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도미니언(King’s Dominion)은 버지니아주의 중심 지역에 위치한 놀이공원이다. 청룡열차, 바이킹, 회전목마 등 여러 가지 놀이 기구가 있어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다.
그런데 버지니아주에 이 놀이공원의 이름을 딴 일명 ‘킹스도미니언법’이란 것이 있다. 이 법에 의하면 노동절인 9월 첫째 월요일 이전에 공립학교들이 개학을 할 수 없게끔 되어 있다. 이 법에 놀이공원의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이러하다. 이 놀이공원의 이용이 절정인 때가 여름철의 마지막 휴가로 간주되는 노동절 연휴이다. 그런데 이 놀이공원의 이용자나 그 곳에서 일하는 직원들 대부분이 학생들이기에 학교가 개학을 해버리면 이용자나 직원 모두가 줄어버릴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이 놀이공원의 영업에,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버지니아주의 여행산업에 악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학교 개학은 노동절 후에나 허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법에 예외 규정이 있어 노동절 전에 개학을 하는 학군들도 상당히 있다. 그러나 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훼어팩스 카운티는 한 번도 이런 예외규정을 적용받아 본 적이 없다.
훼어팩스 교육위원회는 매년 버지니아주 의회의 회기가 시작하기 전에 새로 제정되거나 개정되었으면 하는 법령들을 정리해 주 의원들에게 브리핑도 하고 로비스트를 고용해 의회 회기 동안 의회가 소재한 리치몬드에 상주시키면서 로비활동도 벌인다. 그 가운데 킹스도미니언법 폐기를 위한 노력은 항상 포함되어 왔다. 이 법령의 폐기를 원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버지니아주 헌법상 각 학군의 공립학교 운영은 교육위원회가 책임지고 하게끔 되어 있다. 개학 날짜에 어떤 제한을 둔 다는 것은 이러한 헌법적 교육자치권을 침해한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한 헌법적인 권한 범위 해석을 넘어 매 학년말에 치러지는 여러 가지 중요한 시험 날짜들을 고려할 때 개학을 일찍 시작하면 학생들이 이러한 시험을 준비하는데 조금 더 시간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이유이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학생들이 대학입학에 중요하게 여기는 AP 시험들은 매년 5월 초에 치러진다. 이 시험 날짜는 시험을 주관하는 외부기관에서 정하기 때문에 지역 학군이 임의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AP 시험은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치러진다.
그런데 이러한 시험을 치루기 위해서는 결국 시험 치기 전까지 그 시험 과목의 교과 과정을 모두 마치어야 한다. 즉, 훼어팩스 카운티의 경우 6월 중순이나 되어야 2학기가 끝나는데 5월 달에 치러지는 이러한 시험 준비를 위해 교사나 학생 모두 시험 날짜 전에 교과과정을 모두 끝내기 위해 몹시 서두르게 된다. 그리고 일단 이러한 시험을 치룬 후 이미 교과과정을 모두 마치었기에 학년말까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결국 시험 전이나 시험 후 모두 다 수업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또한 사실 5월 말에 있는 메모리얼 데이 휴일을 넘기면 학생들이나 교사들 모두 날씨도 더워오고 다가오는 여름 방학 생각에 들떠 면학 분위기가 어수선해진다. 더욱이 그 때쯤이면 거의 모든 대학들이 이미 다 방학을 해 버려 대학생 형제들이 있는 학생들은 이미 집에 돌아온 대학생 형제를 보면서 공부하는데 마음을 집중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그리고 여름방학 자체가 너무 길다는 생각도 든다. 긴 여름방학 동안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도 많다. 조금 일찍 개학을 해 그 전에 배웠던 것을 복습하고 새로 배울 것을 준비하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텐데 이 법령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이러한 논리들을 고려할 때 킹스도미니언법이 폐기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할 것 같지만 매년 이러한 노력이 실패해 왔다. 그 이유는 선거 후원금을 앞세워 주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여행산업의 막강한 로비 때문이다. 학생들 교육보다는 선거 후원금을 더 중요시 여기는 의원들이 있다. 올해는 사실 그 동안 매년 법령폐지의 주요 반대자로 지목되었던 의원이 폐기에 찬성하기로 마음을 바꾸었기에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기치 않았던 복병을 만났다. 훼어팩스 카운티 사정을 너무나 잘 알기에 당연히 법령 폐기에 동의할 것이라고 믿었던 또 다른 의원 하나가 반대표를 던져 또 다시 실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과연 이 의원이 자신의 반대표에 대해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어떻게 납득이 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행산업의 영업 이익이 교육보다 중요시 여겨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주 의원들의 입법행위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법령폐기가 논의되는 과정에서 교육위원들뿐만 아니라 지역구 주민들이 자신들을 대표하는 주 의원들에게 좀 더 자신들의 견해를 전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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