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사람이 살다보면 아주 작은 일이 도화선이 되어 큰일을 망치는 수가 있다. 조금만 조심했으면 그냥 넘어가는 건데 ‘순간’ 같은 그 조금을 참지 못해 가져오는 큰 손실은 어디에 비교할 수 없다. 또한 이미 망쳐진 일을 돌이킬 수 없을 때 받는 상처는 대단하다. 어떤 경우엔 평생에 걸려 이룩해 놓은 관계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때도 있다.
이런 작은 일 중 가장 빼 놓을 수 없는 실수중 하나가 있다. 바로 세 치 혀에서 나오는 말이다. 아주 짧은 혀를 통해 뱉어지는 말이지만 그 말이 사람의 마음을 송두리째 지진이 일어나듯 흔들어 버리는 경우는 아주 많다. 열상방언(洌上方言)편에 보면 어이아이(於異阿異)란 말이 나온다. 뜻은 ‘어 다르고 아 다르다’란 내용이다. 같은 말이라 해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기분이 다를 수 있다는 풀이다. 순오지(旬五志), 동언해(東言解)편에 보면 거언미 래언미(去言美 來言美)란 말이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란 뜻이다.
순오지에 보면 언타사식냉죽(言他事食冷粥)이란 말이 나온다. 남의 말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로 한다는 내용이다. 또 순오지에는 도묘전언방진(到墓前言方盡)이란 말이 있다. 입찬 소리는 무덤 앞에 가서나 하라는 뜻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보면 언부중리 불여불언(言不中理 不如不言)이란 말이 있다. 말이 도리에 맞지 않으면 아예 말하지 않음만 못하단 뜻이다.
이렇듯 말이란 하기는 쉽지만, 한 번 나간 말을 주워 담을 방법은 없다. 깨진 그릇에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듯이 말도 똑같다. 아무도 살지 않는 산 중 깊숙이 들어가 홀로 도를 닦으며 살기 전에는 말은 우리네 인생과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러니 말을 조심하지 않고서는 세상을 잘 살아나기가 힘들다. 말하기가 곧 인생살이나 다름없다.
한국에선 요즘 총선을 앞두고 여·야간 정치인들의 말들이 홍수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통합진보당 이정희대표가 한 말이 구설수에 올라 당 대표직까지 사퇴압박을 받고 있다. 그가 당원들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나이를 속여서라도 여론조사에 답하라”란 말이 그 핵심이다. 어떻게 속임수를 써서 여론조사에 응하라고 했을까. 믿을 수 없는 말이 정치인들의 말이라지만 정치인들이야말로 말을 골라서 신중히 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정치인들이 함부로 말을 뱉어 국민들을 우롱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민 알기를 졸로 보는 것밖에는 안 되기에 그렇다. 책임이 클수록 말을 조심해야 한다. 문자 메시지도 말이니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함부로 문자로 보내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말이란 잘못하면 큰 손해를 보지만 잘만 하면 큰 복을 맞이하기도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 켄 블랜차드는 말한다. 육식동물인 범고래가 수면에서 3미터나 뛰어오르는 묘기를 보여주는 비밀이 조련사의 ‘칭찬’ 한 마디에 있단다. 그러며 그저 귀에 좋은 말 정도로만 여겼던 칭찬이 말 못하는 짐승까지 변하게 할 정도로 위대한 힘을 갖고 있다고 한다.“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란 속담을 예로 들지 않아도 말이란 마력을 갖고 있다. 부
정적인 말보다는 긍정적인 말 한 마디가 자녀들의 미래를 희망과 성공으로 이끈 경우는 허다하다. 지진아로 분류돼 학교생활을 할 수 없었던 에디슨은 어머니의 말 한 마디에 세계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발명가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그 어머니의 말은 “너도 할 수 있다”란 말이었을 게다.
칠전팔기, 역전의 명수로 성공한 사람들도 부모, 아내, 남편, 자식, 친구, 동료 등의 진심어린 격려와 용기를 주는 말들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말이란 돈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마음상할 말을 하여 상대방으로 큰 상처를 입힐 필요가 무엇인가. 조금이라도 더 감싸주고 일으켜 줄 그런 말들이 얼마나 많은가. 많은 고전들이 그것을 읽는 사람들의 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좋은 말들 때문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링컨은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지만 성서의 말씀을 읽고 노예해방을 주도해 이긴 대통령이다. 말, 말은 우리의 생에 보약도 되지만 독약도 될 수 있다. ‘어이아이’. ‘어’해서 다르고 ‘아’해서 다른 것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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