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민화 목사/ 알마덴 한국학교 교장
두꺼운 우편물 봉투의 수취인 란을 보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혹시나 하며 열었더니 역시…IRS에서 지난 2년간의 세금에대해 조사하겠다는 통보였다. 간혹 주변에서 세무 감사를 받고 골머리 아팠다는 말은들었지만,뽑기 케이스에 내가 당첨이 될 줄은 몰랐다. 평생 행운권 추첨에 걸리는 행운이 한번도 없었으니까…어떤이는미국에서 무서운 곳이 둘인데 이민국과IRS라고 했다.
그 중 더 무서운 곳이 IRS라며겁을 잔뜩 주었다. 준비할 것을 읽다가 아차 큰일이구다 싶었다. 10년이 넘게이사를 몇번하면서도귀중품 다루듯 잘 보관해 오던 묵은 영수증들과 수표책 사본들을 무슨 방정으로 몇주 전 남편의 서재를 새 사무실로 옮기면서 미련없이 몽땅 버렸던가! 할 수 없이 영수증이없는 것은 해당 회사에 전화해서 2,3년 전 영수증을재발급신청하고,교회 행사비와사무용품구입등선지출하고 받은 것을 증명하느라교회의 묵은 장부까지샅샅이 뒤져야 했다. 평생 가계부도안쓰고 대강 살더니 톡톡히 댓가를 치루는구나. 사업을하는 것도 아닌데 뻔한 수입에무슨 세무 감사냐며 짜증이나서 꿍시렁거렸다.
그러나 곧언짢아 할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마다 tax 보고 때가 되면,세무사가 요구하는 몇가지 서류를 내고 대강 질문에 대답하면세금보고는 내게 그리 골머리 아픈 숙제가 아니었다. 남이 내 숙제를 알아서 대강 해 준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로 받은 숙제 때문에 아직도 고생을 하고 있는 중이다.
성경은 기독교인의 납세에 대해 말하고 있다. “모든 자에게 줄 것을 주되 조세를 받을 자에게 조세를 바치고 관세를 받을 자에게 관세를 바치고 … 존경할 자를 존경하라.”(롬 13:7)바울은 당시 로마 식민 치하에 사는 생계가 어려운 유대인 크리스천들에게악한 통치자인 로마에 세금을 내라고 했다.
그러나넓은 안목으로 보면 로마는 그 세금의 일부로 도로를만들었고 복음은 그 도로를 통해 전세계로 뻗어 나갔다. 악한 통치자가 다스리던 나라에서도 기독교인들은 불평없이 세금을 내었건만, 하물며 이 나라 미국은 얼마나 많은 혜택을 우리 가족에게 주었던가! 이민 초창기아이들이 대학생이던시절에지원받은 학비가 얼마던가! 친정 아버지께서임종전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면제 받은 천문학적인 숫자의 병원비는 어떻고…설령 내가 다 밝힐 수 없어서 다소 억울한 세금을 낸다 할지라도 받은 은혜와는 비교할수도없다는 생각이 들자 감사로 마음이 바뀌었다. 내가 아는 멋진 엄마가 있다.
그녀가 상담학 박사,대학 교수,명문 외국어 고등학교 교장이기 때문에 멋진 것이 아니다. 미국 유학 시절, 이 곳에서 교육 받은 아들이 성장해 한국에서 사업을 하게되었다. 동업자인 여의사와 차린 사업이 엄청난 이익을 창출하고있었는데문제는 세금 보고였다. 미국에서 자란 이 젊은이는 정직한 세금보고를 하자고 우겼고 그 녀는 계속 편법을 썼다. 결국 그 일이 갈등이 되어 둘은 서로 갈라질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관계가 악화 되었다.
그런데 이 젊은이가 동업자의비리에 대해 입을 열면 잘 나가는그 사업체는 자신의 차지가 될 수 있었다. 갈등 속에서 고민할 때 엄마는 아브라함의 양보에 대한 성경 말씀을했다. 눈에 보이는 엄청난 이권 앞에서 내려 놓기가 쉽지 않았는지 많이 고민하던 아들이 어느날 퇴근해서하는말이“아이 씨! 우리 엄마 똥기마이 때문에 미치겠네! ”하며 시원섭섭한 결정을 하더란다. 바른 길을 선택한 아들이 자랑스러워말하는 그 엄마가 내 눈에는 거인처럼 보였다. 자식의 풍요로운 삶을 우상처럼 추구하는 이 시대의 엄마들의 눈에 그녀는 얼마나 어리석어 보일까?
그러나 그 아들에게 그 엄마보다 더 위대한 스승이 있을까?세무 감사를 받으며 나의옹졸함이 깨달아졌다. 평소 아이들에게 “너희들 나중에 돈 벌면 세금 많이 내라. 가난할 때 학비 도와 준나라의 빚을 꼭 갚아야 한다.”고 입버릇 처럼 말한 것은 나의 허세였었다. 그 멋진 여자! 바보 엄마가 곧 우리 알마덴 한국 학교 자녀 교육 세미나를 위해 먼 길을 건너 온다. 그녀가 많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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