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문명이 발전되고 생업과 사회 조직 활동이 복잡해짐에 따라, 하루보다 훨씬 짧은 시간단위로 현재의 시간과 시간의 경과를 알 수 있게 해주고, 일의 시말, 순서를 정하고, 사물의 변화를 가늠하는 수단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수단인 시계가 가장 오랜 인류의 발명품 가운데 포함되고, 처음 발명된 시계는 해시계일 것이다. 가장 간단한 해시계는 맑은 날 편편한 땅 위에 세운 나무막대기나 돌기둥이었을 것이다. 막대기/기둥 그림자의 길이와 위치를 보고 현재 시간을 알고 그림자의 이동으로부터 시간의 경과를 계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초기록의 해시계는 기원전 3500년경에 세워진 이집트의 수십 미터 높이의 4각 몸통에 4각추 꼭지모양의 돌기둥인 오벨리스크(Obelisk)라 한다. 원시적 나무막대기 해시계가 정교하고 웅장한 오벨리스크 해시계로 발전되기까지는 수백 년에 걸친 개선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세계 각 지역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해시계가 발명되어 최근까지 사용되었다. 프랑스에서는 1차 세계대전 때까지 기차 출발시간을 해시계에다 새겨놓고 사용 했다고 한다. 세종 때 처음 제작되고 고종 때에도 제작 사용된 솥뚜껑 모양의 앙부일구라는 해시계가 있다. 솥뚜껑 안쪽 표면에 음력의 24 절기선이 동서방향으로, 15분 간격의 시간선이 남북방향으로 정교하게 상감기법으로 그려져 있고 송곳 침이 절기선 아래쪽 표면의 중심에 꽂혀 있다.
송곳 그림자가 절기선과 시간선 위에 떨어지는 위치로 절기와 날자,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시계였다. 밤이나 흐린 낮 시간은 해시계가 쓸모없기 때문에 일정속도로 떨어지는 물의 양으로 시간의 경과를 재는 아주 간단한 최초의 물시계의 발명은 아마도 해시계와 거의 같은 시대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물시계로 얻은 정확한 시간측정 자료가 해시계의 둘레에 시간 표시 눈금을 정확히 교정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또 물시계의 자동 시보장치를 정확하게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의 관측과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실험도 무수히 있었을 것이다.
뒤집으면 1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모래시계(hourglass)처럼, 일정한 시간이 지나는 것을 보여주는 펜잔(Fenjaan)이라는 페르시아(이란)의 농업용 물시계는 기원전 500년 무렵 발명되어 1960년대 까지도 사용되었다.
바닥에 아주 작은 구멍이 뚫린 대접 모양의 물그릇과 아가리가 약간 큰 물동이로 구성되어 있다. 빈 물그릇을 물동이의 물 위에다 올려놓으면 바닥의 구멍으로 물이 새어 올라와 가득 찬 후 그릇이 가라앉는데, 그릇을 건져 다시 물위에 올려놓으면 또 정확히 같은 시간 후에 가라앉는다. 그릇이 가라앉을 때마다 조그만 조약돌을 작은 병에 하나씩 집어넣어 나중에 횟수를 센다. 농부들이 관개용 물을 일정시간 자신의 경작지로 끌어댈 때 담당 관리자가 아주 간단하면서도 정확한 이 방법으로 시간과 물의 양을 쟀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6세기 때 물시계 사용 기록이 보이며 서양에 훨씬 앞선 서기 725년에 최초의 탈진기(Escapement)가 장착되어 정확한 기계식 시계가 발명되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란 관점에서 볼 때 시계에 대한 아주 특이한 중국적 필요가 있었다고 한다. 영국의 유명한 중국학자 죠세프 니드햄의 “중국과학과 문명”이라는 방대한 저술에 인용된 기록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인간의 능력과 운명이 출생시간이 아니라 수태시간에 따라 결정된다고 믿어, 중국 왕자들의 정확한 수태시간과 그 시간에 중천에 빛을 발하며 떠 있는 별들의 위치와 혜성이나 새로운 별(Nova)들의 출현등 천문현상을 정확히 알아야 황제 후계자로서의 선정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수태시간을 정확히 알기위한 정확한 시계가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계와 천체들에 대한 정보가 널리 알려지는 것을 황실에서 꺼려하고 통제했기 때문에 시계의 산업화가 중국에서 일어나지 못한 원인이 되었다. 새로운 과학지식이나 기술의 정보들이 소통되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로의 발전과 혜택이 생겨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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