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에는 과연 전문 지휘자가 꼭 필요한 것일까? 이러한 질문은 다소 우문같지만 전문 지휘자가 생긴 것이 겨우 일 백년 남짓이라는 사실로 미루어, 결코 바보스러운 질문만은 아닐 것이다. 요즘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본국 KBS 교향악단이 지휘자와 단원들간의 갈등으로 연주회가 취소되는 등,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이다. 경위야 어쨌든 갈등이 사전에 봉합되지 못하고 외부로 표면화 되고 있는 것은 분명 KBS 악단의 지휘자 및 단원들의 자격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역사상 최초의 전문 지휘자는 한스 본 뵐로였다고 한다. 이는 불과 백오십년 남짓 전의 일로서 그 이전에는 작곡가가 직접 지휘하는 등 지휘자의 위치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음악이 보다 전문화되고, 연주회 수가 늘어나다보니 전문 지휘자가 필수불가결하게 탄생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근대에 들어 종종 지휘자가 마치 오케스트라의 주인인양 행세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이다.
푸르트벵글러가 빠진 베를린 필… 그리고 베토벤 교향곡의 명반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베토벤이 다시 살아나지 않는 한, 그보다 더 뛰어난 연주는 들려줄 수 없다는 전설의 푸르트벵글러… 오케스트라의 독재자 토스카니니… 맨손 지휘의 스토코우스키… 카라얀…등등은 지휘자의 위치가 오케스트라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극소수 오케스트라에 국한된 것이지 대부분은 그렇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오케스트라의 지휘는 물론 그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갖춘 자가 맡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아무리 뛰어난 음악성을 갖추고 있다하더라도 오케스트라(단원)와의 화합… 단원들의 의견이 존중되지 않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살아남지 못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카라얀 서거이후 최고의 지휘자로 꼽히는 리카르도 무티가 얼마전 라스칼(오페라)에서 도망치듯 쫓겨난 것 역시 독재형 지휘자가 현대에서 얼마나 살아남기 힘든가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완벽한 통제력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나가는 토스카니니 스타일은 더 이상 현대에선 통용되지 않는다.
오케스트라의 민주화라고나할까… 단원과 지휘자가 함께 호흡하고 일심동체로 이끌어나가는 것이 이상적인 오케스트라의 모습일 것이다. 물론 속성상, 오케스트라란 어디까지나 지휘자 중심으로 이끌어지는 단체이다. 단원이 지휘자의 스타일에 반기를 들거나 동의하지 못한다면 이는 단원이 떠나야지 절(지휘자)이 옮겨갈 수는 없는 법, KBS의 함신익(지휘자)의 경우 역시 전후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일단은 단원들의 아집이 문제인 것으로 비쳐진다.
소위 말하면 끼리끼리 뭉쳐 신임 지휘자가 올 때마다 물먹이고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암암리에 텃세를 부린다면 그 오케스트라에서 롱런할 수 있는 지휘자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으로 비추어볼 때 단원들만 탓할 수도 없다. 지휘자라고 하여 그동안 잘나가던 단원들을 오디션이란 명목으로 좌지우지하고, 불안에 떨게 한다면 이에 반발하지 않을 단원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뻔한 상식 속에서 이상적인 조율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KBS 악단의 사정은 당자자들이 아닌 다음에야 함부로 왈가왈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KBS 악단은 2010년 함신익씨가 지휘자로 임명된 직후부터 끊임없이 잡음을 내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지휘자가 어떤 꼬투리(약점)를 잡혔거나 (단원)내부의 조직적인 세력이 관여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렇다면 해결의 실마리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
성직자가 없는 교회… 주지(스님) 없는 절이라고 모두 망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휘자없는 오케스트라를 과연 상상조차 할 수 있을까? 늙은 토스카니니의 사퇴의 변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나는 더이상 자리를 지켜나갈 힘(자신)이 없기때문에 스스로 사퇴한다’ 이것은 지휘자의 위치가 얼마나 힘들고 책임감이 따르는 자리인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문제는 자신을 속일 수 있는 지휘자는 많지 안돼, 자리에만 연연하는 철밥통 (단원)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냐 독재냐? 헌신하지 않는 지휘자 밑에서 민주주의가 꽃필리 없겠지만 철밥통때문에 지휘자없는 오케스트라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면 이 또한 오케스트라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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