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례성사를 받든 당시에는 영일군내 유일하게 하나밖에 없는 가톨릭교회 본당(성당)은 우리 집에서 약 3마일(4.8km)이나 떨어진 포항 죽도동에 있었다. 본당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비록 적은 숫자의 신자들이지만 거리상으로 주일날 본당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신자들을 위해 교회 주교님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신자들이 모이는 기도의 장소를 공소라고 한다.
공소에는 상주 신부님은 안계시지만 그 지역 신자들이 주일 기도를 위해 모이는 장소와 지역 신자들을 대표하는 공소회장이 있다. 포항에서 약 3마일(5.8km) 떨어진 당시 연일면 소재지에 성당대신 공소가 있었다. 공소에 일요일이 되면 연일면소재지 안에 사는 신자들은 포항본당까지는 가기가 힘들기에 공소에 모여 주일기도를 함께 바치는데 장소는 가정집이고 그 집 집주인이 연일 공소 회장님이다. 나는 때때로 포항본당 주일미사를 나갈 수가 없는 경우가 생길 때는 집에서 가까운 공소에 나가 공소신자들과 함께 기도를 바치고 때로는 주일기도를 주관하기도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나의 고향 연일은 시골 농촌 지역이고 신자들이 있기는 있지만 아무 적은 숫자의 신자들뿐이기에 천주교를 믿는다고 하면 우리 전통종교(불교와 유교 내지는 미신에 가까운 무교: 巫敎)와는 너무나 생소한 종교이기에 오히려 이방인처럼 이상한 눈초리로 천주교를 믿는 사람들을 대하기고 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직장을 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설령 어려운 직장을 구했다 해도 군 영장이 나오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군 입대를 해야 하기에 나는 군 입대영장이 나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세례를 받고 거의 일연 간 군 입대를 기다리는 동안 물론 가사일도 도와드리지만 주로 성당에 다니고 종교서적들과 세계 문학전집 등 닥치는 대로 많이 읽었다. 그리고 포항본당 청년 레지오마리에 단(성모님의 군단)에 가입해서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30분에 시작하는 모임에 가기위해 오후 4시경 출발하면 포항 본당에 거의 6시30분경 도착한다. 포항성당까지 걸어가는데 형산강 다리를 건너고 약 500m 정도 더 가면 큰 호수가 있고 호수를 지나 인가가 전혀 없는 넓은 들이 계속되다가 결국 포항시로 연결된다.
매주 한 번씩 레지오마리에 참석차 오후 4시경 때로는 3시경 집에서 출발 성당에 오후 5시내지 6시경 도착하면 2-1시간씩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다. 2-1시간의 여유가 생길 때 성당에서 혼자 조용하게 성체조배를 하면서 기도하는 시간은 나에게는 영적으로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레지오 마리에 단원들이 하는 의무는 기도와 전교활동 그리고 냉 담자 내지는 병자방문 등의 봉사활동이다. 할당된 활동의 이행사항을 다음 모임에 보고해야하고 또 새로운 봉사활동을 할당받아 레지오 마리에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는 거의 8시30분이 넘고 집에 도착은 거의 10시가 넘는다. 비가 온다든가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본당 신부님(프랑스 사람)이 사제관 식당 방에서 자고 가라고 권할 때도 있는데 2-3차례 식당 방에서 잔 적도 있다.
프랑스 신부님이기에 식간에서 구운 프랑스빵을 진한 우유를 많이 탄 커피에다 빵을 찍어 먹는데 그 맛은 나의 입맛에도 아주 잘 맞는 음식이기에 본당신부님이 자고 가라고 권하면 그 빵을 먹을 기회 때문에도 한번도 사양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하루는 주회를 마치고 밤 9시경 캄캄한 밤에 인가가 전연 없는 한적한 들판을 혼자서 걸어가는데 건장하게 생긴 두 젊은 청년 깡패가 갑자기 나타나 나를 심하게 구타를 하고 지갑도 빼앗고는 달아나 버린다.
캄캄한 밤이고 아직도 집에까지는 거의 10리가 넘는 거리가 남았는데 오다가 호수 가에서 얼굴에 묻은 피를 씻고 집에 오니 밤 11시가 넘었다. 1년 동안 레지오마리에 참석하면서 격은 여러 가지 시련도 신앙을 강하게 하고 더욱 성장시키는데 주님께서 나의 신앙을 시험해보시기 위해 베풀어 주신 또 다른 은혜임에 틀림없었다.
(가톨릭 SF 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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