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김(C2 Education 원장)
올해 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수학·과학 교육 지원을 위해 8,000만 달러의 예산을 청구했다. 수학·과학 교육의 경쟁력이 미국 교육 나아가 미국의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수학·과학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탁월한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양성된 인재들이 국가적으로 경쟁력 있는 분야에 종사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따라서 국가 경쟁력을 위해 수학·과학 교육에 8,0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
이 과연 현명한 방법인지는 재고해 볼 여지가 있다.
특히 미국 최고의 두뇌들이 월스트릿으로 몰리는 흐름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질문은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된다. 실제로 월스트릿에 몰리는 많은 사람들이 수학·과학에 탁월한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미국 최고의 수학자, 엔지니어, 과학자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단순히 월스트릿에 있는 투자 은행을 위해서만 사용한다면 8,000만 달러나 되는 예산을 수학·과학 교육에 투자한 것이 국가 경쟁력에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우리가 우선 순위를 두고 고려해야 할 부분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수학자와 과학자를 배출해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분야 최고의 두뇌들이 자신의 전문 지식을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쓰도록 만드는가이다.
이들이야말로 미국 사회에 변혁을 가져 올 핵심 멤버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통해 불치병을 치유할 신약이 개발될 것이고 이들의 두뇌로 대체 에너지가 개발될 것이다. 이들의 연구로 기후변화를 막아야 하며 이들의 메시지를 통해 차세대에 희망과 꿈, 그리고 도전을 줘야 한다. 월스트릿에서 이들의 탁월한 두뇌를 그들의 재산을 늘리는 일에 전적으로 사용하는 대신에 말이다.
미국 최고의 인재들이 금융으로 몰리는 것은 그들이 금융이나 숫자를 광적으로 좋아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그 곳에 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는 금융은 마음만 먹으면 쉽고 간단하게 취업할 수 있는 분야다. 금융에 몰리는 두 번째 이유는 짧은 시간에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기관에서 쉽게 일하면서 큰돈을 벌 수 있는데 누가 굳이 적은 보수의 고된 실험실로 가고자 하겠는가? 이렇게 월스트릿으로만 몰리는 미국 최고의 두뇌들을 실질적으로 연구와 개발이 필요한 분야로 가게 하려면 분야 간에 급여가 비슷하게 조정돼야 할 것이다. 결국 보수는 직종 선택에 있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이들이 부담하는 학생 융자를 면제해 주는 프로그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는 학생 융자는 이들이 보수를 따라 진로를 결정하게 하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다. 오바마 대통령이 요청한 8,000만 달러의 예산을 수학·과학 교육 지원에 사용하는 대신 특정 분야 즉, 연구와 개발 등 국가 경쟁력에 실질적으로 공헌을 할 분야에서 일하기로 동의한 사람들의 학생 융자를 감면 또는 면제하는 프로그램에 사용한다면 훨씬 더 효과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수학·과학에 탁월한 인재들이 돈을 쫒아 월스트릿으로 가는 대신 사명감을 갖고 자신의 재능을 사회를 위해 사용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실현 가능한 방법으로는 정부 산하 리서치 직종을 보다 경쟁력 있게 만드는 것이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미국내 수학·과학 분야 두뇌들이 사명감을 갖고 자신의 연구 분야에 전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이에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 합당한 보수와 인정이 따른다면 리서치 분야에 대한 이들의 선택은 더욱 용이하게 될 것이다.
수학·과학 교육 지원 강화에 앞서 개선돼야 하는 것은 이 분야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자신의 재능을 사회를 위해 공헌하도록 돕는 제도적인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비 없이 수학·과학 교육만을 지원한다면 결국 우리의 투자는 월스트릿만을 부요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제안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교육 예산이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사용되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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