓰는 일은 정말 환상적”이라고 조롱한다. 영국 공공부분 노조 대표인 렌 맥클러스키는 실직과 연금 삭감을 당한 노조는 올림픽 기간 중 파업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심술궂고 비애국적인 것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한 여론조사 기관의 관계자는 불평불만은 영국인에게 제2의 천성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해 로열웨딩 전까지 영국인들은 이에 긍정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웨딩을 본 후에는 반응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올림픽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예상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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