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오바마 대통령이 차기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다트마우스 대학의 김용 총장을 지명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참 기뻤다.
언론보도를 통해 잘 아는바와 같이 김 총장은 한국서 태어나 5살에 부모님과 같이 이민와 아이오아주에서 자랐다. 대학과 대학원을 모두 명문 아이비 대학에서 마쳤고 세계보건기구에서 에이즈 퇴치 운동에 앞장섰다. 하버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아이비 대학의 총장이 되었던 입지적인 인물이다. 그것도 50이 채 안 된 나이에 있었던 일이니 대단하다. 이제 세계은행 총재의 자리를 한국계가 차지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 축하하고 감사해야 할 일이다.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좋은 귀감이다.
김 총장에 관한 낭보도 그랬지만 나로서는 지난 월요일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의 팍스 밀(Fox Mill) 초등학교에서 발표되었던 새 교장 선임 뉴스가 큰 의미가 있었다. 6월말로 은퇴하는 현 교장의 후임자가 훼어팩스 카운티에서는 최초로 부모가 모두 아시아인인 경우이기 때문이다. 훼어팩스 카운티가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군으로 평가되고 아시아계 학생의 비율도 거의 20%를 육박하지만 아시아인 교장 임명 부분에서는 성적이 아주 저조하다. 인근 메릴랜드주의 몽고메리 카운티에서는 한인 초등학교 교장만도 벌써 두 명이나 됨에 비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니 이번의 아시아계 교장 임명이 나에게는 보통 신선한 게 아니었다. 아버지는 일본인이고 어머니는 한국인이라고 했다.
나는 1995년에 처음으로 교육위원이 된 후 기회가 될 때마다 훼어팩스 학군의 행정 리더십의 다양화 결핍을 문제로 지적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계 교직자들의 고위직 승진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이는 상황이다. 교육감에게 대책 마련도 다그쳐 보지만 번번이 벽에 부딪히는 대답은 아시아계 교직 진출 희망자의 상대적인 부족이다. 오히려 나에게 아시아계 가정에서의 높은 교육열에 반해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이는 초중고 교직에 대한 선호감에 대한 반문을 하기도 한다.
교육과 교직의 중요성에 아시아인 가정이 이중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을 듣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교육청이 어떠한 노력을 벌여야 하는지 적절한 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한다. 그러나 쉽게 대답을 못 해주는 나 스스로 답답해하던 적이 많았다. 그저 아시아계 교직 진출 희망자를 늘리는 좋은 방법 중 하나로 고위 교육행정직에 아시아인이 많이 발탁됨으로 교직에 조금이라도 뜻을 품을 수 있는 아시아계 젊은이들에게 아시아인도 평교사 이상의 자리로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는 한다. 단, 법적으로 아시아계 승진에 쿼터를 두며 특별히 고속 승진을 시킬 수도 없고 교사들 중 자질을 갖추고 행정직에 뜻을 둔 젊은이들을 찾아야 하는데 이들의 숫자가 전체적으로 적다보니 그 만큼 힘이 드는 것이다.
훼어팩스 카운티의 교사들 중 아시아계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4%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중 상당부분이 아직 교직 경력이 많지 않은 연령층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번의 팍스 힐 초등학교의 교장 임명을 시발점으로 많은 숫자의 교장, 교감이 빨리 더 배출되기를 기원해 본다. 교장이 되기 위해서 꼭 나이가 많고 오랜 경험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번의 임명 경우를 보면 대학 졸업한 지 15년 밖에 되지 않았으니 이제 겨우 30대 후반의 나이일 것이다. 처음에는 평교사로 시작했지만 실력을 인정받아 몇 년간 코치 교사로 일했고 그 후 교감으로 두 학교에서 각 2년씩 모두 4년만의 교감 경험을 쌓은 후 교장이 되었다. 어쩌면 초고속 승진이라 할 수도 있는 케이스이다. 그러나 이렇게 젊은 나이에 교장 자리에 오르는 경우가 제법 있고 누구에게도 주어질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물론 모든 교사들이 교장, 교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평교사보다 더 중요한 것도 없다. 학생과 직접 얼굴을 맞대는 교육일선에서 훌륭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교사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그러한 교사들이 좀 더 효율적, 효과적으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고 이끌어주는 것이 교장, 교감의 역할이라고 볼 때 이 또한 중요하고 이 부분에서 아시아계의 진출을 독려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아시아계도 충분히 잘 할 수 있고 이제는 그러한 역할을 좀 더 많이 해야 한다.
지난 일 주일 사이의 두 가지 상쾌한 낭보가 나에게 힘을 북돋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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