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범죄를 다루는 미국 여러 주 제1심법원의 법정은 판사가 등단하기 전에 거의 시장 바닥 같은 인상을 준다. 검사석에서 기다리는 한 명 또는 두 명의 검사 앞에 몇 십 명의 피고들과 그들의 변호인들이 줄을 서서 유죄자인 형량 조정 협상(Plea Bargaining·이하는 유죄 협상)을 하기 때문이다. 우선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 등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동시에 피의자가 첫 번 범법을 한 경우에는 유죄를 자인하면 벌금도 법정 최고 액수에서 상당히 내려주는 동시에 감옥에 가는 대신 사회 봉사 활동 등 집행 유예로 풀려 나오게끔 검사와 변호사가 합의한 내용을 판사에게 개진하면 그대로 선고가 된다. 그러나 그 같은 유죄 협상은 살인, 강도, 상해 등 중범죄의 재판 직전에도 발생한다. 예를 들면 사형에 해당되는 죄목에 있어서도 유죄를 자인함으로써 배심원 평결을 포함한 재판 절차 자체가 생략됨과 동시에 사형 대신 종신형에 처해진다. 사실상 미국에서는 연방법원의 유죄 판결 중 97% 그리고 주 법원의 판결 중 94%가 유죄 인정의 결과라는 통계가 있다. 바꾸어 말하자면 검사와 변호사의 서론, 증거물의 채택과 목격자 등의 증언, 반대 심문, 검사의 증거 요약, 변호사의 반대 이론 등의 호소, 검사의 마지막 결론을 거쳐 배심원의 판결 이후 판사가 선고하는 ‘순금’에 해당되는 재판 절차를 거치는 사람은 열 명 피고 중 하나가 못된다.
그만큼 유죄 협상이 미국의 사법 절차에 중요한 위치에 있게 되었기 때문에 미 연방대법원은 엊그제 형사 피고에게 연방 헌법 개정 제6조에 보장된 여러 권리 중 하나인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유죄 협상에까지 확대 해석하는 5대4의 판결을 어떤 두 사건의 종합 판결문에서 내리게 되었다. 전에는 변호사의 실력이나 노력 부족으로 피고가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 그 판결을 하급 법원으로 파기 환송하여 다른 변호사의 도움으로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었던 게 대법원의 판례였던바 최근의 결정으로 변호사가 유죄 협상 과정에서 피고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피고의 권리를 확대했다. 따라서 현재 형을 살고 있는 수천 명의 피고들이 자신들의 변호사가 유죄 협상 과정에서 그릇된 조언을 한 까닭에 그리되었으니 재심을 받게 해 달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대법원이 결정한 두 사건의 개요는 이러하다. 미조리주에서의 사건은 취소된 운전 면허증을 가지고 운전했다는 죄목으로 기소된 피고에게 그의 변호사가 검사와의 유죄 협상 조건을 일체 말해주지 않은 결과 재판을 한창 하다가 유죄를 자인했기 때문에 3년 형을 받은 사건이다. 재판 이전에 검찰이 제안했던 유죄 협상 중 하나는 열흘만 유치장에 가면 해결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니까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의 변호사가 그에게 검사의 제안을 설명해 주거나 고려할 기회도 주지 않고 그 제안의 시한이 넘어가도록 한 것은 헌법이 요구하는 효과적인 도움을 준 것이 못 된다”라는 5명 판사들의 다수 의견에 수긍이 어느 정도 간다.
미시간주의 사건은 좀 더 심각하다. 어떤 남자가 여자의 복부와 둔부에 총상을 입혔기 때문에 살인 의도를 가진 폭행죄 또는 살인 미수죄로 기소되었었다. 검사들은 그의 변호사를 통해 유죄를 자인하면 51개월 내지 85개월(7년+1개월)의 형기를 살게 되는 것으로 제의를 한다. 피고는 자기 변호사가 피고의 총격이 피해자의 허리 밑 부분에 가해졌기 때문에 살인 미수죄로는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검찰의 제안을 거절하게 되었고 재판 결과 15년 내지 30년 형을 받게 되었던 경우이다.
진보성향의 대법원 판사들 넷(긴즈버그, 브라이어, 소토마이어, 케이건)이 중도파인 케네디 판사의 지지를 받아 보수 성향의 네 판사들(로버츠 대법원장, 스칼리아, 토마스, 알리토)을 누른 사건이다. 스칼리아는 특히 판사석에서 이번 판결을 터무니없다고 맹비난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또 그는 소수 판결 의견서에서 “오늘 미국 연방대법원은 유죄자인 형량 조정 협상을 필요악에서 헌법에서 보장된 권리로 승차시킨 것이다”라고 꼬집기를 잊지 않았다.
위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검찰의 유죄 협상 제의를 따르는 경우 피고들에게 유리한 경우가 많다. 재판을 끝까지 해서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 최고 형량이나 그 비슷한 형기에 처해지는 것을 우리는 흔히 보게 된다. 프린스 조지스 전 군수와 일리노이주 전 주지사의 예를 생각해 보면 된다. 연방 감옥이 주 감옥 보다는 비교적 편하다고 하지만 감옥은 감옥일 따름이다. 물론 죄를 안짓고 사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출애굽기 제20장에 나와 있는 10계명 그리고 10계명의 원칙을 더욱 승화시킨 예수 그리스도의 산상수훈(마태 5-7장) 대로 살고자 노력할진대 형사 법정에 설 가능성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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