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섬뜩한 말을 저리 함부로 할 수 있을 수 있을까. “장군님 애도 기간에 허튼 짓을 한 놈들은 모두 제끼라(없애라).” “그런 놈들은 머리카락 하나까지 흔적을 남기지 말라.” 김정은이 내린 지시라고 한다. 그에 따라 인민무력부 부부장이란 사람을 박격포로 쏴 처형했다는 거다.
험한 말은 계속 된다. 서울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한을 비판하는 성명이 나올 경우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협박을 한 것이다. 게다가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저 체제를 도대체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수 십 년간 되풀이되고 또 되풀이 된 질문이다. 그 지겨운 질문이 또 다시 되 뇌여 진다.
무엇이 성공한 나라와 실패한 나라를 결정짓나. 지리적 여건인가, 문화인가. 그 가장 결정적 요인은 제도(institution)다. 제임스 모리슨 등 두 명의 전문가가 왜 실패한 국가가 되는지를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추적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다.
사유재산을 인정한다. 법치에 바탕을 두었다. 자유경쟁과 정치적 권리가 보장된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을 ‘포용하는(inclusive)
제도’를 도입한 나라들은 부를 이룩하면서 성공한 국가가 됐다.
그와 대칭선상에 있는 것이 모든 것을 ‘착취하는(extractive)제도’의 국가들이다. 사유재산권이 부인된다. 정치는 물론 경제 권력도 소수의 독점물이다. 파워는 중앙에 편중돼 있다. 배타적이다. 이 제도는 ‘빈곤을 창출하는 제도’다.
그 극명한 케이스로 남북한을 들었다. 동일한 문화와 지리적 여건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남한은 반세기도 안 돼 북한의 수 십 배에 이르는 부를 축적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개방적 사회를 이룩했다.
서로 다른 체제의 도입이 이 같이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 것이다.
민족주의의 그 근본적 속성은 페이거니즘(paganism)에서 찾아진다. 유대계 신학자 프란츠 로젠바이크가 일찍이 한 주장이다. 페이거니즘의 세계에는 보편적인 신(神)의 개념이 없다. 우상숭배만 있을 뿐이다. 그 숭배대상은 부족의 조상으로, 뒤집어 말하면 ‘집단으로서의 나’다.
이 세계에서 ‘나 아닌 이웃’을 학살하는데 아무 가책이 느껴지지 않는다. 타자(他者)의 인간성 같은 것은 아예 인정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는 나치즘으로 대표되는 파시즘을 새로운 형태의 페이거니즘으로 보았다. 이 네오-페이거니즘의 체제에서 자행된 게 인류대학살이다.
파시즘에다가 공산주의라는 광기가 합쳐졌다. 거기에 군국주의가 가미되고 순혈을 고집하는 인종주의 색채가 덧입혀졌다. 수령절대주의의 북한체제다. 극단적의 우상숭배체제로, 종교적 컬트(cult)에 가까운 집단이 북한체제인 것이다.
결핍과 고통만을 안겨 주는 체제다. 그 체제하에의 주민들은 대부분이 스트레스에 의한 심한 신경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다. 한 마디로 독소만 뿜어내는 사악한 체제로, 클라우디아 로젯은 악(惡-evil), 그 자체의 현현으로 북한 체제를 파악하고 있다.
아사자만 수백만이다. 고문과 정치적 탄압 가운데 죽어간 사람도 수십만이 넘는다. 체제가 뿜어내는 그 독소에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독소를 피해 수많은 사람들이 탈출하고 있다. 고통과 죽음의 그 체제는 그러나 그들을 집요하게 추적해 파멸로 몰아넣는다. 탈북자들이 맞고 있는 운명이다.
그 참상을 미국의 인권운동가 수잔 숄티는 이렇게 정의한다. ‘히틀러 나치치하에서 자행된 유대인학살보다도 더 끔찍한 반인도적 범죄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악한 인권침해 형태다’-. 그러면서 이렇게 주장한다. “북한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변화를 위해 북한 밖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느냐 이다.”
김정일이 사망한 지금이 중요한 시기로,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더 크게 외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 외침은 결국 들리게 마련이고 그럼으로써 전 세계가 그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질 때 변화는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80%의 북한주민이 장마당에 의존해 산다. 반면 평양의 엘리트들은 밀수된 DVD 등을 통해 전파되고 있는 한류(韓流)에 심취돼 있다.” LA타임스가 전하는 북한의 내부 모습이다. 시장(market)세력의 확산과 외부로부터의 정보(information)로 북한이라는 우상숭배체제가 몹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왜 그들은 험한 말을 마구 뱉어내고 있나. 불안과 초조감의 발로가 아닐까. 여기저기 체제에 균열이 일고 있는데서 비롯된….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를 고발하는 시위가 미주한인사회에서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인권단체가 나섰다. 사회단체도 동참했다. 교계도 나섰다. 한민족 디아스포라 구국기도회가 그것이다. 그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일선 목회자들도 그 행렬에 참여한다. 오는 4월10일 LA, 뉴욕, 워싱턴 등 미국의 전 주요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이는 시위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인류의 양심을 밝히는 시위다. 북한 동포의 고통에 함께하는 행렬이다. 그 행렬에 전 한인 사회가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특히 교계와 한인 단체가 하나가 되어 손에 손을 잡고서. 그 날을 기대해 본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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