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잘 듣지 않는 곡 중의 하나가 바로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이었다. ‘전원’하면 가장 널리 알려진 교향곡 중의 하나로서, 누구나 듣기 쉬운 작품인데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그것은 어느날 ‘전원’이 다소 과장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즉 ‘전원’에서 느낀 자연스러운 감정보다는 베토벤의 주관이 너무 덧칠되어 있어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절에는 별 무리없이 들어왔던 ‘전원’이 왜 갑자기 바뀌게 된 것일까? 그것은 사물에 대한 미학적 기준이 달라진 때문일 것이다. 비록 전원이라할지라도 꿈과 동경만이 아닌, 그곳에는 난폭함과 원시(본능)의 질서가 존재하고 있음은 진실일 것이다.
‘전원 교향곡’에 대해서는 앙드레 지드 역시 그의 소설 ‘전원교향악’에서 그 과장에 대한 언급이 있다. 그것은 어느 눈먼 소녀가 ‘전원교향곡’을 들으면서 느꼈던 동경이 눈을 뜨게 되면서 산산조각나는 모습을 통해 예술이 얼마나 경우 따라서는 진실을 과장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즉 진실이란 그것을 다루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과장될 수 있고, 그것은 음악이든 다른 예술이든 종교든 별반 다름없다는 것이다.
베토벤의 ‘전원’을 들으면 음악이 보인다. 그것은 마치 음악이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아야 함을 가르쳐 주는 것 같다. 베토벤은 음악을 다소 거꾸로 한 사람이었다. 즉 지나치게 아름다운 선율을 억제해 온 베토벤이었지만 ‘전원’에서 만큼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노래하고 있다. ‘전원 교향곡’은 베토벤이 귓병을 앓던 당시 정양을 했던 비인 근교의 하일리겐슈타트란 곳에서 쓴 작품이었다. 말 그대로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옮긴 곡으로, 베토벤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명랑하고 기쁨이 넘쳐나고 있는 곡이다. 이 작품은 베토벤의 중기 작품에 속하는 곡으로, ‘운명 교향곡’과 쌍벽을 이룰만큼 베토벤을 평가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로망롤랑은 ‘전원 교향곡’을 가리켜 ‘운명’과 ‘전원’이 없는 세상은 무지개없는 하늘과 같다고 했다. 이 작품의 위대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인데, 로망롤랑은 과연 어떤 측면에서 이 작품의 위대성을 갈파했을까?
표제음악의 측면에서 보면 베토벤의 ‘전원’보다도 아름다운 전원의 곡들은 수없이 많다. 비발디의 ‘사계’, 스메타나의 ‘몰다우’, R. 쉬트라우스의 ‘알프스’(교향곡) 등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함에 있어 ‘전원교향곡’보다 월등하면 월등했지 결코 뒤지지 않는 곡들이다. 그러면 왜 로망롤랑은 ‘전원’에 대해서 그처럼 후한 점수를 준 것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이 작품의 외형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철학적인 의미 때문일 것이다.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누구나 일생에 한번쯤은 마주치게 되는 곡이 바로 ‘전원 교향곡’이다. 매우 아름답고 경쾌하며 큰 거부감없이 듣게 되는 곡이 또한 ‘전원 교향곡’이기도하다. 그러나 이 작품을 주제로 소설을 썼던 앙드레 지드 같은 자는 이 작품이 주는 아름다움의 진실에 대해 반문을 던지고 있다. 소설 ‘전원 교향악’은 어느 눈먼소녀를 중심으로 주인공과 주변의 인물들이 애정 갈등을 벌이는 내용으로, 인간이 얼마나 자기 중심적이고, 생물학적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즉 인간이란 음악이나 종교라는 거울로 비쳐보는 것 만큼 그렇게 거록하고 아름다운 존재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 왜 하필 이런 문제의 소설에 ‘전원교향곡’이란 제목이 붙게 되었을까?
‘전원 교향곡’이 주는 감동은 결코 ‘전원 교향곡’이 아름답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자연을 사랑하는 자의 음악 정신, 그 울림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즉 자연의 세계…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겸허… ‘전원 교향곡’에는 그 우회적인 외침이 있었다. 자연에서 배우는 자는 결코 자신과 세상을 배신하지 않는다.
‘전원’ vs ‘전원 교향악’?? … 전원(의 아름다움)을 이길 수 있는 음악이란 결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전원 교향곡’이 주는 아름다움은 자연이 가지고 있는 힘, 그 거짓 없는 세계로 다가 가려는 감동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자연으로 돌아가자!’ 너무도 기본적인 생각이 너무도 어렵게 들려오는 세상이다. 이제 꽃피는 봄… 라일락 향기를 찾아서… ‘전원교향곡’을 들어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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