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년 목표 성장률 낮춰 잡아 … 수출 및 부동산 시장 둔화세 뚜렷
<광저우, 중국> 남동부 중국의 중심도시로 수출의 허브인 이곳의 밤은 요즘 조금 더 어두워졌다. 이것은 원자바오총리가 5일 밤 내놓은 약간 하향 조정된 경제전망을 뒷받침하는 작은 신호일 뿐이다. 원 총리는 2012년 최소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약간 낮춘다고 밝혔으며 이 수치는 지난 20여년 사이에 가장 낮은 것이다.
광저의 곳곳의 공사현장은 밥이면 투광조명으로 환했었다. 새로운 고층 주거지와 오피스 타워를 건설하기 위해 밤을 새워 작업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은 지금 개발업자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고 있으며 이미 건설 중인 것들은 서둘러 끝내고 있다. 밤에 불을 밝힐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거의 30년 동안 거침없이 성장해 온 중국 경제는 여전히 강하기는 하지만 과거처럼 빠르지는 않은 수준으로 정착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수출과 고급 주거부동산 시장 같은 일부 분야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원 총리는 5일 발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올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7.5%로 낮췄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수년간 목표로 해 온 최소 8% 성장률에 못 미치는 것이다. 만약 성장률이 7.5%에 머문다면 이는 지나 22년래 가장 낮은 수치가 된다.
원 총리가 장문의 보고서를 발표할 때 건설현장과 공장지역의 분위기는 평소보다 크게 가라 앉아 있었다. 도매지역의 상점 종업원들은 손님들이 거의 없다고 불평했다. 한 공장의 입구에서는 근로자들이 최저임금 일자리를 빼놓고는 일자리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푸념했다. 한 구직 사무실을 찾은 실직자들은 일자리를 찾는다 해도 자신들이 아파트를 구입할 희망은 거의 없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5일 아침 도매상가의 한 플러밍 공구 판매 업소에서 일하는 수 웨이종과 다른 3명의 종업원들은 할 일이 거의 없어 빈둥거리고 있었다. 수는 “1년전 만 해도 모든 상점들은 물건을 살펴보며 가격을 묻는 손님들이 있었다”며 “건설 프로젝트들이 끝나 가는데 새로운 프로젝트는 전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구촌의 중요한 성장엔진이었던 중국의 성장둔화는 세계경제에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고분구분하지 않은 중국 국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바로 중국 정부의 걱정거리다. 날로 높아지는 중산층의 욕구를 어떻게 채워주느냐가 큰 고민이다.
하지만 중국의 성정둔화는 미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의 원자재 수요는 원유에서부터 철광석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격을 높이는 작용을 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느리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면서 가격인상 압력은 완화되고 있다.
또 둔화된 성장은 중국의 수입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해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 경제생산의 0.6%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중국경제는 성장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2007년 무려 14.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0년에도 10.4%였다. 하지만 현재 중국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최소 7%의 성장을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성장둔화는 경제를 수출과 대규모 국내 프로젝트, 그리고 인프라 건설 중심에서 벗어나 개인소비로 전환시키겠다는 중국정부의 의도가 반영돼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월 중순 이후 중국경제가 정부 의도보다 더 둔화되고 있다는 조짐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2월18일 중국 중앙은행은 국영 상업은행들이 더 많은 자산을 대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그 다음 주 상무부는 수출업자들의 세금혜택을 확대하는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유럽과 미국으로부터의 투자 감소 추세를 되돌릴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원 총리가 보고서를 발표한 5일 수십명의 근로자들이 광대한 리테온 광저우 전자단지 문밖에서 잡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 뒤에는 채용 시 회사로부터 커미션을 받기 위해 버스로 근로자들을 실어온 구직업체 관계자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도시지역 최저임금은 빠른 속도로 인상돼 왔으며 특히 펄 리버 삼각주 지역의 광저우 등 도시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중국정부 계획에 따르면 임금은 매년 13%씩 오르게 돼 있다. 하지만 구직자들은 노동력 부족에 따른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들이다.
품질검사직을 원하는 21세의 한 청년은 “좋은 일자리는커녕 그냥 일자리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일자리는 월 200달러 정도인 지역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대개는 제때 월급을 주지 않는 작은 공장들의 일자리들이다. 또 이들 공장들은 전통적으로 지급해 오던 식비 보조 등 베니핏들을 임금상승을 이유로 없애고 있다.
이날 광저우 다운타운의 한 구직 사무실을 찾은 한 전직 경비원은 일자리를 찾더라도 한 달 30~40달러인 렌트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그는 수천만명의 젊은이들이 그렇듯 “아파트를 갖는 것은 꿈도 꾸지 못 한다”고 말했다. 터무니없는 가격의 부동산은전국적인 현상이다. 광저우 중심가의 1,000평방피트 아파트 가격은 30만달러로 기술을 가진 대졸자들의 초임 연봉의 50배에 달한다. 이런 젊은이들은 대개 봉급이 계속 오르기는 하지만 30만달러는 벅찬 액수다.
정부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다운페이는 40%로 높아졌으며 한 개 이상의 주택구입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규정들이 시행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부동산 가격은 점차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추가하락을 기다리는 구입자들로 인해 거래는 폭락한 상태다. 광저우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체들은 가격이 1년 사이에 20% 떨어졌다고 밝혔다.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는 수천명의 에이전트들의 일자리를 앗아갔으며 수백개의 업체들이 문을 닫았다.
중국정부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건설을 대폭 늘려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사회에는 정치적인 줄이 있어야 이런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냉소적 분위기가 확산돼 있다. 이 아파트들은 상업용 건물보다 평당 가격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중국의 비즈니스 리더들은 급격한 임금 상승과 엄격해지는 노동규정, 그리고 환경 규제가 비용 상승을 부추기고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불평한다.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그리고 너무 빨리 오르고 있다. 그리고 각종 규제들도 너무 많이, 너무 빨리 도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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